감리교 에큐메니칼 정책협의회 설교(7월 5일)
다시 희망의 집을 지읍시다
호 12:6
감리교 에큐메니칼 정책협의회에 참석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이 모임이 감리교회 에큐메니칼 정신의 회복과 더 나은 전진을 위한 발전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지난 80여년의 기독교 연합운동에서 어느 교단보다 앞장서 왔습니다. 지금도 크고 작은 다양한 연합기관과 여성, 청년 단체에서 감리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수고하고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선교 120주년을 맞은 우리 감리교회는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고, 현주소를 진단할 시점을 맞고 있습니다. 사실 NCC는 물론 연합기관과 프로그램에 많은 인재들을 파견하였지만, 아예 무관심하거나 또 열심 있는 이들조차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한 채 산재되어 일하고 있는 모습은 이러한 필요성을 더욱 요청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일은 교회 현장에서나 신학교 교육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이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지난 세월, 미국 연합감리교회(UMC) 일변도의 국제관계를 맺어 온 까닭에 우리는 유럽은 물론 캐나다, 호주, 아시아, 아프리카 등과 긴밀한 협력을 하지 못 한 채 스스로 소외되고 말았습니다. 또 감리교회 울타리를 벗어나지도 못하였습니다. 이젠 다시 기지개를 켜고, 신발끈을 고쳐 매야할 시점입니다.
세계교회의 연합운동의 상징은 방주 모양입니다. 교회는 곧 새로운 세계를 잉태할 오늘의 방주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 방주에는 각양각색의 인종과 언어와 문화가 담겨있습니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간의 먹이 사슬도 방주 안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아는 하나님의 명령에 철저히 순종하는 모습으로 우리를 평화의 항구로 안내할 선장이며, 봉사자입니다.
사실 오늘 우리시대에 방주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오늘 우리시대의 방주를 자처한 교회는 배 구실을 하기 어려울 만큼 낡고 손상되어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안전도에 있어 신뢰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방주 안에는 밑도 끝도 없는 분쟁과 갈등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구원의 희망은 커녕, 적신호가 켜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방주를 수리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교회로 하여금 교회되게 함으로서만 가능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감리교회에 대한 자부심을 말하는데 주저하곤 했습니다. 과거를 자랑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를 제창하였습니다. 우리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감리교회 신앙 공동체의 자매와 형제로서, 다시 희망의 집을 지으려는 것입니다.
“너희는 하나님께로 돌아오라. 사랑과 정의를 지키며, 너희 하나님에게만 희망을 두고 살아라”(호 12:6).
먼저 우리는 하나님께로 돌아 갈 때, 우리의 참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진실로 따를 때, 우리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솟아오르고 감리교회는 갱신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는 가운데, 감리교회의 영적 각성운동을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타 교단 관계자들과 만날 때마다 우리 감리교회의 장점을 말하면서, “우리 감리교회는 여느 교단에 비해 이 사회를 향해 개방되어있습니다. 열린 사고와 깊이 있는 영성을 지닌 젊은 세대의 목회자가 많이 있습니다.”고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앞장서서 우리 사회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교회,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를 만들어 가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열리는 감리교 에큐메니칼 정책협의회는 감리교회 내부의 교회연합운동의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범 교단적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개최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모색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물론 감리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쇠퇴하고 있고, 점점 무관심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저 자신이 현재 NCC 회장으로 있지만, 답답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금 에큐메니칼 운동은 WCC가 제안한 대로 ‘새 틀 짜기’가 필요합니다. 에큐메니칼 운동이란 무엇입니까? 이 운동이 지향하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정의와 평화를 중심으로 한 일치와 연합운동입니다. 그동안 에큐메니칼 운동이 지향해 온 ‘정의와 평화’라는 핵심적인 비전은 변할 리 없습니다. 다만 그 구조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새롭게 모색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감리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교회의 미래를 열어 가는 일은 먼저 우리 자신에게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요구합니다. 다름 아닌 교회를 새롭게 하고, 일치정신을 바탕으로 한 보편적 과제에 더욱 성실하려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화해와 평화를 나눔으로써 통일시대를 열어 가는 구체적인 과제에도 더욱 충실해야 합니다.
세상은 바뀌고, 환경도 변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은 교회는 하나님께 대한 성실한 청지기 역할과 타자를 위한 교회로서 섬김의 자세 그리고 미래의 희망으로서 교회다워야 합니다. 한마디로 교회는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희망의 공동체, 구원의 방주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오늘의 사회가 한국교회에 거는 기대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저 자신이 자꾸 희망에 대해 말하는 이유도 바로 교회의 신뢰상실, 교회의 희망상실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한국교회의 약점이라면 교회라는 공적 위치에 있으면서 공적 영역이 지극히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공교회이면서도 지나치게 사적영역이 강합니다. 개별화, 개체화 되다보니 사회적 영향력도 공신력도 갖지 못합니다. 성경해석이나, 신학교육 등 자의적인 부분이 많아 권위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교회를 소유라는 측면에서 이해하는 목회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는 내 것 아닌 것을 내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남의 물건을 빌려다가 오랫동안 쓰고 나면 내 물건인줄 착각하게 됩니다. 돌려 줄때가 되면 아쉬운 생각이 먼저 듭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 중에는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재산도, 건강도, 생명도 내 것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 맡아서 관리하다 보니까 어느새 내 것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청지기 라는 마음과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일부 목회자의 비리나 지탄받는 교회의 행태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교회요, 거룩한 교회, 청지기의 마음이라는 공적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공교회로서 사회적 리더십과 신뢰를 얻어야 할 큰 숙제를 가진 셈입니다.
오늘 감리교 에큐메니칼 정책협의회에 참여하신 여러분!
당장 내년 7월에는 WMC 세계대회가 열리게 됩니다. 이 일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여러분의 협력과 실력 그리고 일치된 헌신을 부탁드립니다. 더 나아가 에큐메니칼 운동의 일치와 연합 정신을 바탕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평화의 집, 희망의 집인 감리교회를 이루어 가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