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사 최병헌 목사 78주기 추모예배(5월 13일, 제천 동산교회)
희망의 사람
벧전 3:15
하나님의 은혜가 이 시간 탁사 최병헌 목사님을 추모하는 78주기 예배에 참석하신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또 이 예배와 행사를 준비하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올해 한국감리교회는 선교 12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영적으로 각성함으로써, 감리교회를 든든히 세워내고 그리고 민족 복음화와 세계를 품는 신앙공동체가 되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120년이 지닌 의미를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60년은 구한 말, 어둡고 척박한 땅에 감리교회가 복음의 뿌리를 내리고 일제 강점기 속에서 고난과 함께 교회가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두 번째 60년은 해방과 분단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성장과 분열을 함께 겪어온 세월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 번 째 60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감리교회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재도약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민족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며, 평화와 통일시대를 여는 교회로서 준비해야 합니다.
그것은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과 정립을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오늘 이 시대는 모범이 되는 인물을 그리워합니다. 현실주의자는 많지만, 이상가들이 부족합니다. 실용주의자는 흔하디 흔하지만 사상가는 빈곤한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역사를 회고해 볼 때 특별히 최병헌 목사님은 우리 감리교회가 낳은 위대한 목회자요, 신학자며, 사상가였습니다. 제가 여러분이 발행한 자료집을 살펴보면서, 다시 그 분의 생애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진 일은 다행한 일입니다.
탁사 최병헌 목사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은 매우 궁핍하고 절망스런 시간들이었습니다. 조실부모하였고, 경과에 응시했으나 낙방하였으며, 낙향한 선비였습니다. 그가 연약하고, 낙심하며, 홀로 있을 때 하나님을 만날 때가 찾아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복음을 뿌리 내리기 위해, 이 민족 가운데 그를 세우시기 위해 준비하셨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32살 때 탁사는 선교사 조원시(죤스)의 어학선생이 되었고, 배재학당에서 한학부 교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탁사는 36살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가 기독교에 입교할 뜻을 밝히자, 조원시 선교사는“선생이 나와 함께 한 지 5년이고, 성경도 많이 읽고 설교도 많이 들었으니 더 기다릴 게 있는가? 오늘 주일에 세례를 받자”고 하였다고 합니다.
탁사 최병헌 목사는 1893년 2월 8일에 세례를 받았고, 그 해 가을 지방회에서 권사직을 받았으며, 마침내 1902년에는 목사안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탁사 최병헌은 조선 감리교회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초대교회의 일곱 집사처럼 초대 교회의 든든한 기둥이며, 희망의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상동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하였으나, 얼마 되지 않아 아펜젤러 선교사가 갑작스레 순직하여, 정동교회를 맡아 봉직하게 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나라의 운명이 갈리는 불안한 전환기였고, 아직 맹아기였던 감리교회로서는 위기를 맞은 때였습니다.
탁사 최병헌 목사는 그 후 21년 동안 정동에서 살았는데, 이 시기에 나라사랑과 교회 사랑을 통해 민족의 역사와 교회의 역사, 그리고 개인의 삶을 일체화 시켰던 것입니다.
우리가 가장 잘 기억하는 것은 그가 토착화 1세대라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저작 중 하나인 <셩산명경>은 선교사의 번역 신학을 한국적 상황에서 복음을 해석하고 수용하였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돌아보면 우리 감리교회는 훌륭한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물려받고 싶지 않은 부채도 물려받았습니다. 그 부채는 우리 감리교회를 거꾸로 가게 만들고, 역사를 되돌려 놓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탁사 최병헌 목사의 78주기를 주관하는 기념사업회에 부탁을 드립니다. 앞으로 우리 감리교회가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탁사 최병헌 목사의 위대한 업적을 조명하고, 널리 알리며 우리 모두가 그 분의 삶과 진실, 가슴과 행동을 본받고 모범으로 삼도록 수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는 언제나 다시 쓰는 현대사이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탁사 최병헌에 대해서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기념사업에만 그쳐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더 큰 관심과 열심으로 위대한 그의 삶을 오늘의 자리에 회복하고, 현재화해야 합니다.
베드로전서 3장 15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예비하”라.
여기에서 희망은 미래에 속하거나, 머물지 않습니다. 그 희망은 이미 우리의 마음과 삶 속에서 씨앗이 잉태되고, 원인이 마련된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희망을 지닐 이유에 대해 분명히 말할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바로 120년 전의 역사를 이 자리에 복원하듯, 장차 일어날 미래의 희망의 결과를 지금 여기에서 체험한다는 의미에서 희망은 언제나 현재완료형이요, 종말론적인 것입니다.
역사를 소중히 간직하고, 믿음으로 희망을 열어가는 여러분!
이제 여러분의 희망이 무엇인지 하나님께 말씀 드리십시오. 또 여러분에게 묻는 이들에게 여러분의 희망을 보여주십시오. 이제 우리는 우리 속에서 넘쳐나는 희망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너희는 하나님께로 돌아오너라. 사랑과 정의를 지키며, 너희 하나님에게만 희망을 두고 살아라”(호 12:6).
하나님께서 역사의 의미를 묻고, 또 하나님의 구원의 섭리를 믿는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