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교사대회 설교(4월 17일)
희망을 파송하라
호 12:6, 마 28:19-20
할렐루야!
세계선교사대회에 참석한 모든 선교사님들께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함께 하시기를 축원합니다. 그동안 고향과 조국을 떠나 주님의 사역을 위해 몸소 큰 고생을 자청한 여러분의 수고 덕분으로 우리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나날이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우리는 부활주일을 맞았습니다. 꼭 120년 전 부활주일은 1885년 4월 5일이었습니다. 이날 아펜젤러 선교사 내외가 바로 숭의교회에서 가까운 제물포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저는 이런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당시 뜨루 신학교를 졸업하고, 갓 안수를 받은 27세의 푸른 눈의 젊은 목사가 19세기 말 거의 무너져 내리던 조선 사회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그의 보고서와 일기, 또 전기를 통해 당시의 상황과 처지를 단편적으로 볼 뿐입니다. 아펜젤러 선교사가 본국으로 보낸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그가 조선 땅에 첫발을 내 딛은 직후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한국은 여전히 불안하다. 서울에는 불온한 요소들이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데, 그것들이 완전히 뿌리 뽑힐 때까지는, 그리고 허약하고 무질서한 정부가 강력해질 때까지는 ‘밝은 아침의 나라’(朝鮮)의 진보는 기대되기 힘들며 대신 많은 불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부활절에 이곳에 도착했다. 오늘 사망의 빗장을 산산이 깨뜨리시고 부활하신 주께서 이 나라 백성들이 얽매여 있는 굴레를 끊으사 그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누리는 빛과 자유를 허락해 주옵소서!”
생각하면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그 나라에서 아펜젤러가 되었습니다. 그 유명한 아펜젤러의 보고서와 일기, 편지들이 하나의 역사가 되었듯이, 선교사 여러분은 바로 역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몸담고 있는 그 나라와 민족의 구원을 위해 파송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나라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고, 그 민족의 불행을 내 불행으로 여겨 동일시함으로서 더욱 구체적인 기도와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19-20)고 하셨습니다.
이 명령은 바로 여러분이 처음 파송 받을 때에 들었던 말씀일 것입니다. 아니 이 당부는 여러분이 처음 주님의 사역을 결단했을 때에 이미 들었던 음성일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날 주님의 칭찬과 함께 들을 말씀인 줄 믿습니다.
그러한 하나님의 파송의 말씀이 언제나 여러분을 일깨우고, 새롭게 하고, 능력을 주고, 든든히 세워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희망을 파송하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를 높이 내 걸었습니다. 그 3대 실천사항을 살펴보면 첫째가 나날이 새로워지는 감리교회이고, 둘째가 든든히 서 가는 감리교회이며, 셋째가 세계로 나아가는 감리교회입니다.
특별히 선교사 여러분은 세계로 나아가는 감리교회를 앞장서서 수행하는 우리 감리교회의 소중한 지체입니다. 우리가 세계로 나아가는 감리교회가 될 때 희망을 주는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희망의 사명자로 파송하였습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웨슬리의 정신을 따라 세계적인 선교 비전을 가진 교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와 여러분을 이 민족과 세계를 향해 큰 비전을 가진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시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세계를 가슴에 품어야 합니다. 우리가 세계를 향하여 거룩한 꿈을 가지고 나아갈 때, 우리는 진정으로 세상에 희망을 주는 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흔히 지구촌시대라고 합니다. 선교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제 온 세계의 문은 활짝 열렸습니다. 이제 우리가 발을 못 붙이는 나라는 없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이 정착하지 못한 나라를 찾는 일도 드믈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얻지 못할 정보도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찾아가야 합니다. 복음을 들음에서 믿음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문인 선교사와 자신의 직업을 기초로 한 평신도 사역자도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그 민족과 나라에 희망을 수출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 한국감리교회는 앞으로 큰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006년 7월, 서울에서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가 열립니다. 약 5천여 명의 세계 감리교인이 모이는 이 대회는 감리교인들의 신앙 박람회며, 세계인의 축제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번 WMC 세계대회가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감리교회의 커다란 이정표가 될 것을 확신합니다. 이것은 우리 한국 감리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입니다. 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개최할 때, 우리 민족 위에 화해와 평화의 전기가 마련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한국 감리교회가 21세기 세계선교를 주도하는 교회로 새롭게 거듭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특별히 우리 한국감리교회가 웨슬리의 정신을 따라 세계적인 선교 비전을 공유하는 세계 여러 감리교회들과 함께 하나님이 귀하게 쓰실 선교의 도구로 거듭나는 계기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꿈을 꿉니다. 그러기 위해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는 세계를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지혜와 꿈, 용기와 실력을 키워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선교사 여러분의 지혜와 경험, 헌신이 필요할 때입니다.
특별히 이번 대회가 의미 있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하시는 하나님”이란 주제가 우리 민족의 화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 때문입니다. “곧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그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고후 5:19).
질리앙 킹스턴 위원장은 주제 채택과 관련하여 “WMC에 적합하고 개최국 상황에도 합당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저는 이 대회가 서양인의 눈으로 볼 때 위험한 분단국가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화해케 하시고, 평화로운 통일로 이루어 가시려는 놀라운 계획이 담겨있음을 분명히 믿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화해자로 부르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죄인인 우리를 책망하고 심판하시기는커녕 오히려 부르시고, 용서하셨습니다. 당신과 화해하셨을 뿐만 아니라, 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화해의 사절로 삼으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음으로써 화해의 직분을 맡은 사람입니다. 세계감리교대회를 통해 우리 한국감리교회는 우리나라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의 물꼬를 트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힘써야 합니다.
올해 우리나라는 선교 120주년을 맞았습니다. 구한말을 돌아보면 그 시대는 우리 민족에게 아무런 희망이 없는 시절이었습니다. 호시탐탐 한반도를 차지하려는 외세에 둘러싸여 우리 백성은 아무런 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복음이 뿌려졌습니다. 그 희망을 계획하신 분은 하나님이시지만, 그 씨앗을 옮긴이는 아펜셀러 선교사를 비롯한 수많은 위대한 선교사들의 사역의 결과였습니다.
저는 지난 120년을 회고하고, 다가올 또 60년을 전망하며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60년은 구한 말 척박한 땅에 복음의 뿌리를 내리고 일제 강점기 속에서 고난과 함께 교회가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두 번째 60년은 해방과 분단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성장과 분열을 함께 겪어온 세월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세 번 째 60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준비할 것은 평화를 이루어 가는 교회요, 통일시대를 여는 교회입니다. 앞으로 우리 시대의 땅 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민족의 반쪽에 대한 복음전도요, 영혼구원을 통한 사랑의 봉사일 것입니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복음을 통해 우리 민족 전체에게 희망을 주는 일입니다. 희망은 하나님을 향하게 하는 첫 걸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와 여러분을 희망의 증언자로 부르셨습니다. 오늘, 희망 없는 삶과 희망 없는 세상은 우리가 복음을 전하고 사랑으로 봉사해야할 현장입니다. 좌절과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이웃들이 가장 소원하는 것은 희망입니다.
희망을 생각해 보십시오, 희망은 시작을 가능케 하는 힘이며, 미래를 맞이하는 능력입니다. 희망이 있다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믿음의 근거가 됩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8장 24-25절에서 “눈에 보이는 희망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또 바랄 까닭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바랄 때에는 참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는 희망이야말로 구원의 본질임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소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선교사 여러분!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온 인류를 향해 파송한 화해의 사도이며, 희망의 전도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화해의 사절로 삼으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음으로써 복음을 전하며, 화해의 사명을 맡은 사람들 인 것입니다. 가장 위대한 선교사인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이 땅에 화해자로 오시지 않았습니까?
선교 120주년을 맞은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다시금 영적으로 크게 각성하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감사와 감격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새로운 세대에는 생명의 복음을 더욱 효과적으로 증거 할 창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나라 안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복음화를 위해, 나라 밖에서는 세계 평화와 땅 끝 전도를 위해 감리교인답게 더욱 헌신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자신부터 성령으로 충만하며, 더욱 진실한 하나님의 사람이 됩시다. 나를 파송하신 하나님께 죽도록 충성합시다. 그리하여 화해가 평화를 외면한 이 역사와 인류를 향해 희망을 제시하며, 복음에 목마른 온 세상과 인류를 위해 참 희망 그 자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선교사 여러분과 가족, 하나님의 선교를 후원하고 기도하는 모든 교회와 성도여러분께, 그리고 감리교 세계선교협의회 위에 하나님의 넘치는 복이 언제나 함께 하시길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