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23
누가복음 2:10-11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10)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11)“
성탄을 맞아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길 축원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매우 뜻깊은 성탄잔치를 마련하였습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에
특별히 장애인 여러분께서 참석하였습니다.
날씨가 춥고 보행도 불편한데 멀리 광화문까지 성탄을 축하하러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제 우리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러온 목자들과 동방박사들, 특히 천사들의
심정으로 광화문에서부터 온 누리에 성탄의 소식을 널리 증거합시다.
크리스마스는 하나님께서 우리 인류에게 가장 큰 선물을 보내신 날입니다.
마사 베크가 쓴 ‘아담을 기다리며’라는 글에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남편과
함께 하버드 대학에서 학생부부로 숨가뿐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에 본의 아니게 둘째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학문적, 사회적 성공을 눈앞에 두고 미치광이처럼 학업에 몰두하던 그들에게
아기는 축복이 아닌 불행처럼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검사 결과 아이는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다고 판정을 받았습니다. 가까운 친지들은 그들 부부에게 임신중절을 권했지만 숱한
권고에도 아이를 낳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장애 아들인 아담을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 많은 아픔과 고통을 겪지만, 새롭게 자기를
발견해 나갑니다. 삶의 속도를 늦출 필요성을 알게되고 삶 속에서 작은 아름다움과 진리를
발견합니다. 무엇이 소중한지,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 비로소
눈뜨면서 진정한 행복을 만나게 되었다고 실토하였습니다.
아담이 일곱 살이 되었을 때 크리스마스였습니다. 부모는 아담과 누나, 여동생 삼남매에게
성탄선물을 주었습니다. 누나와 여동생은 선물을 뜯어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담도 선물을 풀어보았습니다. 아담은 진짜 선물인 장난감보다 먼저
장난감에 딸린 건전지를 풀어보았습니다. 아담은 건전지를 보는 순간, 환호성을 지르면
놀라움과 기쁨에 찬 채 집안을 뛰어다니며 좋아했습니다.
건전지로 움직일 수 있는 온갖 물건을 찾아내며 재잘거리는 아담을 바라보면서 엄마인
마사 베크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 ‘정상적인’ 사람들은 모두 건전지가 정말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불행의 씨앗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아이가
사실은 아주 특별한 하나님의 선물이었음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성탄 선물이 필요합니다. 성탄 선물이 필요 없는 부자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선물을 외면할 만큼 부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더욱 특별한
하나님의 선물이 필요합니다.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는 곳, 웃음을 잃은 사람들, 상처받고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병들어 괴로워하는 이들, 하루하루가 고달픈 경제적 빈곤 등, 바로
여기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 하나님의 천사가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성탄의 새벽, 어두운 밤하늘에 울리는 장엄한 선포를 들어 보십시오.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그 아기를 환영한 처음 사람들은 한밤중에 들판에서 양떼를
지키던 목자요, 동방에서 먼 길을 찾아 온 이방인들이었습니다. 이사야의 예언대로 “놀라우신
조언자, 전능하신 하나님, 영존하시는 아버지, 평화의 왕”(9:6)으로 불리는 메시아는 한 아기로
이 땅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아기 예수는 이른바 정상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기대와 다르게 태어나셨습니다. 바로 그
아기 예수를 마음에 모시는 사람은 이미 희망의 씨앗을 잉태한 사람입니다.
추운 외양간에서 아기의 몸으로 탄생하신 일은 희망이야말로 신비한 환상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현실과 밀접함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 그 구체적인 희망은 바로
하나님이 약속하신 선물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는 낙심하고 좌절하는 이웃들과 성탄의 희망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는 그 희망의 빛을 증거하고, 더 나아가 희망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 희망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평화와 기쁨이며, 위로와 치유 그리고 사랑의 손길입니다.
성탄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생생한 삶의 현장에 직접 찾아오신 날입니다. 크리스마스는
하나님께서 가장 큰 선물을 보내신 날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하나님의 선물이 되어 세상을
향해 찾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임마누엘 하신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참 희망이
되셨습니다.
오늘 장애인과 함께 하는 감리교회 성탄예배를 통해 우리 감리교회가 450만 장애인을 향한
전도와 봉사가 더욱 활발해지고,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향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넓혀지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사랑에서 제외될 인격은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사랑 받고,
또 사랑하는 당연하고도, 고귀한 권리를 지닌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성탄의 기쁨이 광화문에서 이 땅의 소외된 곳 구석구석까지, 분단의 현장을 넘어 북녘동포들의
마음마음까지 따듯하게 퍼지기를 간절히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