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24
오늘 감독회장 취임감사예배를 드리면서, 부족한 종을 위해 이렇게 축하해주시고 기쁨을
나누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려 드립니다.
고대 그리스의 대작가 헤시오도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을 훌륭한 일에 부르는 자는
훌륭하다. 훌륭한 자의 부름에 응하는 자 역시 축복 받으리라. 하지만 부르지도, 부름에
귀기울이지도 않고 다만 쉬기만 하는 자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바로 여러분들이 저를 이 자리에 불러 세운 장본인들입니다. 저는 그 부르심 때문에 요즘
잠자리를 뒤척이며 한국 감리교회를 염려하고, 온 교회를 위해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적인 ‘명예’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이 지우신 ‘멍에’ 라고 믿습니다.
어느 가정에서 늦게 본 자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부모에게는 아이가 너무 귀엽고
기특하였습니다. 이제 겨우 말을 배우는 아는 아이에게 이런 저런 말을 붙여보면서 행복한
착각에 빠집니다. “너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대통령!” 부모는 신이 나서 계속
묻습니다. “그럼 나중에 대통령이 되면 엄마, 아빠는 뭐 시켜 줄거야?” 아이는 한참을
궁리하더니, “짜장면!” 하더랍니다.
사실 저는 감독회장이 되기까지 많은 사랑의 빚을 졌습니다. 그 부채는 짜장면으로 해결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부채의식을 우리 감리교회의 발전을 통해 하나하나
갚아나가겠습니다. 인간 신경하가 아닌 거룩한 감독회장의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늘
기도해 주시고, 곁에서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독회장이 되자마자 앞으로 4년 동안 어떤 목표를 가지고 감독직을 수행할 것이냐고 제게
물어오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선거에 임하면서 말씀드린 3가지 핵심 기조는 ‘영성회복과 대각성 운동’,
‘300만 전도운동의 결실화’, ‘WMC 대회를 통한 세계교회 리더십 확립’이었습니다.
또 5대 기본정책을 제시하였습니다. 사실 모든 정책 제안은 다름 아닌 감리교회를 더욱
감리교회답게 하고, 제도개혁을 통해 감리교회를 더욱 든든히 세워나가자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한마디로 “든든히 서 가는 감리교회”입니다. 사도행전 9:31은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그리하여 온 유대와 갈릴리와 사마리아교회가 평안하여 든든히 서 가고 주를 경외함과
성령의 위로로 진행하여 수가 더 많아지니라”(행 9:31).
본문이 말하는 교회는 어느 지역의, 어느 한 교회가 아닙니다. 모든 개체 교회의 총체를
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한 교회만 급격하게 성장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온 교회가
두루 성령이 충만하고, 교회마다 두루 평안하며, 활기차게 성장하는 모습인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앞으로 연약한 교회를 서로 돕고, 화목의 직책을 통해 선교의 울타리를 확장해
나가야합니다.
우리가 복음의 빚을 지고 살았듯이 그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복음의 역사’와 ‘증인의 사명’을
이루어 가야 합니다.
든든하다’는 표현은 얼마나 좋습니까? 이 말에는 “약하지 아니하고, 굳세고, 속이 차서
야무지고, 실속이 있고,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고, 허술하지 아니하고, 미덥고, 튼튼하고,
단단한 것” 등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저는 우리 감리교회를 건강하고, 든든하게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위에
든든히, 자랑스런 역사와 전통 위에 든든히, 희망을 주는 교회로서 든든히, 목회자와 평신도가
연합하여 든든히, 연약한 교회와 넉넉한 교회가 서로 도우면서 든든히, 교회 간 일치와 연합을
통해 든든히, 민족의 고난뿐 아니라 영광과 함께 하며 든든히 세워나가고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내적으로는 전도운동을 계속 이어가며 교육과 훈련, 봉사와 평신도운동을 통해 교회의 기초를
든든히 세워 모든 감리교회가 충실하게 성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외적으로는 화해와 교회일치,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교회로서 우리 사회와 희망을 나누며, 통일시대를 열어 가는 감리교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이면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선교 120년을 맞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감리교회에 대한 자부심을 말하는데 주저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자랑하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는 이 시대에 참 희망을
주지 못하였습니다.
함석헌 선생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 기독교인 청년 몇몇과 역사공부를 하면서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정리하였습니다. 그는 우리 민족을 가리켜 수난의 여왕이라고
별명을 붙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 민족의 경우에는 왜 이스라엘의 예언처럼
초월적인 꿈이 없는가?” “왜 비전 창조에 실패했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고난의
민족인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고 계십니까? 우리 감리교회는 어떤 비전을 창조해 나가려고
합니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펄펄뛰는 꿈이 있습니까? 그런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를 든든히
세워 나갑시다. 존 번연은 “믿음이 건강할 때는 희망도 결코 병들지 않는다” 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감리교회가 이 역사와 우리 사회에 희망이 되는 그런 교회가 되도록 합시다.
우리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감리교회의 신앙 공동체로서, 희망을 만들어 가는 일에
동참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