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1-09 한국웨슬리학회 설교
형제가 연합하는 기쁨
시편 133:1-3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축원드립니다.
오늘 한국천주교회의 김희중 주교님과 루터교회의 임현섭 총회장님을 비롯해 여러 내빈들이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렇게 교파와 교단을 초월하여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것은, 아마 한국웨슬리학회의 에큐메니칼적 일치를 위한 수고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교회의 일치를 위해 힘쓰고, 그리스도 안에서 친교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에 대한 같은 신앙고백을 통해 한 형제요, 자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되게 하소서”라는 기도의 내용이고, 희망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는 더 자주 만나고 배워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더욱 그리스도를 닮아가야 합니다.
리차드 하버슨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맨 처음 교회는 살아 계신 그리스도 안에서 친밀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관계를 가졌다. 이 관계는 그들과 그들 주변의 세계를 변화시켰다.
그 다음 교회는 그리스로 건너가 하나의 철학이 되었다. 나중에 교회는 로마로 건너가 하나의 제도가 되었다. 그 다음 교회는 유럽으로 건너가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교회는 미국으로 건너가 하나의 기업이 되었다. 오늘 우리는 너무나 많은 교회를, 그러나 너무나 적은 친교를 가지고 있다”.
아마 이 지적은 누구나 공감할만한 비판일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교회의 기본적인 역할, 즉 살아 계신 그리스도 안에서 친밀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성을 통해 우리와 우리 주변 세계를 변화시켜나가야 합니다.
기독교 교파의 천국인 미국에서 교파의 장점에 대한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체험적 신앙은 침례교인을 배우라. 교회충성은 루터교인을 배우라. 교인의 긍지는 성공회를 배우라. 단순한 믿음은 퀘이커교도를 배우라. 종교를 높이는 태도는 유대교를 배우라. 기도생활은 장로교인을 배우라. 봉사생활은 구세군을 배우라. 교회를 널리 들어냄은 천주교를 배우라. 기쁨에 찬 신앙은 흑인들을 배우라.”
그러면 감리교회는 무엇일까요?
“진실한 생활은 감리교인을 배우라.”
저는 이 한마디에 우리 감리교회의 본질이 들어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존 웨슬리의 의인과 성화에 대한 신앙과 신학을 잘 요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존 웨슬리의 메도디스트 운동으로 부터 출발하였습니다. 지난 7월에 서울에서 열렸던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는 전 세계 모든 웨슬리안들의 대회였습니다. 비록 같은 한반도에 살면서도 지속적인 친교를 갖지 못했지만 성결교회와 구세군, 나사렛교회 등도 모두 웨슬리안 교회들입니다. 앞으로 이 자리에서부터 학문적 교류와 교회 간의 친교가 확대될 것을 믿습니다.
특히 오늘 웨슬리학회가 가톨릭교회와 루터교회, 그리고 감리교회가 함께 서명한 ‘칭의론’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류하고, 입장을 나누려는 움직임은 대단히 고마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존 웨슬리의 ‘칭의와 성화’ 교리가 전 세계적으로 루터교회와 로마 가톨릭까지 공감하고, 일치할 만한 최고의 신학임을 보여줬다는 것은 우리 웨슬리안의 자랑이고, 대단한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지난 1999년 가톨릭교회와 루터교회의 역사적인 합의가 밑거름이 되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로마 가톨릭교회와 루터교회는 1999년 10월31일 종교개혁기념일에 구원론에 대한 논쟁을 종식하는 선언에 서명함으로써 5백여 년 만에 화해를 이루었습니다.
저는 일찍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신, 구교 간의 화해선언을 가리켜 말씀하기를, 고난의 역정 위에 기독교 통합의 초석을 놓은 것이라면서 “몇 세기만에 처음으로 우리가 함께 같은 길 위에서 걷고 있다”면서 환영의 뜻을 표시하였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위대한 선각자들의 발걸음을 계속 이어갈 역사적 무게와 책임감으로 이러한 신학적, 교회일치적 과제를 수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의좋은 형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경은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 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듯 우리가 서로 화목하며 의좋게 사는 일은 참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마치 우리나라 남과 북이 서로 한 형제요, 자매이듯이 하나님 사랑 안에서 동방정교회, 로마 가톨릭교회 그리고 개신교회는 같은 식구요, 피붙이입니다. 우리는 이렇듯 하나 되기 위해 끊임없이 하나님께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 일을 통해 우리 교회가 이 세상에서 맛을 잃은 소금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깜박거리는 등불을 다시 불사르는 기회를 얻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행사에 복을 내리시고, 풍성한 열매를 허락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