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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선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사장 vs. 총장

작성자
박근조
작성일
2016-07-10 22:26
조회
961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사장 vs. 총장>

16세기 분열된 이탈리아에서 비운의 정치가로 생을 마감한 마키아벨리. 그가 근대 정치학의 아버지라 불리게 된 것은 한 권의 책 때문이다. 1532년 출간된 ‘군주론(Il principe)’. 중세적 도덕정치의 그늘을 벗기고 현실 정치의 맨 얼굴을 보여준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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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란 목적을 위해서라면 배신도 하고, 인간성도 신앙심도 포기할 만큼 때론 잔인해야 한다는 조언은 권력자가 쥔 힘(power)의 정체와 목적을 밝히는데 크게 이바지 했다. 이로써 정치가의 최고 미덕은 ‘덕치(德治)’라는 플라톤주의적 이상론의 허울이 벗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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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법실증주의자 한스 켈젠(H. Kelsen)조차 ‘사람이 사람인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다’고 할 만큼 힘의 ‘관계성’이야말로 리더가 갖고 있는 권력의 근간을 구성하는 실체다. 이로써 왕은 더 이상 관계의 윤리성(ethicality)에 구속되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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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정치학이 설명해내고자 심혈을 기울였던 주제는 바로 이 ‘권력’에 관한 모든 것이 절반을 차지한다. 리더십이란 결국 리더가 가진 힘을 어떻게 사용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라는 리더의 총체적 역량을 일컫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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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란 이 리더십의 교체를 제도화해 놓은 절차와 방식이 정착된 체제의 작동원리인 것이다. 그러나 초월적 神(하나님)의 실제성(actuality)을 믿는 사람들에겐 세상의 지배적 정치 질서를 뛰어넘어 다른 준거가 있으니 세상을 향한 신의 계시, 곧 신탁(神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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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기에 구약시대 선견자는 곧 신의 대리인이자 왕의 선생이고 곧 영적 지도자였다. 오늘날은 어떨까? 세상은 마키아벨리가 예상했던 냉혹한 현실정치의 공간이다. 교계와 교단은 세상의 리더십과 신적 지배가 조화된 세계이어야 권위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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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에서는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잃으면 리더의 자격은 자동상실일 수 밖에 없다. 교단 신학교 감신의 이사회는 곧 이러한 지도자들의 회합이고 감신의 총장은 도덕과 신의 정치력으로 무장된 자를 위한 자리이다. 신학교는 세상과 교계의 ‘다리’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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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어떤가? 작년 이규학 이사장은 학부생들을 세상의 법정에 세웠다. 이번에 총장 후보자로 나선 한 분은 동료 교수들을 무더기로 고소했다. 문제 해결 능력이 전무했던 현직 총장은 변명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면서도 차기 총장직을 구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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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학 이사장은 세속의 여론에 떠밀려 이사장직을 내려놓기는 했으나 여전히 실세 이사로 남아있다. 자리를 물려받은 김인환 이사장 또한 전임 이규학 이사장과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연초 성명서 한 장으로 자기합리화의 정수(精髓)를 보여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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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이들이 그간 보여준 것은 비열한 ‘마키아벨리즘’뿐이었다. 마키아벨리가 지적한 것은 현실정치의 위선을 직시하라는 교훈이었지 금권과 명예욕에 사로잡혀 이기적으로 행동하라는 방종한 지침이 아니었다. 마키아벨리를 욕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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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바뀌지 않으면 문 닫는다는 위기감이 명문대학들에도 팽배하다. 세상의 대학들은 저출산 여파로 고교 졸업생 수가 급감한 ‘학생절벽’과 ‘글로벌 경쟁’이라는 양대 위기를 타파할 방안을 찾는데 안감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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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라고 이 위기 앞에 예외일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불과 4년 후엔 대입 정원보다 고교 졸업생 수가 2만 여명이나 줄어든다. 이런 현실을 앞두고 지혜를 모아도 부족할 판에 자기들끼리 결탁된 몇몇 이사들과 총장 후보자란 분들은 얼마나 현실감각이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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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선거의 이해 당사자(stakeholder)는 다섯이다. (1)이사회-(2)총추위-(3)검증위원들-(4)총장후보군-(5)관객. 총추위와 검증위원들은 이사회의 암묵적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총장후보군은 오직 수동적 ‘을’이다. 관객만이 제3자적 시각에서 상황을 볼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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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단은 검증위원들 선에서 발생하고 총추위가 행동대장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문제의 몸통이자 실체는 이사회다. 학내 모든 문제의 ‘알파와 오메가’란 뜻이다. 딱 절반으로 나뉜 이사회의 모습은 개혁과 구체제(앙시앙 레짐: ancient regime)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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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양분된 이사회로선 진퇴양난이다. 그렇다고 구체제의 인물들에게 수구적 의사결정을 위임할 수 없다. 사태는 이미 단지 누가 총장후보자가 되느냐의 차원을 넘어섰다. 협잡과 비리의 바닥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미 여론은 개혁자의 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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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여야 할 이규학-김인환 전, 현직 이사장과 박종천 총장에게 리더십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공의’ 대신 이익만 좇았다. 권력의 바른 이해와 실행이 곧 책임과 문제해결의 정당성인데 이 둘의 결여는 곧 리더십의 부재이다. 지난 세월은 이 점을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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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일본 현대사에서 최고의 총리로 꼽히는 나까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는 리더가 갖춰야 할 3가지 필수덕목으로 통찰력, 결단력, 설득력을 꼽았다(21세기 일본의 국가전략,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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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문제가 어떻게 전개되고 마무리될지 깨닫는 직관을 통찰력으로, 좋은 인재와 좋은 정보, 좋은 돈을 모으는 힘을 결단력으로, 국민과 외국에 대한 설명력을 설득력으로 정의했다. 이런 리더의 자질이 곧 일본의 지도자들에게 국한될 것이란 착각은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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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계시가 없는 지도자라도 최소한 이 세가지 덕목을 갖추었다면 구성원의 인정을 받는 건 쉽다. 이사장과 이사들, 총장 후보를 자처하는 자들은 이 중 어떤 덕목을 갖추고 있는가? 그런데 이미 그들의 역량과 실력은 천하에 드러나 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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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퇴로를 열어 마무리라도 아름답게 매듭짓는 지혜로운 길을 택할지, 막장의 끝에서 추락하는 일그러진 영웅으로 남을지는 오로지 그들의 현명한 결정에 달렸을 뿐이다. 총대학원 학생회는 각오하고 있다. 학생이 없는 학교는 폐교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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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개척해온 감신이 그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걸어 가야만 한다면, 그런 후에야 다시 부활하는 것이 하나님의 신탁이라면 총대학원 학생회는 그 길을 또박또박 밟아갈 것임을 천명(闡明)한다. 결행의 시간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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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한다. 학교 밖은 전쟁터라고. 그간 감신은 ‘온실 속 화초’였다. 시간이 정지해 있는 안온한 곳이었다. 개혁이나 세상의 변화는 남의 일일 뿐이었다.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들끼리의 세상’은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은 채 영원한 줄 믿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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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폐쇄적 생태계를 키워온 사람들은 누구일까? 학교와 교단의 먹이사슬을 구축하여 알맹이를 독점하려는 이사장들과 이사들, 그들에 야합한 교수들의 밥 그릇 지키기 싸움으로 학교를 침몰시킨 것 아닌가? 자신들이 학교를 지옥으로 만든 줄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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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감신 운명은 여전히 리더들일 수 밖에 없는 이사들의 손에 달렸다. 더 이상 총추위도, 검증위원도, 총장 후보자도 없다. 감신 운명의 결정만 그들에게 걸려 있다. 더 늦기 전에 알량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내부 개혁자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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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11. 총대학원 학생회 "차올라"

출처 :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6830



전체 2

  • 2016-07-11 15:59

    결과를 어느정도 예상하는 글귀군요.
    그럼, 답은 한가지...모든 감신대 학생들이 다른 신학교로 옮기는 것이 답입니다.
    기득권자들의 위선과 교만을 일깨워 주는 학교의 지체인 학생들의 \"선택\"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 2016-07-12 06:37

      민영기님은 목회자가 아니시지요?
      넘 극단주의적 해결점을 제시하시는군요.
      감리교회가 타락하면 감리교회를 버리고 장로교단이나 다른 교단으로 옮기자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남아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남아서 하나님께 기도하고 의지해야 합니다.
      주께서 기득권자들의 교만을 타파하시고 새로운 일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만약 진정 감신대를 없애시길 원하신다면 그 때 옮겨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 이 사태 때문에 옮긴다면 타대학 학생들에게서 환영을 받을까요?
      지금 이 사태 때문에 옮긴다면 타대학 학생들 보기에 자랑스러울까요?

      극단의 처방이 필요하다면 등록거부라든지 수업거부와 같은 것이 현실적으로 더 타당하다 보입니다.
      그러나 요즘같은 시대의 학생들이 총궐기하여 등록거부 수업거부를 할까요? 7~80년대는 그게 가능했지만.... 요즈음은 글쎄요....

      만약 그런 단합심을 보일수만 있다면 보라색이든 빨강색이든 무슨색을 걸쳐도 자격이 충분하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단합심이 있었다면 지금의 감신대 사태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교수들이 학생들을 우습게 보고 갑질횡포하는 것이며 이사장들이 교수들을 우습게 보며 줄세우기하고 갑질횡포를 일삼음이죠...

      타대학으로 옮기기는 커녕 전체 학생들의 단합된 수업거부도 하기 어려울겁니다. 극히 소수만 가능하지...
      결국 앞장선 사람들 몇 몇만 본보기로 희생을 당할 뿐 입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죽이심과 같이 오늘날 교권 주의자들이 회개하기보단 본보기 삼기를 너무 좋아 합니다. 심각한 타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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