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똥풀 / 이팝나무
작성자
최천호
작성일
2024-05-06 21:01
조회
90
애기똥풀
내가 애기였을 때에
요렇게 예뻤겠지
볕이 길어진 봄날 오후
길고 긴 밭이랑 아래
허기에 지친 젊은 나의 엄마
그 슬픈 눈동자 속에서도
요렇게 예쁘게 웃고 있었겠지,
애기똥풀 2
남쪽에서 달려오는
철길 따라 곱게 핀
너에게서 자유를 본다
복사꽃 사과꽃은
울타리에 갇혀있고
화려한 벚꽃
긴 두 줄에 서 있는데
너는 여기저기
자유롭게 봄을
노래하고 있구나
달래강 강가에서
졸음 가득한 걸음으로
산을 휘감고 돌아온 강물과
헐떡이는 숨 길게 몰아쉬며
재 넘어온 검은 길이
노을 붉게 짓는 하늘 보며
저기 높은 산이 길 막아서면
천천히 돌아서 가고
오르막에서는 걸음 멈춰
얼굴 마주하며 기다려주고
내리막엔 서둘지 말아야 한다며
어깨 마주하고 나란히 걷네
이팝나무
열네 살 아버지
어디 가든지
얻어맞지 말고
배곯지 말고 살아라
주먹밥 싸주시며
등 떠밀던 어머니
그날 새벽
하얀 꽃 피운 이팝나무 아래
서럽게 울며 서 계시네
꼰대
길을 걷다
주위를 둘러보니
곁에 친구도 없고
지난 이야기 들으려는 이도 없네
작은 그늘 아래
지나쳐 간 시원한 바람을
아쉬워하는
지친 늙은이가
빛바랜 등을 보인 채
혼자 서 있네
내가 애기였을 때에
요렇게 예뻤겠지
볕이 길어진 봄날 오후
길고 긴 밭이랑 아래
허기에 지친 젊은 나의 엄마
그 슬픈 눈동자 속에서도
요렇게 예쁘게 웃고 있었겠지,
애기똥풀 2
남쪽에서 달려오는
철길 따라 곱게 핀
너에게서 자유를 본다
복사꽃 사과꽃은
울타리에 갇혀있고
화려한 벚꽃
긴 두 줄에 서 있는데
너는 여기저기
자유롭게 봄을
노래하고 있구나
달래강 강가에서
졸음 가득한 걸음으로
산을 휘감고 돌아온 강물과
헐떡이는 숨 길게 몰아쉬며
재 넘어온 검은 길이
노을 붉게 짓는 하늘 보며
저기 높은 산이 길 막아서면
천천히 돌아서 가고
오르막에서는 걸음 멈춰
얼굴 마주하며 기다려주고
내리막엔 서둘지 말아야 한다며
어깨 마주하고 나란히 걷네
이팝나무
열네 살 아버지
어디 가든지
얻어맞지 말고
배곯지 말고 살아라
주먹밥 싸주시며
등 떠밀던 어머니
그날 새벽
하얀 꽃 피운 이팝나무 아래
서럽게 울며 서 계시네
꼰대
길을 걷다
주위를 둘러보니
곁에 친구도 없고
지난 이야기 들으려는 이도 없네
작은 그늘 아래
지나쳐 간 시원한 바람을
아쉬워하는
지친 늙은이가
빛바랜 등을 보인 채
혼자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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