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평신도국 자료

사회평신도국 감리교 아이티긴급구호단 참가기

작성자
이성진
작성일
2010-02-22 14:08
조회
1572
감리교 아이티긴급구호단 참가기

일정: 2010.2.1~2.10
장소: 아이티수도 포르토프랭스
참석자: 한국 13명, 현지 선교사 4명, 아이티목회자 및 통역 요원 6명

아이티지진 긴급구호팀에 함께 하자는 전화를 받고는 마음이 무거웠다. 이수기목사님과는 미얀마긴급구호를 함께 했었고, TV로 아이티지진의 참상을 보며 눈물지었던 터라 가야한다는 사명감과 병원을 열흘이상 비워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었다. 지리적으로 멀고, 아이티상황이 혼란스럽고, 여진의 가능성 등도 결단 내리는 것을 어렵게 하는 점들이었다.

하나님은 참가한 사람들 마음속에서부터 일을 시작하셨다. 무너진 건물더미로부터 삐져나온 손이 흔들고 있는 광경을 보고는 자기에게 오라는 손짓으로 여긴 한 목사님이 이수기목사님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티 지진구호를 다녀와야지 않느냐고 전화를 했단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티까지 가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었던 이수기목사님...하나님께서 부르시는 사인으로 여기고 긴급하게 감리교본부와 그동안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단다. 내 마음 속에도 주님의 음성을 들려주셨다. \"너는 열흘간 비우는 사이 네 병원 흔들거리는 것에 마음이 쓰이냐? 아이티에는 지진으로 흔들거리다가 다 무너져서 가진 것 다 잃어버리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 주님께서 직접 내 눈을 통해 보기 원하시고 내 손으로 만지고 위로하기 원하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 땅을 돌아보며 기도하기 원하신다는 마음을 주셨다. 다 맡기고 떠나게 되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후원과 격려가 잇따랐고, 성령의 인도하심과 이들의 마음을 힘입어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아이티까지 들어가는 길은 멀고 무겁고 긴장의 연속이었다. 뉴욕을 거처 도미니카 산토도밍고에서 버스로 8시간을 달려 밤10시에 도착한 아이티국경에서는 안전문제 때문에 국경을 통과시켜주지 못하겠단다. 도로에서 어두움을 틈타 차량약탈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다행히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셔서 베이스캠프인 아이티사랑의집에 도착했지만, 이곳에서도 트럭에서 물건 내리는 것을 주민들이 보면 몰려들어 폭동이 일어난다고 짐을 부리지 못하게 한다. 결국 다른 곳에 트럭을 주차시켜 놓고 다음날 선교물품을 가져올 수 있었다.

사역은 5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아이티에서 가장 큰 병원인 컴뮤니티병원에서 하루를 진료한 결과 이미 응급상황이 종료되어서 우리팀은 그동안 진료를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빈민촌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틀에 걸쳐 두 지역에서 진료를 하고, 넷째 날은 지속적인 선교를 위한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그 곳에 진료가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 오전에는 전재덕목사님의 사역지인 산띠아고 한인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하여 설교하는 시간을 가졌고 현지인교회들과 학교사역지를 둘러보며 기도와 격려하는 시간을 가져질 수 있었다. 오후에는 김성자선교사의 사역지인 산토도밍고 현지인교회 예배에 참석하여 찬양과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10일간 하나님께서는 많은 것을 보게 하셨고, 하게 하셨고 생각하게 하셨다. 아이티에 머무는 동안 아이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보게 하셨고, 나의 연약함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긴급구호를 위해 왔지만 우리의 몸짓이 너무 보잘 것 없음을 느끼게 하셨다. 다만  \\'이 질그릇에 담긴 보배\\'가 능력으로 나타나기만을 기도하며 바랄 뿐이었다.

인간의 탐욕을 보았다. 가장 못사는 빈민촌 천막에서부터 가장 호화로운 대통령궁까지...인간 욕망의 양극단을 볼 수 있었다. 평생 먹고 마심의 문제에 매여 사는 것이 인생인 것을 보았다. 우리의 삶도 이 범주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빈민가 천막촌과도 흡사한 시장의 모습들...그러나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삶의 의지가 넘쳐나는 거리의 난전판들을 보았다. 구호품을 더 많이, 더 빨리 얻고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군중들. 내 몫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들, 1초라도 더 빨리 가기위해 무조건 차머리를 들이미는 네거리의 차들, 땁땁(픽업트럭을 개조해 만든 버스대용 수단)이든 대형 트레일러든 운전자들의 마음가짐이 다들 똑같다. 막히면 인도로 올라가고 반대편 차선으로 달리기 십상이었다. 생활환경은 돼지우리와 같다. 마을 공동우물 하나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고, 그 옆을 돼지 떼가 지나가다 물을 마시고, 가장 못사는 ‘시티솔레’라는 빈민촌에는 아무데나 똥을 싸고 뭉개고...땅도 인간을 닮아서인지 토양이 건강하지 못하다. 산은 민둥산이요, 잿빛이다. 초목이 별로 없다.
총체적 부실공화국. 공공건물이 다 무너졌다. 대통령궁, 내무부청사, 대주교가 있는 대성당 등 대표적인 공공건물에서부터 상가건물, 연립주택, 잘 지었다는 개인주택까지...철근 빼먹고, 시멘트 배합 줄이고 기초 다지지 않는 결과들이다. 살인적으로 높은 물가. 공산품은 다 수입이다. 못사는 나라 물가가 더 비싸다. 사무실이나 주택임대료가 서울 값 못지않다. 방3개정도 있는 주택 임대료가 월 250만원, 4개정도면 300만원을 넘는단다.

아이티의 모습은 인간의 탐욕과 무지가 만들어내는 잿빛 영상이다. 나라전체가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어야 하는가? 하나님의 긍휼의 손길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나에게 있어 의료선교는 팔복을 얻는 통로이다. 선교를 떠나기로 결단하면 모든 삶의 일상을 접고, 매이고 묶였던 것에서 풀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선교현지에 도착하면 현지인들을 향한 긍휼의 마음이 열리고, 정결하고 깨끗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주는 대로 먹고 감당해야할 사역을 하다보면, 가난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미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더 가지려는 욕심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주는 삶이 복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척박한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하늘을 우러러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게 되고, 이들을 얽매고 있는 한계상황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풀려지게 되기를 기도하며 매순간을 살게 된다. 때로는 주의 이름을 위해 일하고서도 핍박을 받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화평케 하는 일을 감당하였으므로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리어지는 복을 누리게 된다.

이번 아이티지진 긴급구호 기간 동안에는 묶이고 매인 인간의 문제를 푸시는 하나님의 방법, 예수님에 대해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특별히 너무나 단단하게 결박되어있는 아이티 사람들...이번 지진으로 그 땅을 밟았던 하나님의 사람들의 기도와 긍휼의 마음으로 그 땅 그 백성들이 놓이고 풀려지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지속적으로 기도해야 할 사명으로 받고 돌아왔다.

글쓴이 : 김현주 목사(분당 불꽃교회, 비뇨기과 전문의)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사항 관리자 2021.03.29 1448
공지사항 관리자 2021.03.29 1518
78 관리자 2010.12.29 1141
77 관리자 2010.10.01 1137
76 이성진 2010.08.25 1225
75 이성진 2010.07.22 1425
74 이성진 2010.07.08 1322
73 박은애 2010.05.10 1691
72 이성진 2010.05.10 1455
70 이성진 2010.02.22 1623
69 이성진 2010.02.09 1680
68 이성진 2010.01.25 1483
67 이성진 2010.01.25 2061
66 이성진 2010.01.23 1534
65 이성진 2010.01.23 2773
64 박은애 2010.01.15 1929
63 관리자 2010.01.08 1719
62 관리자 2009.12.16 2000
61 박은애 2009.12.08 2079
60 관리자 2009.11.06 1739
59 관리자 2009.10.26 1868
김성국 2012.09.18 1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