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회 아가페하우스 개관예배 설교(2007.4.5)
공경하며 경외하라
레 19:32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축원드립니다.
먼저 경기연회가 아가페하우스를 건축하고 이렇게 문을 열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나님께서 경기연회 위에 크게 복 내리셔서 아름다운 실버타운을 짓고 봉헌하게 하셨습니다.
사실 최승일 감독님의 책임감과 추진력이 없었다면 경기연회 원로원 건축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아마 전국 10개 연회 중에 이렇게 눈에 보이고, 평생 기억에 남을 업적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생각되기에 더욱 감사드립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최승일 감독님을 도와 두루 협력하신 모든 연회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경기연회의 원로원 건축이 모범적으로 추진되었으니 이것을 모범 삼아 전 연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내 교회도 벌여할 사업이 많을 텐데 원로 목사님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경기연회 온 교회들이 기도와 물질로 합력하였으니, 하나님께서 그 수고를 위로해 주시고, 넘치도록 갚아주시길 축원합니다.
레위기 19장 32절은 “너는 센 머리 앞에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본문은 성결법전의 내용인데 하나님을 공경하는 내용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경하며, 경외하라”는 말씀은 시대를 초월하고, 지역을 초월하는 진리의 말씀인 것입니다. 우리가 센머리 앞에서 공경할 줄 모르면서,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경외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기독교는 선교 초기에 삼강오륜을 모르는 서양종교라는 오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어른 공경과 하나님 경외를 같이 언급하고 있을 정도로 효 사상이 주요하게 다루어져 있습니다. 사실 집안의 부모님을 공경하고 노후를 돌보아 드리듯이, 우리 교회가 평생 주님의 일로 노심초사하시고 가난하게 사셨던 원로 목사님을 위해 편안한 방 한 칸을 마련해 드리는 일은 마땅한 도리입니다.
예전에 인터넷 게시판에 감독회장을 상대로 이런 글이 실렸었습니다. 특히 시골에서 은퇴 후에 대책이 마땅치 않은 목회자들의 현실이 안타까워했는데, 그 내용의 일부를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은퇴가 다가오니 정말 걱정돼요. 사실 은퇴 후 집 장만해 줄 교회가 어디 흔한가요? 혹시 어떻게 집이 준비됐다 해도 그래요. 집만 있다고 살 수 있나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즘 후배 목사 중에는 은퇴 하는 목사 걱정을 하는 이들이 있어요. 그래서 몇 천만 원, 아니 그 이상까지도 주겠다네요. 얼마나 고마운지. 그저 후임자로 확실히 정해 주기만 하면 되는 거죠. 지방 감리사에게도 분명히 말해 두었지요. 내 후임 문제는 상관할 생각 아예 하지 말라고. 은퇴 목사 노후 대책돼서 좋고, 교회에 부담 주지 않아 좋고. 평생을 고생하며 목회했는데 문제없는 거죠?”
아마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교회매매를 풍자해서 비판한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정초마다 인천 원로원을 방문해 원로 목사님 가정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우리 감리교회에는 원로 교역자가 706명인데, 또 전체 교역자 수가 8천 930명인데 겨우 원로원이 하나에, 수용가구 수가 모두 37세대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재작년 2월에 누구라도 감독으로 선출되면 연회별로 원로원을 한 동씩 건립하는 일을 공동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그러면 최소한 100여 가정 이상이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설관리는 복지재단에 편입시키고, 그 운영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도 했습니다.
앞으로 10년에 한 동씩 건립해 나가면 당장 은퇴 교역자들에 대한 배려가 되고, 또 은퇴와 관련해 교회 매매 시비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이러한 일이 우리 안에서부터 사랑을 나누고, 무거운 짐을 함께 진다는 의미에서 희망이 될 것이라고 여겼는데, 이를 경기연회가 먼저 시작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원로목사님이 되신 어느 선배님이 말씀하시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23살에 목회를 시작했는데 나이 드신 교인들이 기도할 때마다 늘 담임 목회자를 가리켜 “어린 종, 어린 종…” 하더랍니다. 얼마나 귀가 따갑게 들었는지, 겉으로는 인정하였지만 속으로는 아주 듣기 싫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세월이 지난 후에 이젠 나이가 좀 들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젊은 종, 젊은 종…”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길, “나는 언제 ‘어른 종’이 되나?”했는데, 이젠 정말 늙고 은퇴하니 그 ‘어린 종’ 시절이 얼마나 부럽든지, 그 ‘젊은 종’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 때가 부럽다고 말하였습니다. 이젠 저도 실감할 때가 되었습니다.
누군들 세월 앞에서 장사가 없습니다. 저 역시 내년 연회에서 은퇴를 합니다. 그래서 만나는 분들마다 “은퇴 후에 뭐 할거냐?”고 염려를 해줍니다. 사실 저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사람들이 “너는 은퇴할 사람이다!”라고 못을 박고, 확인을 시켜 주는 것 같아 때로는 당황스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은퇴 후에 뭘 한건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경에 보면 믿음의 조상들은 연로할 때 비록 기운이 없어 노동을 못하였지만 그들은 축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삭이나, 야곱의 경우를 보면 그들이 비록 늙어 세상과 작별할 때가 되었지만,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음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축복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 내 늙어서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다짐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원로 목사가 되면 맘껏 축복을 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기도해 줄 수 있고, 축복할 수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종들을 축복의 사람, 축복의 통로로 세우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아가페하우스가 축복의 집으로 세워졌음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집을 통해 경기연회가 복을 받고, 우리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복을 받기를 축원합니다. 이 집에 머무는 원로 목사님 가족은 물론 여기를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이들마다 하나님의 은혜의 장중에 사로잡히고, 여기에서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가 이 민족을 깨우고, 이 세계를 구원하는 축복의 역사가 일어나길 소망합니다.
하나님께서 아가페 하우스와 이 원로원을 짓기까지 헌신한 경기연회 위에 크게 복을 내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