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환경연대 25주년사 발간감사예배 설교(2008.1.29)
보시니 참 좋았더라
창 1:31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과 같이 하시길 기원합니다.
먼저 기독교환경연대가 지난 25년의 활동을 정리하여 <기독교환경연대 25년사>를 발간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요즘에는 환경문제에 대해 이해와 식견을 갖지 않으면 무지한 사람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되었지만, 25년 전만하더라도 환경운동은 남의 일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환경운동이 먼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고백과 자각을 통해 그 문이 열렸다는 것을 생각할 때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동안 씨를 뿌리고, 거름을 준 기독교환경연대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인식의 눈뜸을 넘어서 사람살이의 대전환을 가져왔습니다.
오늘 환경문제가 일상 언어가 된 것은 여러분의 공적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05년에 <교리와 장정>을 개편하면서 감리교인의 의무조항으로 \\’환경보존의 의무\\’를 신설 했습니다. 그 내용은 “교인은 환경을 사랑하고 보존하는 일에 솔선수범 한다”입니다.
앞으로 한국기독교가 환경운동의 정착과 일상화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하나님은 성경에만 복음을 기록하신 것이 아니라 나무들, 꽃들, 구름들, 별들에도 기록하셨다”고 말하였습니다. 창조신학의 관점에서 보면 환경을 사랑하고 생태계적 생활습관을 지닌 사람이라면 그는 하나님의 섭리와 가까운 생활태도를 지닌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연의 생태계와 함께 파괴된 인간의 공동체적 생태계를 위해 관심 가져야 합니다. 카인의 후예들이 에덴의 동쪽으로 이주한 이후 인간은 자연을 거슬렀고, 그 결과 아름다운 삶터는 가시덤불로 뒤 덮였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피와 땀이 솟는 슬픔과 고통의 대지로 바뀌었습니다. 인류가 창조의 질서에 순종하지 않고, 스스로 자연을 거슬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보복을 목전에 두게 된 것입니다.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장면이 드라마틱하게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창조의 하루하루마다 “보시니 좋았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창세기 1장 안에 “보시니 좋았더라”라는 감탄사가 모두 일곱 차례 반복합니다.
제가 볼 때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은 물질세계 이전에 바로 기쁨이고, 좋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인간의 문명과 역사는 하나님의 창조의 정신과 그 세계를 상실하였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창세기의 말씀은 이미 낡은 고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만한 인간들은 하나님께서 6일 만에 창조하신 세상을 단 6분 만에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한 고안과 발명들은 오히려 세상을 망쳐놓았습니다.
지난해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4차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후변화가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고, 인간 행위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기후변화를 둘러싼 기나긴 논쟁이 끝난 것입니다. 이제는 시시비비를 떠나 당장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직 이러한 대응노력이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물론 그보다 훨씬 이전인 1983년, 세계교회협의회는 캐나다 뱅쿠버에서 열린 제6차 총회에서 JPIC 운동, 즉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운동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운동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다가, 1986년 쏘련 체르노빌 핵발전소 대참사를 경험하면서 부터 창조세계 파괴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공동책임과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1991년에 JPIC 세계대회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만, 한국교회는 아직도 그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얼마 전에 한국 기독교 25교단이 연합하여 서해안살리기 한국교회봉사단을 조직하였습니다. 물론 대규모 조직이라고 하여 일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연합의 목소리를 낸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이제 환경선교는 이슈나 구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앙운동이요, 생활운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운동은 지역마다 생활현장에서 함께 만들어 가는 구체적인 생명운동이고, 환경보전운동입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창조질서를 자신의 삶 속에서 체험해 가는 그리스도인의 생활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물론 그 방식은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듯이 낮아지고, 섬기고, 자기를 비움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정치인이나 시민운동에 맡길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결단하고, 작심해야할 신앙의 본분이며, 교회의 사명입니다.
하나님께서 25년 전, 누군가를 통해 시대의 잠을 깨우셨듯이, 이제 우리는 미래를 향해 지속발전이 가능하도록 현실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생명을 풍성하게 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일을 위해 귀한 밑돌을 놓는 여러분 위에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 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