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기도회 설교(2008.1.18)
끊임없이 기도하시오
사 55:6-9, 살전 5:13-18, 요 17:6-21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자매와 형제 된 이들이 서로 일치하고 하나 되기 위한 기도를 드린 지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렇게 뜻 깊은 해에 신, 구교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이 한 마음을 품고 하나님 앞에 나아온 것을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는 교회 간 일치와 협력이라는 고유하고도, 보편적 과제를 위해 기도해 왔습니다. 바라기는 2008년 새해에도 우리 사회의 일치와 평화를 위해 기도함으로써 주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기도의 사도직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미 요한복음 17장 11절에서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주십시오”(요 17:11, 21, 22, 23)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이러한 간구는 그 뒤에도 세 차례나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그 간구가 얼마나 절실하고 지극한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오랜 동안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일치의 기도를 본받아 자신들의 전통 속에서 기도해왔습니다. 정교회는 신자들에게 평일 전례를 통해 평화와 모든 이의 일치를 위해 기도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따라해야 하고, 우리의 현실 속에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 다양한 전통에도 불구하고 모두 제자의 일치를 위하여 기도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수님께서 기도하신 일치의 간구에 이러한 뜻이 담겨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해서 예수님의 본을 따라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해서 서로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화합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해 교회의 화평과 세상의 평화를 위해 수고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이 데살로니가교회를 향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서 베푸신 일치를 이루며 살아가도록 당부하는 권고들입니다. 그 대표적인 권고는 바로 기도였습니다.
기도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연결되는 가시적인 징표였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우리가 하나님의 생명을 호흡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능력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도해야 할 이유는 바로 기도야말로 우리 그리스도인 삶의 필수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항상 기도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하고, 생활화해야 합니다. 이것은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기도를 의무로 받아드리면서 사실 그 간구의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도 로마서 8장 26절에서 “우리가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한다고 탄식하고 있습니다.
어느 여학생이 이렇게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하나님 저를 날씬하게 해주세요.”
그런데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를 날씬하게 하는 것은 아무리 하나님이라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하나님 저를 날씬하게 해주시기 어렵겠거든, 제 친구를 뚱뚱하게 해 주세요”.
때로 우리의 기도가 염치없는 인간의 욕심일망정, 절절한 심정으로 하나님을 향한다는 것은 소중한 일입니다. 우리가 빌 바를 알지 못할 때 성령께서 우리를 도우십니다. 사도 바울은 “성령도 우리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 하시느니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기도는 바로 우리가 하나님을 향하게 하는 것입니다. 떼제 공동체의 창시자인 로제 수사는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길잡이별이 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자력처럼 사람을 끌어준다”고 하였습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너희는 여호와를 만날 만한 때에 찾으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를 부르라. 악인은 그의 길을, 불의한 자는 그의 생각을 버리고 여호와께로 돌아오라 그리하면 그가 긍휼히 여기시리라 우리 하나님께로 돌아오라 그가 너그럽게 용서하시리라”(사 55:6-7)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도의 방식으로 흔히 명상과 묵상의 차이를 묻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구별하여 이해하고 있습니다. 명상은 덜어내는 기도방식이고, 묵상은 채우는 기도방식입니다. 그렇다면 뭘 덜어내고, 뭘 채우는 것일까요? 제 나름으로 설명한다면 명상은 자기 자신을 비워내는 것입니다. 모든 잡념, 욕망, 분노를 덜어내어 텅 빈 상태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반면에 묵상은 가득히 채우는 과정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 사랑과 평화로 자신을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침묵으로 하나님을 향하는 것은 바로 기도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기도의 주어 역시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에서 나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다시 주님을 모시는 내면의 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항상 기도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에 순종하는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올해에도 기도하는 능력을 주시길 빕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올해에도 평화를 위해 일하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빕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일치와 조화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연합할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