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연회 2008년 신년하례회 설교(2008.1.8)
역사의 이정표가 되는 믿음
하박국 2:1-4
할렐루야!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2008년 새해에 기독교대한감리회 서부연회와 오늘 신년하례회에 참석하신 여러분과 같이 하시길 축원합니다.
무자년 새해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서부연회와 우리 연회가 노심초사 기도하며, 복음전파와 평화를 위해 북한 동포들에게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우리는 한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2008년에도 서부연회에 속한 여러분의 교회와 가정 그리고 사업마다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길 소원합니다.
시간은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신비한 영역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세월은 쏜살같이 빠르게 날아가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시간에는 그 방향과 목적이 있음을 우리는 말씀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도서는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전 3:1)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때가 꽉 찬 경륜을 이루어 가는 줄로 믿습니다.
올해는 특히 무자년, 쥐띠해입니다. 이솝 우화에 ‘요술장이와 생쥐’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생쥐 한 마리가 요술쟁이의 집에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집에 고양이가 살았기 때문에 무서워서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술쟁이는 불쌍하게 생각해서 생쥐를 고양이의 모양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생쥐가 개를 무서워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개의 모양으로 다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호랑이가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 실망한 요술쟁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겉모양만 바뀌었지 속은 계속 생쥐의 마음이니 가망이 없다. 다시 생쥐가 되어라.”
믿음은 무엇입니까? 믿음생활은 단지 겉모습의 변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믿음은 속사람의 변화를 뜻합니다. 겉모양이야 어떻게 보이든, 외형적인 조건이 어떻게 변화하든 그것들은 문제의 해결점이 되지 못합니다. 해결은 생쥐의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 거듭 나는 부활에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올해에 겉모습 뿐 아니라 속사람도 새로워지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특히 우리 서부연회는 역사의 이정표로서 부름을 받았습니다. 저는 적어도 서부연회만큼은 우리 한국 사회에서, 한국기독교의 역사에서 이정표를 세우겠다는 믿음으로 새해를 맞아야 할 줄로 믿습니다.
소설 <25시>의 작가로 유명한 게오르규가 오래 전에 한국을 방문한 일이 있습니다. 그는 루마니아 정교회의 신부였습니다. 그때 그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역할에 대하여 매우 감동적인 비유를 들었습니다. 게오르규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을 타는 해병이었다고 합니다. 그때 잠수함은 시설이 아직 불완전하여 필수적으로 토끼장을 싣고 다녔습니다. 토끼를 싣고 다닌 까닭은 잠수함 안의 산소를 측정하는 계기 역할이 필요하였기 때문이고, 이 토끼를 지켜보는 것이 게오르규의 임무였습니다.
바로 하나님께서는 오늘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또 토끼를 지켜보는 게오르규처럼 역사의 파수꾼으로 세우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잠수함의 토끼처럼 시대와 역사의 흐름 앞에 민감해야 하며, 이를통해 예언자의 사명을 잘 감당하여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이렇듯 두 개의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 앞에서, 다른 하나는 세상 앞에서 바로 서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예언자 하박국에 관한 말씀입니다. 하박국은 마치 파수군의 입장이 된 심정으로 하나님의 역사에 참여하였고,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그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내가 내 파수하는 곳에 서며 성루에 서리라 그가 내게 무엇이라 말씀하실는지 기다리고 바라보며 나의 질문에 대하여 어떻게 대답하실는지 보리라”(2:1).
드디어 그는 하나님으로부터 이제 공개적으로 활동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그러나 하박국이 할 일은 백성 앞에서 외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임무는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바를 판에 새겨 늘 백성들의 눈앞에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약속의 성취가 더딜지라도 하나님이 미리 정하신 때가 되면 그 약속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박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다림은 더 많은 것을 견디게 하고, 더 먼 곳을 보게 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눈을 갖게 하는 법입니다. 그는 진정한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가는 선구자요, 사람들에게 시대의 징표를 일깨워주고 역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의 삶을 살았습니다.
하박국은 이렇게 선언하였습니다. “그러나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2:4). 이 말씀은 기독교 역사에서 전환점이 되는 구호가 되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 말씀을 중심으로 복음을 해명하고 로마서를 기록하였습니다. 로마서 1장 16절에는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이 말씀을 구호로 삼아 교회를 개혁하는 신학적 원리로 삼았습니다. 마틴 루터가 “가장 큰 것을 믿는 자는 가장 많은 것을 지킬 수 있다”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새해를 이끌어 가는 가장 큰 에너지는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특히 예언자 하박국처럼 ‘역사의 이정표가 되는 믿음’입니다. 그런 믿음으로, 영원한 희망이신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희망적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감리교회부터 먼저 합심하고 협력하여 “신실한 사람들”로 거듭나고, 영적인 능력을 회복하여 기독교의 이미지를 갱신하고, 민족과 사회를 향해 강력한 희망을 제시하는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환상을 봅니다. 그것은 우리 감리교회가 한국 기독교의 가장 대표적인 희망 브랜드가 되고, 감리교인들이 가장 신실한 사람의 대명사가 되는 꿈입니다. 우리 감리교회의 영성과 예배와 복음을 위한 수고가 우리 사회와 역사를 이끌어가는 영적 나침반이 되는 그런 미래를 바라봅니다. 그것은 우리 먼저 썩어짐으로써 한국 기독교를 살리는 일이며, 우리가 먼저 섬김으로써 하나님의 교회를 높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특히 서부연회가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복음을 전하는 일과 우리 한민족의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을 위해 선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평양 칠골교회의 건축을 위해서도 뜨겁게 기도하면서 마음과 정성을 모으는 한 해가 되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2008년 한 해도 나날이 새로워지고, 든든히 서 가며, 세계와 세상으로 나아가는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 “희망을 주는 서부연회”가 되시길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