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지역감리교회 연합주일예배 설교(2007.6.24)
거룩한 낭비, 희망의 투자
마 26:6-13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오늘 희망대심방으로 우리나라 동쪽 끝에 있는 울릉군을 방문하게 된 것을 감사드립니다. 제가 여기까지 찾아 온 것은 우리 땅 독도가 궁금하고, 옛 우산국도 구경하고 싶었습니다만, 무엇보다 울릉도에 계신 우리 감리교회와 여러분을 뵙고 싶어서입니다. 이 시간 동산교회와 죽암교회가 함께 연합하여 예배드리게 된 것도 울릉도의 희망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금요일 아침에 출발하여 포항에서 경북동지방 동역자들을 만나 격려하고, 어제 울릉도에 도착하여 독도경비대를 위문하였고, 또 울릉군에 희망의 쌀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제부터 장마가 져서 걱정을 했습니다만, 이렇게 반가운 얼굴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저는 2년 반 전에 감독회장이 되고 나서 지금까지 국내외 약 300여 군데 가량 교회를 방문하였습니다. 마치 담임목사가 교인가정을 심방하듯 전국과 해외에 있는 교회를 심방한 것입니다. 그 중에는 장애인교회, 개척교회, 농촌교회, 해외선교지교회, 복지시설교회, 도시의 대형교회 등 다양한 곳이었는데, 저는 이런 저런 모양의 교회를 다니면서 희망을 설교하면서, 또 많은 희망과 가능성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실 저도 섬사람입니다. 저는 강화도 시골에서 태어나 성장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농촌 사정을 늘 듣고 지내고 있습니다. 제 형님도 지금까지 농사를 짓고 계시는 자랑스러운 농부이십니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은 농민들입니다. 그렇다고 사정이 곧 나아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농어촌을 살릴 방안과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도록 저희도 기도하며, 힘을 모으겠습니다.
저는 죽암교회와 동산교회, 그리고 울릉도에 언제나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가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가정과 마을과 객지에 나가 살고 있는 식구들, 집에서 기르는 짐승들과 자연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임하기를 축원합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전국과 미국에 5,825교회가 있으며, 교인수는 153만 5천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제가 매 주일 전국의 감리교회를 심방하면서 늘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영남지역에 감리교회가 아주 적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선교 초기부터 이 지역은 감리교회 선교지역이 아니어서 뒤늦게 이곳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울릉도에 감리교회의 씨앗이 뿌려져 이렇게 동산교회와 죽암교회가 성장하고 있음을 볼 때 참으로 기적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울릉도지역에도 신실한 감리교인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와 그 분의 교회에 충성하는 감리교회 동역자 두 분이 계시며, 이를 통해 장차 크게 부흥하게 될 것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연약할지라도 하나님의 마음에 합당한 교회, 지역 사회에서 칭찬 듣는 교회가 되길 축원합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사역에서 있었던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한 여인이 향유 한 옥합을 가지고 와서 식사 중이던 예수님께 와서 그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에 부어드렸습니다. 다른 복음서와 비교해서 보면 이 옥합은 300데나리온이나 되는 값비싼 향유가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장년 한사람이 일 년 동안 부지런히 노력해야 구할 수 있는 매우 값비싼 산 향유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여인의 행위는 결코 계산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여인이 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계산이 빠른 가룟 유다는 “이 값비싼 향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을 도우면 더 좋을 뻔 했다”라고 마음의 불평과 불만을 털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여인이 내게 잘 하였도다”라고 말씀하였습니다. 이 여인의 투자는 돌아올 이익을 계산한 투자가 아니었습니다. 이 여인이 한 일은 아름다운 섬김의 모습일 뿐인데, 세상 사람들은 투자가치가 없는 곳에 투자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값비싼 향유를 예수께 바친 것은 어찌보면 낭비입니다. 폴 틸리히는 “이 여인의 행위는 거룩한 낭비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거룩한 낭비’야말로 참된 투자임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것이야말로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지극한 사랑의 표현이고, 섬김의 모습이었습니다.
요즘 부모들의 열성적인 교육열로 사교육비가 엄청나게 지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투자를 하면서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을 하겠습니까? 내가 늙으면 몇 배로 상환 받아야 되겠다는 부모가 있습니까?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상거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직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연인관계에서 서로 간의 선물이나 데이트 비용에 어떤 타산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오히려 나누지 못해 안달입니다. 사랑을 하면 어떤 때는 낭비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사랑의 세계에서는 세상적 투자 기준으로 투자 할 수 없습니다. 세상적 기준에서 보면 투자가 아니요, 망하는 길이요, 낭비하는 길입니다. 그러나 그 투자가 그리스도 안에서는 진실한 투자일 때가 더 많습니다.
다가 오는 8월 23일에 영남지역 복음화를 위한 영남선교대회가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립니다. 영적대각성 100주년을 맞이하여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를 위해, 또 영남지역 감리교 선교의 부흥을 위해, 그리고 153만 감리교인들이 뜨겁게 하나 되는 역사를 이루어가려는 것입니다.
사실 어떤 분들은 영남선교대회에 대해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 많은 돈을 소비하면서 꼭 해야 하느냐라는 계산적인 항변입니다. 그러나 저는 선교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생각, 사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주도에서는 두 대의 전세 비행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연회에서는 KTX 차량 몇 대를 이미 예약 하였습니다. 어느 시골 지방에서는 일 년 예산에 해당하는 비용으로 전세 버스를 예약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또 서울연회, 서울남연회를 비롯한 여러 연회에서 삼남연회의 지방들과의 자매결연을 맺었고, 지속적인 후원과 발전 계획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어느 장로님이 영남선교대회 기념으로 예배당 건축과 원로 목사님들의 쉼터를 위해서 땅을 기증하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울릉도에 계신 여러분께도 뜨거운 기도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예수님께서는 낭비적인 여인의 투자에 대해서 “내 장사를 위하여 행하였느니라”고 칭찬하셨습니다. 이 여인의 투자가 예수님의 장례식을 미리 행하는 행위 속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입니까? 굉장한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내 복음이 전파되는 곳 어디서든지 이 일을 말하여 저를 기념하라”고 하셨습니다. 여인의 투자야 말로 성공적 투자였습니다. 참된 만족의 투자요, 행복의 투자였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붙드는 영원한 투자였습니다.
사실 영남선교대회를 개최하고, 10만 명의 감리교인이 모이는 일은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우리의 계획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능으로 걸음을 인도하셔야 합니다. 예레미야 10장 23절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여호와여 내가 알거니와 인생의 길이 자기에게 있지 아니하니 걸음을 지도함이 걷는 자에게 있지 아니하니이다”(렘 10:23). 그래서 기도가 필요합니다. 결코 기도보다 앞설 수 없습니다. 영남선교대회를 위한 기도 투자는 참으로 희망의 투자요, 슬기로운 행동입니다.
희망의 투자가 무엇입니까. 투자가 아닌 것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볼 때는 헛된 것이요, 낭비요,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볼 때 그것이야말로 참된 투자입니다. 가룟 유다가 보는 것은 세상이 우리를 보는 눈초리와 같습니다. 낭비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도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중에 구경꾼은 없습니까. 어떤 모습으로든지 투자를 하십시다. 기도로 투자하십시다.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을, 봉사를 투자하십시다.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슬기로운 투자가 많을수록 성숙한 열매를 얻는 기쁨이 있을 것을 확신합니다.
제가 지난달에 울릉도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있는 인도네시아 메단섬과 니아스섬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쓰나미라는 엄청난 재난을 당한 가난한 사람들의 마을이 있었습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쓰나미 재난 피해자를 돕는 헌금으로 그 섬에 교회 5곳, 교육관 2곳, 목사관 1곳을 봉헌하였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비포장도로를 몇 시간 가야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인도네시아 교회의 부흥의 열기는 대단히 뜨거웠습니다. 2억이 넘는 많은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 특히 회교 국가에서 선교의 문이 열리고, 교회가 부흥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준 것은 20년 전에 감리사로 일할 때 있었던 선교여행이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20년 전, 1987년 여름에 감리사 일행 18명이 고 장기천 감독님과 함께 인도네시아 메단을 방문하고 감리교 지도자들과 선교 협약을 맺었습니다. 그 내용 중에 하나가 앞으로 인도네시아 감리교회에 한국교회에서 100개 처의 예배당을 건축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인도네시아 감리교신학대학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런데 학장인 시트로 감독이 우리 일행을 어느 산으로 인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산중턱에 평지가 있었는데, 그는 우리를 둘러서게 한 다음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나는 1981년 서울을 방문하여 감리교 본부를 방문하였습니다. 한국감리교회 부흥소식을 들으면서 우리 인도네시아 감교회도 한국감리교회와 같은 부흥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교회와 관계를 맺고 한국교회의 도움을 위해서 1981년 이후 이곳에서, 이 동산 이름을 시온산이라고 부르면서 기도해 왔습니다. 한국감리교회여 우리를 도우소서. 오늘 인도네시아 감리교회의 요청에 의해서 오신 것이 아니고 한국 감리교회 지도자들의 오심은 하나님께서 저의 기도에 응답으로 믿습니다.”
참으로 놀랍고 신비한 일이었습니다. 우리의 방문이 있기 전에 그분의 기도가 먼저 있었습니다. 그 후 인도네시아에는 한국감리교회에서 건축한 교회가 400개 처가 넘었습니다. 신학교 강의실도, 기숙사도 건축하여 봉헌하였습니다. 금년 8월에는 인도네시아감리교회에서 한국감리교회로부터 받은 선교후원 20주년 감사예배를 계획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기도는 외상이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기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는 틀림없이 거룩한 낭비를 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는 희망의 투자를 외면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특징은 늘 사실을 왜곡합니다. 말이나 행동이 부정적입니다. 엄두도 내기 전에 미리 겁을 집어먹습니다. 말끝마다 제 복을 제 입으로 다 까먹는 사람이어서 “재수없다”, “야단났다”, “걱정이다”, “누구 탓이다” 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되었습니다. 그러니 다가오는 복까지 달아나게 마련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희망의 백성입니다. 천국의 자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만드신 분입니다. 나를 이 땅에 보내신 분입니다. 나의 삶을 지탱해 주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 영혼을 받아 주실 분입니다. 바로 하나님께서 나의 희망의 근거요, 희망의 원천이며, 희망의 내일이 되십니다.
하나님께서 울릉도와 독도를 사랑하시고, 은혜를 베푸시길 원합니다. 이 땅이 하나님의 희망을 바라보는 땅이 되게 하시고, 희망의 백성이 살아가는 하나님의 동산으로 복음화 되기를 원합니다.
이 일을 위해 동산교회와 죽암교회가 하나님께 쓰임 받아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로 부흥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