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8-22 장안사회복지관 개관식 설교
그리스도를 본받아
눅 22:26-27
반갑습니다.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이 새롭게 단장하고 다시 개관하는 잔치를 열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처음 개관한지 13년만의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마 건물을 새롭게 리모델링한 것처럼, 이제 처음의 마음과 다짐으로 새 출발하는 기회가 되기를 부탁드립니다. 항상 첫사랑이 중요합니다. 이 복지관이 꿈꾸었던 이상과 부딪혔던 현실은 늘 숙제로 남아있겠지만, 그래도 처음 열정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은 변치 말기를 바랍니다.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이 문을 연 당시만 해도 우리 사회에 사회복지의 개념이나 이해가 부족한 때였습니다. 이제는 양극화 문제가 일반화 되었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으나, 아직 그 때만하더라도 복지를 논의하기에는 조금 철 이른 느낌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는 민주화가 진행 중에 있어 갈등이 만연하였고, 발전도상국가로서 시대적 과제가 참으로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때에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이 출범했으니 큰 무게와 기대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바야흐로 우리 사회도 복지국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사회적 요청과 국가의 지원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회도 복지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이 앞으로 사회복지관으로써 좋은 모델이 되고, 모범답안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일찍이 보여주신 대로 하면 됩니다. 예수님의 공생애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나눔과 섬김’의 실천이었습니다. 가난하고 힘없고 병든 사람들, 즉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은 바로 복음 선포의 주요 내용입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가복음 22장 27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앉아서 먹는 자가 크냐 섬기는 자가 크냐 앉아서 먹는 자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눅 22:27)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종의 신분으로 겸손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주님은 지배자나 섬김을 받는 자로 이 땅에 오지 않았으며,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소외, 그리고 약함에 동참하셨습니다. 이런 점에서 예수님은 ‘섬기는 자 그리스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의 사회봉사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의 삶에 대한 응답입니다. 신약성경에서 봉사는 ‘디아코니아’인데, 바로 예수님께서 친히 행하셨듯이 허리를 굽혀 봉사하고, 남의 발을 씻어주는 섬김의 삶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큰 자는 젊은 자와 같고 다스리는 자는 섬기는 자와 같을지니라”(눅 22:26).
교회가 남을 위해 봉사하고, 섬김의 직분을 담당하려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본받는 일입니다. 이웃사랑은 예수 사랑에 대한 신앙적 응답이며, 윤리의 기본입니다. 사회봉사는 이웃사랑의 또 다른 말입니다.
오늘날 이웃사랑과 사회봉사가 사회와 세상으로 확대되고, 조직화와 네트워크가 가능해지면서 섬김의 기회와 봉사의 질이 다양하고, 다변화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사랑의 근본정신이 훼손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본받는 일이 조금도 게을러서는 안 됩니다.
감리교회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는 복음의 열정을 품었던 위대한 전도자였고, 사회운동가였습니다. 그는 영국사회가 초기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에서 양산된 경제적 불평등과 인권경시,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면서 사회의 죄악들을 치유하지 않고는 사람들을 죄악에서 구원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각 개인이 거듭남을 체험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할 때 사회문제도 동시에 해결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존 웨슬리가 가르치고 모범을 보였던 경건한 삶과 감리교인의 박애운동은 다름 아닌 예수님의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의 계명 실천이었습니다.
저는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이 나눔과 섬김의 모범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회복하고, 사회적 성결을 이루어 나갈 수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또 전문성과 헌신을 강화하여 우리 시대에서 복지운동의 선구적 역할을 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일찍이 장안복지관의 모태가 된 태화복지관이 한국의 복지운동의 씨앗이 된 것처럼,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이 지역복지운동의 신기원을 만들어 가기를 희망합니다. 그리하여 이 지역 주민은 물론 앞으로 복지사회를 갈망하고,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대안운동으로 자리 잡기를 축원합니다. 그것은 늘 첫 사랑을 잊지 않고, 겸손하고 묵묵히 섬김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가능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새롭게 문을 여는 장안종합복지관과 함께 하셔서, 이 지역사회의 희망으로서 아름다운 등불이 되기를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