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연회 개회예배 설교(2006.4.6)
희망을 주는 연회
마 28:18-20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이는 충청연회와 함께 하시길 축원드립니다.
충청연회가 현상규 감독님의 인도 아래 성대하게 개회됨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충청연회가 새로운 비전과 희망으로 나날이 새로워지고, 든든히 서가며, 세계와 미래로 나아가는 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연회는 우리 감리교회의 전통적인 의회로, 감리교회를 감리교회답게 하는 메도디스트들의 고백과 헌신의 장입니다. 아무쪼록 충청연회가 생산적인 토론과 참여, 진정한 격려와 축하, 교회의 교회됨과 부흥을 모색하는 희망의 광장을 만들어 가길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하나님 앞에서 온 교회가 다시 결단하고, 모든 목회자가 새롭게 파송 받는 심정을 갖는 거룩한 공의회가 되길 바랍니다.
지금은 고난주간을 앞둔 사순절기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고난에 참여할 때 주님의 부활에도 참여하게 될 줄로 믿습니다.
네덜란드의 화가인 렘브란트는 많은 자화상을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렘브란트는 이삭의 희생이나, 돌아온 탕자와 같은 성경을 주제로 한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특히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을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은 그가 여러 작품 속에 자신의 얼굴을 삽입해 그려 넣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순교자 스데반에게 돌을 던지는 성난 군중 가운데 한사람으로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고,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치는 군중의 한사람으로 자신을 그렸고, 또 돌아온 탕자의 모습 속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는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나도 거기에 있었어요.” 렘브란트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죄를 변명하고, 자신의 악역을 부끄러워하고, 자신을 구원받아야 할 존재로 고백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도 렘브란트와 함께 그 악역의 자리에 서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십자가는 얼마나 큰 은혜입니까? 십자가에 드러난 고난과 영광이란 모순과 역설은 바로 인간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십자가를 든든히 붙잡고 나가야 할 것입니다. 더욱 뜨겁게 예수를 사랑하고, 십자가를 사랑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한국교회의 위상이나 신앙의 열정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목회현장 최전선에 계신 여러분은 교회의 영적 리더쉽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교회의 부흥에 대해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겸허하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참 교회요, 지역사회와 민족공동체를 위한 주님의 몸 된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십자가의 정신을 회복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범 교계적으로 영적각성운동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07년에 맞이하는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을 준비하면서, 이번 기회에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함께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운동의 출발점이 1903년 8월 남감리회 하디 선교사의 회개로부터 시작되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원산에서 서울을 거쳐 평양으로 점화되어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부흥운동의 초점은 ‘회개’였습니다. 이 운동 역시 당시 감리교와 장로교의 연합활동을 통해 연이어 불붙었음을 역사가 증언하고 있습니다.
감리교 본부에서는 5월 24일 존 웨슬리 회심기념일에 서울 양화진에 있는 외국인 선교사 묘역에 하디선교사 영적각성운동기념비를 건립할 예정입니다. 하디 선교사는 45년 간 한국 선교사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생애를 마쳤기에 이 땅에 묘비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하디 선교사가 이 땅에 남겨둔 영적각성운동을 재현하려는 의지를 담아, 또 우리 곁에 두고 간 어린 두 딸에 대한 추모의 정을 담아 기념비를 세우려는 것입니다.
선교사 하디는 그 당시 자신의 선교 역량 부족과 영적 능력의 결핍을 다음과 같이 술회한 바 있습니다. “나는 3년 동안 남감리회가 처음 세워진 지경터에서 애써 일을 하였으나 선교사업에 실패하였다.” 그러나 그는 갈급한 심령으로 1903년 8월에 감리회 선교사 일곱 명과 함께 원산에서 성경사경회를 열던 중, 큰 감화와 은혜를 받는 새로운 체험을 하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성령이 내 안에 충만하신 실증을 가지고서, 나의 부끄러움과 교만하고 완악한 마음과 믿음의 부족함과 모든 죄악을 자복하니 회중도 강한 죄의식과 믿음의 부족함을 비로소 깨닫고 모두 성령의 은사를 받게 되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원산 부흥운동의 출발이며, 이는 곧 1907년 대부흥운동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디는 자신의 깊은 영적 체험을 간증하고 회개운동을 촉구함으로, 한국 교회사의 역사적 전환점을 이룩하게 한 중심인물이 되었습니다.
120여 년 전 우리나라를 찾아 온 선교사들은 왜 미지의 땅을 찾아왔습니까? 그것은 한마디로 주님의 지상명령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이 오늘 한국교회 복음전파의 밑거름이 되었고, 하디 선교사의 영적각성운동이 성장과 부흥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헌신과 결단을 통해 우리 감리교회는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는 무엇입니까? 바로 성경적인 교회, 사도적인 교회, 복음적인 교회, 정통의 교회, 능력 있는 교회, 온전한 교회, 진정한 교회, 건강한 교회, 아름다운 교회, 그리고 더 좋은 교회를 만들어 가기위한 부흥운동이요, 자기 개혁운동인 것입니다.
우리가 희망을 주는 연회, 희망을 주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저와 여러분이 희망의 지도자로, 희망의 청지기로 자신을 비우고 하나님 앞에 빈손으로, 맨 발로 설 수 있어야 합니다. 바라기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우리 감리교회가 올해에는 더욱 영적으로 각성하고, 또 말씀으로 더욱 깊어지고, 전도의 문이 넓어지며, 거듭나고 새로워짐으로써 주님의 지상명령을 잘 수행할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올해 7월 20-24일에는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가 서울 금란교회에서 열립니다. 이 대회 역시 한국의 영적각성운동의 빛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한국감리교회는 그러한 위대한 영적유산으로부터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대회의 의미는 국내외에서 참석하는 일만 여명의 참가자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WMC 서울 대회는 150만 한국감리교인과 세계 7천만 웨슬리안들의 영적 축제요, 잔치입니다. 특히 세계감리교대회는 진정한 그리스도인, 진정한 세계인으로 바로 서려는 감리교인들의 영적선언이요, 화해와 평화운동이라고 믿습니다.
이제 겨우 100여 일 남았습니다. WMC 준비위원회에서는 오는 4월 30일 주일을 세계감리교회대회 특별기도주일로 정하고, 이날 모든 감리교회가 ‘WMC 성공을 위한 헌신예배’를 드릴 것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곧 영상물과 예배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모든 교회가 열심히 참여하고, 위하여 뜨겁게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 지방 감리사님들은 존 웨슬리 회심 주간에 지방성회를 열 때 마다 이 대회를 위해 기도하고, 홍보하고, 독려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지난 해부터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를 주제로 내 걸었습니다. 사람들은 무엇이 희망을 주는 것이냐고 구체적인 내용을 묻습니다. 당연한 질문입니다. 저는 한마디로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바로 감리교회가 감리교회다워지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웨슬리는 예배당을 크게 짓고, 교세를 확장하기 이전에 먼저 하나님 앞에서 철저하게 바로 서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초창기 감리교인들은 겨우 1%에 불과했지만 영국 사회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존 웨슬리의 부흥운동이 18세기 영국을 변화시켰듯이, 20세기 초에는 하디 선교사가 영적 새바람을 통해 부흥의 기초를 쌓았듯이, 우리는 21세기 벽두에 우리 감리교회가 앞장서서 새로운 부흥운동을 주도해야 합니다.
저는 영적각성운동, 세계감리교대회,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 이 모든 것은 진정한 그리스도인, 진정한 감리교인을 만들어 가기 위한 신앙운동이요, 영적운동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영적각성운동은 바로 진정한 감리교회가 되려는 운동이어야 합니다. 철저하게 감리교인 다운 감리교인이 되려는 신앙운동이 필요합니다. 감리교회가 지닌 본래의 신앙고백과 철저한 경건의 삶을 회복함으로써 우리는 희망을 주는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뜨거운 가슴과 경건한 생활, 규칙쟁이로서 정직한 시민의식, 나라 사랑과 민족복음화를 위한 헌신, 균형있는 전도와 봉사를 통해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를 이루어 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줄 믿습니다.
사랑하는 충청연회 연회원 여러분!
오늘 우리 교회는 부활의 증인으로 부름 받았습니다. 어떠한 고난이나, 십자가도 그 너머 부활이 있음을 믿기에 우리는 말씀대로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가야 합니다. 부활의 참 증인이 되는 길, 거기에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의 모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충청연회와 온 감리교회 위에 함께 하시길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