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1-04 배재학원 신년하례회 설교
희망의 새 사람
에베소서 4:20-24
새해, 새아침에 하나님의 은혜가 감리회 배재학당과 이 재단에 속한 모든 학교와 선생님들과 직원들 그리고 사랑스러운 학생들과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올해는 병술년입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더니, 새 천년을 맞는다고 분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6년입니다. 올해에도 하나님께서 이 민족과 한국 교회에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새해를 맞으며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 기독교의 시간은 목적이 있습니다. 세월은 쏜살같이 빠르게 날아가지만, 그 방향과 목적이 있음을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를 변화 시킵니다. 우리 자신을 보더라도 흰머리가 많아지고, 주름살이 늘어가며, 기력이 점점 쇠하여 갑니다. 학생들이 성장하여 학교의 품을 떠나가고, 사회환경과 세대차이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 신앙의 변화는 외모와 외적 환경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내면의 문제입니다. 회개, 세례, 중생, 성장, 부흥 이란 낱말들은 모두 내적 변화로부터 출발합니다. 성경 맨 처음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께서 무로부터 유를 창조하신 일이나, 마지막 요한계시록의 “새 하늘과 새 땅의 창조”에 대한 말씀은 전적으로 변화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변화했습니까? 기독교만이 아닙니다. 요즘 세상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합니다. 변화가 시대의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변화의 코드를 읽어야 시대를 리드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스티븐과 숀 코비 부자가 쓴 <성공하는 사람을 위한 7가지 습관>이란 책이 있습니다. 특히 세 번째 책은 아들 숀 코비가 10대들을 위하여 쓴 것인데, 저자는 10대들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수많은 도전 앞에서 선 10대들이여 그대들은 나침반이 필요하다. 여기 일곱 가지 습관을 몸에 배게 하라. 그러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일곱 가지 중에 맨 마지막 7번째는 “끊임없이 쇄신하라. 규칙적으로 자신을 새롭게 하라” 입니다. 한마디로 변해야 산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구구절절 변화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생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하므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
우리는 교회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배운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사랑을 가르치셨고, 사랑을 위하여 고난 받으셨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안다는 것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달라지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아는 것’(교리)과 그렇게 ‘사는 것’(행위)을 결코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에베소서 4장 20절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직 너희는 그리스도를 이같이 배우지 아니하였느니라.”
즉 그리스도로 인해 구원을 받아 새 사람이 된 성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진리 자체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그를 배울 뿐 만 아니라 그를 닮아 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멸망의 길로 가던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성령의 능력으로 새롭게 거듭나서 새 사람으로 재창조 되어야 합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개인이나, 국가나 우여곡절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고마운 것은 새해에 대한 전망이 조금씩 회복을 진단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경제전망이 지표상으로 호전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의 세상을 보는 눈은 매우 어둡습니다. 언론도 희망보다는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고 있어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어깨가 더욱 움츠러듭니다. 물론 우리는 현실에 민감해야겠지만 보다 더 멀리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코앞에 닥친 현실은 결코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우리나라 경제는 얼마나 성큼 성장과 도약을 이루어 왔습니까? 우리 사회는 얼마나 비약적으로 민주화되고, 인권이 개선되었으며, 남북관계가 발전하였습니까? 지금 우리는 제자리걸음이나 퇴보가 아니라,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분명히 바라보아야 합니다. 비관하는 백성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감사해야할 이유가 충분히 있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지난 연말에는 국회에서 사학법 개정으로 크게 소란스러웠습니다. 여당이 일방적으로 몰아갔다는 비판도 있고,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우리 교계의 염려도 많았습니다. 특히 기독교 설립 이념이 크게 훼손되어 학원 선교의 문이 막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습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교육운동을 주도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근대적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운영한 것은 바로 기독교요, 특히 우리 감리교회입니다. 저는 기독교신앙을 통해 인재가 양성되고, 학원 안에서 본래의 건학 이념에 따른 신앙교육은 반드시 보장 받아야 합니다.
사실 사학법 개정은 큰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안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일부 사학재단이 ‘사악’재단으로 불리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부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사학은 직원채용과정에서 금품 및 인사비리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비리 사학은 반성과 개혁이 없는데, 학생과 국민에게 참으라고만 한다면 용납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처음부터 교육을 비지니스로 시작한 사학은 없을 것입니다. 오늘 교육의 문제가 불법사학을 만들었을 것이고, 또 역으로 비리사학이 오늘의 교육에 대한 불신을 낳았습니다. 우리가 신앙의 첫사랑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듯이, 교육 역시 순수한 교육에 대한 헌신과 희생의 정신을 회복해야 합니다.
저는 미션스쿨이야말로 무엇보다 구원의 진리와 학생과 교사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어야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과거를 자랑하는데 익숙할 뿐,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데 소홀합니다. 꿈을 희망으로 바꾸는데 게으릅니다. 덴마크 속담에 “오래된 착오는 새로운 진실보다 지지자가 많다”는 말이 있습니다. 때로 우리는 기득권을 가진 이들을 탓하면서 우리는 또 다른 의미의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았는가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이 영적으로 새로워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간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내 가정, 내 직장, 내 환경 자체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바라기는 기독교 신앙과 이념으로 세워진 이 배재학교가 그 믿음의 기초답게, 그 신앙의 학풍답게 가장 정직한 학교로, 가장 신실한 학교로 분명한 변화와 새로움이 있는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배재학당이야말로 하나님의 허락 속에 세워진 학교요, 이 땅에서 하나님의 선물로 존재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 학교가 개교한 1885년 8월 3일은 바로 한국 근대교육이 시작된 날입니다. 또 1887년 2월 21일에는 고종이 학교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자랑하는 “배재학당”(培材學堂)은 “나라에 쓸 유익한 인재를 키워내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지난 120년 동안 우리 민족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棟樑)을 길러왔습니다.
저는 배재학당이 우리 민족을 위한 일꾼과 한국감리교회를 위해 사역자들을 많이 길러낸 일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배재학당이 이 땅의 희망으로 탄생하였고, 우리 민족의 선물로 우리에게 주어졌듯이, 이젠 여러분 자신이 우리에게 희망이 되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그리스도인은 희망의 새 사람입니다. 믿음으로 사는 우리는 거룩한 꿈을 꾸는 사람들입니다. 믿음은 희망의 새날을 예비하는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입니다. 존 번연은 “믿음이 건강할 때는 희망도 결코 병들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올해에 감리교회의 영적각성운동 차원에서 ‘메도디스트 운동’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감리교인다운 감리교인이 되려는 운동입니다. 그것은 영국 사회를 변화시켰던 처음 메도디스트들의 모습, 그 뜨거움, 그 정직함, 그 복음에 대한 열정, 그 사회의 병을 고치려는 의지, 그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헌신을 닮으려는 것입니다.
영적으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사회봉사를 통해 세상을 섬기며, 하나님 앞에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세계감리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 개최가 계기가 되어, 먼저 우리 한국감리교인 부터 ‘메도디스트 운동’을 벌여 나간다면 거기에서부터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배재학당이 우리 감리교회가 수행하는 인재양성과 사회봉사를 위해 더욱 귀하게 쓰임 받게 될 것을 믿습니다. 특히 “나라에 쓸 유익한 인재를 키워내라”는 자랑스러운 사명감을 회복하여, 우리 사회와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고 인정을 받는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하나님께서 올해도 복에 복을 더하고, 은혜에 은혜를 더 하셔서 언제나 “희망을 주는 배재학당”이 되기를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