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회 설교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호 12:6, 마 5:9
오늘은 제 81회 NCC 총회를 축하드립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된 회원 교회들과 참석하신 총대 여러분 위에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우리 총회의 주제는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입니다. 평화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말씀이고, 명령이며, 그 분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또한 우리 모두의 영원한 희망입니다.
본문인 마태복음 5장 9절은 예수님의 산상설교에 담긴 내용입니다. 독일의 언론인 프란츠 알트는 <산상설교의 정치학>이란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산상설교를 하시던 시대의 상황을 어떻게 오늘에 적용이 가능한가를 현실 정치에 비추어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인 그리스도인 정치인들에게 “당신은 산상설교의 말씀에 따라 정치하는가”를 묻고, 또 그 적용을 따지고 있습니다. 늘 조찬기도회를 앞세우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에게도 따져 물어 볼 일입니다.
인도의 간디가 기독교 선교사로부터 힌두교가 산상설교를 수용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는 “장미의 비밀을 생각해 보시오. 장미는 향기를 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좋아합니다. 형제여, 당신도 향기를 내시오!”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다름 아닌 복음은 이론이 아닌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산상설교는 논리가 아닌 적용의 문제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산상설교에 따라 향기를 내야합니다. 당연히 평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산상설교는 말씀을 듣는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 즉 하나님의 새로운 세계에 참여할 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예수님의 8복의 말씀 중에서 가장 큰 행복은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특권을 얻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권에 참여하는 길은 바로 화평케 하는 일이라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확신하건대 이 시대에 하나님의 선하시고, 온전하시고, 기뻐하시는 뜻을 한 가지 손꼽으라면 평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구원받은 우리를 화해자로 부르셨습니다.
한마디로 평화는 행복을 이루는 가장 큰 비결인 것입니다. 즉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 즉 하나님의 새 세계에 참여하는 것이며, 이 민족의 화해와 통일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평화는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이며, 구원받은 백성을 향한 약속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화평\\’이신 것은(엡 2:14) 하나님과 깨뜨려진 관계가 그의 죽으심으로써 다시 회복되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평화를 위해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유엔은 2000년을 평화문화의 해로 삼고, 이후 10년 동안을 어린이 평화문화의 해로 정한 바 있습니다. 또한 세계교회협의회(WCC)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폭력극복 10년(Decade to Overcome Violence)으로 정하여, 폭력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1990년 서울에서 열렸던 ‘정의, 평화, 창조질서 보전(JPIC) 세계대회’에서도 폭력에 대한 세계 교회의 입장이 분명하게 확인된 바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평화의 온전한 의미를 받아들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이루고, 적극적인 비폭력으로 갈등을 해결하면서, 정의를 세우기 위하여 모든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원하는 평화는 소극적이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롬 14:17).
특히 우리나라는 평화와 통일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NCC는 기초석을 놓고 징검다리를 놓는 일에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통일은 하나의 민족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갑작스럽게 통일이 되어, 새로운 분단을 내포하는 그러한 통일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북관계는 이념의 통일이기 보다 사회의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교는 통일과정의 어느 단계에서든 민족의 삶과 함께 있어야 하고, 또 정의와 평화의 복음을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통일은 민족의 구성원들이 골고루 자유와 평등과 복지를 누릴 수 있는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화해와 교류협력을 통해 외적인 분단을 극복해 가는 것이 그 시작이라면, 내적인 분단까지 극복하여 통일된 민족사회를 형성하는 것은 그 완성이 될 것입니다.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는 평화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희망이 되셨습니다.
이제 곧 주님을 대망하는 절기인 대림절이 돌아올 것입니다. “그 날에 이새의 뿌리에서 한 싹이 나서 만민의 기호로 설 것이요 열방이 그에게로 돌아오리니 그 거한 곳이 영화로우리라”(사 5:10).
바로 그리스도 강림의 약속은 평화였습니다. 우리 NCC가 이 시대와 오는 세대 속에서 끊임없이 희망의 등불을 켤 수 있도록 기름을 예비하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