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학당 창립 120주년 감사예배(5월 30일)
희망으로 길러내는 인재
호 12:6
먼저 배재학당 창립 1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한국감리교회의 출발과 함께 닻을 올려, 이 땅에 근대 교육운동을 출범시킨 배재학당의 창립기념은 언제나 이 민족의 경사요, 잔치입니다.
2005년은 한국 교회와 우리 민족에게 크게 의미가 있는 해입니다. 기독교 선교 120주년을 맞으며, 또 우리 겨레는 광복 6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교회나 우리 사회나 반가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그것은 희망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이 시간에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희망이란 선물을 준비해 가지고 왔습니다.
120년 전 한국 땅에 복음을 처음 전한 사람은 27세의 미국인 아펜젤러 목사였습니다. 그는 뜨루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갓 안수를 받은 젊은이였습니다. 푸른 눈의 젊은 목사가 19세기 말 거의 무너져 내리던 조선왕국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가 절망에 처한 우리 민족을 향해 어떤 마음으로 복음을 전했을까 생각하면 아펜젤러 목사가 참 고맙습니다.
아펜젤러 목사는 우리 민족의 희망이 된 사람입니다. 그의 보고서와 일기, 편지들이 하나의 역사가 되었고, 그가 세운 배재학당은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으로 남아있습니다.
배재학당이 의미 있는 것은 하나님의 허락 속에 세워진 학교요, 이 땅에서 하나님의 선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지난 120년 동안 우리 민족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棟樑)을 길러왔습니다.
이런 시가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기르고, 양육하는 인재양성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되새겨 줄 듯합니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우리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교회와 학교를 통해 이 땅에 복음을 증거하고, 하나님의 희망을 만들어 나가시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처음 배재학당의 출발점이 된 것은 영어를 가르쳐야 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동에 자리 잡은 스크랜턴 선교사가 병원에서 진료할 때, 옆에서 돕는 한국인들이 영어를 못 알아들어 곤란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들이 생겨났는데 지원자 가운데 스크랜턴이 추천한 이겸라, 고영필 두 학생으로 ‘학교’ 를 시작했습니다. 그 날이 1885년 8월 3일이며, 바로 한국 근대교육이 시작된 날입니다.
1887년 2월 21일에는 고종이 학교 이름이 지어 주었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자랑하는 “배재학당”(培材學堂), 즉 “나라에 쓸 유익한 인재를 키워내라”는 뜻이었습니다.
아펜젤러 목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학교는 궁극적으로 복음 선교의 도구였습니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성경을 가르치거나 예배를 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드디어 정식으로 학교를 연지 1년이 되는 1887년 7월 24일, 배재학생 박중상이 아펜젤러의 사랑방에서 세례를 받게 되었는데, 그는 국내에서 이루어진 한국인 감리교 첫 세례교인입니다. 아펜젤러가 떨어뜨려놓은 한문 성경책을 가져다 읽던 중 종교적 관심을 갖게 된 한용경은 두 번째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유치겸, 윤돈규 등이 계속하여 세례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펜젤러 선교사는 이들을 중심으로 신앙 집회를 열었고, 그 일을 위해 사용된 공간이 바로 ‘벧엘 예배당’이며, 이것이 정동제일교회로 발전하였습니다.
국왕은 ‘나라에 쓸 만한 유익한 인재를 길러내라’는 뜻으로 배재학당이란 이름을 지어 보냈지만, 아펜젤러는 이 나라는 물론 ‘하나님 나라 건설에 쓰일 유익한 인재를 길러내’는 일에 더욱 힘썼습니다.
저는 배재학당이 우리 민족을 위한 일꾼과 한국감리교회를 위해 사역자들을 많이 길러낸 일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배재학당이 이 땅의 희망으로 탄생하였고, 우리 민족의 선물로 우리에게 주어졌듯이, 이젠 여러분 자신이 우리에게 희망이 되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올해는 한국감리교회도 선교 120주년입니다. 남감리회 첫 번째 교인이 된 윤치호 선생은 1893년 12월 12일자 일기에서 이렇게 기록하였습니다.
“나는 모든 종교들 가운데 기독교를 선택한다. 기독교는 그 가르치는 바를 성취하기 때문이다. 기독교 중에서도 개신교를 선택하는 까닭도 그 성취 능력 때문이다. 나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고 가르치는 종파 중에서도 감리교회를 선택한다. 그것은 그들이 목적한 바를 실천하고 성취하기 때문이다.” 윤치호 선생은 독립협회를 이끌며 초기 민족운동의 불을 지폈으며, 애국가를 작사한 인물이니다.
여러분이 잘 알듯이 한국 근대사에서 감리교회가 차지하는 역할은 대단하였습니다. 그것은 윤치호 선생의 말처럼 감리교회가 목적한 바를 실천하고 성취하는 교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참 도를 믿고 그것을 가르치고 실천했던 감리교회는 나라를 구하고 민족을 선도하는 위대한 선구자로서 역할을 다하였습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라는 표어를 내 걸었습니다. “그러니 너희는 하나님께로 돌아오너라. 사랑과 정의를 지키며, 너희 하나님에게만 희망을 두고 살아라”(호 12:6)는 메시지는 지금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지금 사람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것은 희망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희망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목말라 찾는 것은 하나님입니다. 모든 희망의 원천이요, 우리에게 복을 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바울 사도는 로마서 15장 13절에서 “희망의 하나님께서 믿음에서 오는 온갖 즐거움과 평안을 여러분에게 충만하게 주시고, 성령의 힘으로 희망이 여러분에게 차고 넘치게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믿는 이들 앞에 계셔서 따르게 하시고, 미래의 약속과 희망을 통하여 만나시고 부르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산 소망으로, 살아있는 희망으로 하나님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희망으로 이 땅에 세워진 배재학당과 희망으로 부르심을 받은 여러분, 우리가 먼저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으니,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합시다. 훌륭한 제자를 양성하고, 이웃에게 복음을 증거하고, 민족의 평화를 위해 봉사하는 일은 마땅히 행할 일이며,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배재학당을 축복하셔서 더욱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임받기를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