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120주년 기념감사예배(4월 5일, 내리교회)
희망을 주는 한국교회
호 12:6
할렐루야!
먼저 지난 120년 동안 고난과 역경으로 가득했던 이 땅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120년 전 오늘은 부활주일이었습니다. 그 날 부활의 기쁜 소식과 함께 우리 민족에게 복음이 전해졌습니다. 어김없이 겨울이 지나면 새 봄이 오듯이,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가 이 땅에서도 아름답게 열매를 맺게 되었음을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성도님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한국교회는 120년 전 부활주일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아펜젤러 선교사가 본국으로 보낸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1885년 부활주일에 제물포 항구에 도착한 직후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한국은 여전히 불안하다. 서울에는 불온한 요소들이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데, 그것들이 완전히 뿌리 뽑힐 때까지는, 그리고 허약하고 무질서한 정부가 강력해질 때까지는 ‘밝은 아침의 나라’(朝鮮)의 진보는 기대되기 힘들며 대신 많은 불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부활절에 이곳에 도착했다. 오늘 사망의 빗장을 산산이 깨뜨리시고 부활하신 주께서 이 나라 백성들이 얽매여 있는 굴레를 끊으사 그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누리는 빛과 자유를 허락해 주옵소서!”
처음 도착한 선교사들의 눈에 이 땅은 얼마나 척박하였을까요? 그들의 눈에 이 나라 민중은 얼마나 불쌍해 보였을까요? 이 민족의 운명은 얼마나 불안해 보였을까요?
사실 당시 우리 민족의 삶은 골고다와 같았고, 십자가와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십자가를 넘어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듯이, 이 민족에게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은총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고통 속에서, 아픔 가운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신앙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부활신앙을 통해 여전히 분단의 아픔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 민족과, 북한 동포들에게까지 희망의 복음으로 전해지길 기원합니다.
한국교회는 지난 120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제는 성숙한 신앙공동체로서 거듭나야 할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1907년 한국교회 부흥운동의 정신을 되살려, 영적으로 새롭게 각성함으로써, 영혼구원과 민족복음화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아펜셀러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부활주일에 이 땅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사실은 대단히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어느 곳에도 ‘부활의 빛’에 숨겨진 교회는 하나도 없습니다. 교회는 바로 주님의 부활 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주님의 부활을 증거 하는 참된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십자가를 넘어 ‘부활의 사건이 있는 교회’, 부활하신 주님이 제자들에게 “평안하냐?”고 물으셨던 것처럼 ‘주님의 평화가 있는 교회’, 과거의 역사에 만족하지 않고 어제와 오늘 그리고 영원히 동일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생생히 ‘고백하고 증언하는 그런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민족은 올해로 광복 6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 민족과 교회가 일제 강점기에 겪은 수난의 고통과 순교의 상처는 민족의 십자가와 비견될 만큼 참혹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제기한 독도 문제와 교과서 왜곡 파동은 아직도 진정한 광복이 멀었음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부활의 소식은 참된 회개와 뼈를 깎는 반성에서 비롯될 터인데, 일본은 아직도 먼 이웃으로, 과거의 존재로서만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는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본의 회개를 촉구하며, 그들에게도 진정한 과거 반성과 정의에 기초한 화해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제 한국 교회는 그들에게도 부활의 참 소식을 전하며, 일본 땅에도 복음의 역사가 만개하기를 함께 힘써야 할 것입니다.
오늘 선교 120년을 맞은 우리 한국교회는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의 희망을 설계하고 전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지나간 첫 번째 60년은 구한 말 척박한 땅에 복음의 뿌리를 내리고 일제 강점기 속에서 고난과 함께 교회가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두 번째 60년은 해방과 분단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성장과 분열을 함께 겪어온 세월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세 번 째 60년을 맞이합니다. 이제 우리가 준비할 것은 평화를 이루어 가는 교회요, 통일시대를 여는 교회입니다.
이제 한국 교회는 변화하고 성장하는 시민 사회 속에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교회를 넘어서 사회적 리더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과제를 두고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교회로서 교회다움을 회복하고, 타자를 위한 교회로서 섬김의 자세를 회복하며 그리고 미래의 희망으로서 교회가 예언자의 능력을 회복할 때 가능합니다.
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는 언제나 다시 쓰는 현대사이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잠시 120년 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갑신정변의 여파로 서울 분위기는 외국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쇄국정책을 썼던 당시 조정은 서양 종교가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았으므로 단지 교육과 의료 사업만을 허락 받았으며, 직접적인 복음전도는 금지된 상태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들과 한국 초대교회는 전국 각지에서 복음전도와 교회설립에 헌신하였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최상의 선교 조건과 신앙의 자유를 지니고 있습니다. 최고의 예배시설과 넉넉한 재정을 자랑합니다. 이 모든 일은 우리 시대가 만든 것이 아닌 120년부터 뿌려진 씨앗의 결과이며, 아름다운 신앙의 유산과 전통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토대 위에 우리 자신의 현대사를 써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과 함께, 우리가 지금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에 충성하고 있는지, 이 시대의 등불로서 민족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 화해와 생명 그리고 봉사라는 우리 사회의 흐름과 어떻게 조율해 나가고 있는지 우리는 새롭게 도전받고, 또 결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너희는 하나님께로 돌아오너라. 사랑과 정의를 지키며, 너희 하나님에게만 희망을 두고 살아라”(호 12:6).
성경은 가장 큰 희망이야말로 하나님께 있음을 증거합니다. 우리가 마음을 돌이켜 하나님을 향하고, 사랑과 정의를 지킴으로써 하나님을 믿는 백성답게 살아가며, 무엇보다 하나님을 바라고 하나님께만 희망을 두는 것이 이 민족의 살길이요, 구원의 길임을 분명히 일깨워 주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한국교회가 역사를 쌓아갈수록 하나 되고, 연합하여 곧고 푸르게 자라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우리 마음을 하나님께로 돌이키십시다.
저는 우리 한국교회가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고, 구원의 손길을 베풀며 이 땅에서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 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사랑과 정의의 마음을 회복합시다.
이제 선교 12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죽도록 충성하여 “희망을 주는 한국 기독교”, \”희망을 주는 한국교회\”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