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회원교회와 총대 여러분!
저는 오늘 80주년 기념총회에서 총회의 선택을 받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영광의 자리가 아닌 봉사하는 자리요, 대표하는 자리이기에 앞서 섬기는 자리임을
알기에 더욱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NCC가 걸어온 지난 80년의 역사는 자랑할만한 것입니다. 그것은 민족의 수난에 동참하고,
민중의 아픔과 연대하려는 구체적인 몸짓이었습니다. 영광을 얻는 일을 마다하고, 고난을
자처하면서 민족공동체를 섬기고자 했습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 충성을 다한 착한 종의
역할이었음을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모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난 10여 년 간 우리가 당면해온
어려움은 우리가 갈등에 익숙해 있고, 평화를 조율하는데 미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의 미래를 열어 가는 일은 먼저 우리 자신에게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요구합니다.
새로운 지도력은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성실함과 타자를 위한 교회로서 섬김의 자세 그리고
미래의 희망으로서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함으로써 가능합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에큐메니칼 운동 새틀짜기(reconfiguring the ecumenical
movemen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핵심적인 비전은 변하지 않은 채
남아있지만, 그 구조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새롭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에큐메니칼 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공통된 문제의식은 우리 한국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교회 간 일치와 연합운동이라는 보편적 과제에 더욱 성실해야 하고,
우리 사회에서 화해와 평화를 나눔으로써 통일시대를 열어 가는 구체적인 과제에도 더욱
충실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1년 간 회장으로서 어느 지혜자의 기도처럼 일하겠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여유 있게 바라 볼 수 있도록 하소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그리고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