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 임 사
존경하고 사랑하는 150만 감리회 가족여러분!
그리고 마음 다해 교회를 섬기는 교역자와 평신도 지도자 여러분!
여러분의 지지와 선택에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오늘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4회 총회를 통해 29대 감독회장으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지금 저는 두렵고 떨립니다. 당선자로서 지낸 며칠 동안 수많은 의견들을 주셨습니다. 의견을 듣는 동안 감독회장이라는 직책이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막중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시간들은 잇단 실패로 좌절과 불안에 사로잡힌 청년목회자 웨슬리가 ‘대단히 내키지 않는’(very unwillingly) 발걸음으로 올더스게잇의 작은 모임을 찾아 갔던 1738년 5월 24일 저녁과 같았습니다.
올더스게잇의 저녁! 그 저녁은 좌절과 불안의 웨슬리를 다시 세우는 저녁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시 세우는 감리교회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두려움과 불안, 중압감으로 인한 떨림이 아니라 다시 서는 감리교회에 대한 기대와 열정, 그리고 그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으로 두렵고 떨립니다.
1930년 12월 남북 감리교 합동과 기독교조선감리회 총회 조직은 한국 감리교회의 ‘자치시대’를 연 역사적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선교사 관리시대를 지내온 한국 감리교회는 그 때부터 독자적으로 한국인 감독의 목사 안수와 파송이 가능하였고 지방회와 연회, 총회 등 의회 조직과 운영에서 한국교회가 주체적인 역할과 기능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과 법을 제정하였고 법에 따라 사람을 세우고 교회를 운영해 나갔습니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 한국 감리교회는 복음전도와 사회봉사, 민족운동과 문화선교 분야에서 다른 어느 교파, 교단도 따라올 수 없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감리교회입니다.
세상의 빛으로 그 사명을 다한 감리교회입니다.
감독회장 선출문제로 야기된 혼란과 무질서, 수치와 절망의 시간들을 지나면서 ‘세워질 교회’라기보다는 ‘무너질 교회’의 모습을 연상케 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좌절과 실패의 웨슬리를 다시 세우신 하나님의 손길이 있습니다. 숱한 갈등과 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선대들이 일관되게 추구했던 ‘하나의 교회’가 우리 감리교회입니다. 이제 세상의 빛으로 다시 서는 감리교회를 위해 저는 역사와 감리회의 모든 가족들 앞에서 두렵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 제29대 감독회장으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다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오늘부터 저는 감리회 모두를 위한 감독회장이 되겠습니다. 역대 최대의 득표율로 저를 선택해 주셨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하나의 교회를 이루는 가족입니다. 잘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20년 10월 29일, 오늘은 감리교회 수습과 안정이 시작되는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리회 가족여러분!
1930년 남북 감리교 합동과 합동총회에서 초대 감독으로 선출되었던 양주삼(梁柱三) 목사님은 한국 감리교회의 미래를 첫째, 정신적으로 신령한 교회, 둘째 민족과 인류에 봉사하는 교회, 셋째 협동하고 단결하는 교회로 전망하였습니다. 신령(spirituality)과 봉사(service)와 연합(solidarity)을이루는 교회를 꿈꾸었던 것입니다.
세 가지 기능과 역할이 모두 중요하지만 위기의 시대에는 ‘신령’ 회복이 가장 시급합니다.
영성 회복 없이 진정한 연합과 봉사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 사업이 아무리 번창하고 화려하여도 ‘신령함’이 그 안에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고전 13:1)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감리교회를 감리교회답게,
‘다시 서는 감리교회’를 만드는 감독회장이 되겠습니다.
감독회장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우선 소통하는 감독회장이 되겠습니다. 지금은 자기주장을 잠시 멈추고, 분주했던 사업과 행사를 내려놓고 침묵 속에서 말씀하시는 그분의 음성에 귀를 열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을 통해 역사하시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여러분과 수시로 소통하는 감독회장이 되겠습니다. 권위적인 감독회장 문화를 청산하겠습니다.
감독회장의 권한을 분산시키겠습니다. 현재의 갈등은 감독회장에게 집중된 권한 때문입니다. 신뢰받는 감독회장의 지도력을 위해 권한을 분산시키고, 협의하며 함께 하는 감리교회를 다시 세우겠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진실한 감독회장이 되겠습니다. 선거과정에서 약속했던 모든 것을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 신뢰받는 감독회장으로 솔선수범해야 감리교회가 다시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어렵습니다.
개교회들은 비대면예배로 새로운 예배문화를 경험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미주자치연회의 감리회 가족들은 더 힘들 것 같습니다.
1,300여 국외선교사님들의 겪는 어려움을 말도 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선교지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음 졸이고, 선교지에 계신 분들도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위험한 가운데 얼마나 큰 수고를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살피고 듣는 감독회장이 되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오랫동안 갈등과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갈라진 ‘틈’을 메우고 연결하는 다리가 되겠습니다.
목회자들에게 목회하는 즐거움을 주고, 평신도들에게는 감리교인 인 것이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150만 감리회 가족 여러분!
2020년 10월 29일. 오늘 감리교회가 다시 시작합니다.
“세상의 빛으로 다시 서는 감리교회” 그 역사가 시작됩니다.
이 길을 함께 걸어주십시오.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 섬기시는 교회 위에 하나님의 축복과 평안이 넘치길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제29대 감독회장 이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