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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보감

작성자
도현종
작성일
2019-03-25 09:20
조회
460
중국 최대의 간신 장수 백기는 자결할때 “내가 하늘에 잘못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이렇게 된 것도 당연하지..장평에서 항복한 수십만 조나라 병사를 상대로 계교를 써 생매장한 것이 바로 내가 아닌가. 죽어 마땅한 일이지.."
(我何罪于天而至此哉 ... 我固當死 長平之戰 趙卒降者數十萬人 我詐而盡阬之
是足以死)
수백년뒤 당나라때 소가 벼락에 맞아 죽었는데, 살펴보니 '백기'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이에 사람들은 백기는 40만을 생매장한 일로 하늘의 노여움을 사 죄값을 모두 치루지 못하여 수백년이 지난 뒤에도 가축으로 태어나 벼락을 맞고 죽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활동한 30년간 죽인 숫자는 175만 정도였다고 기록한다, 간신의 최후이다.

조선을 대표하는 충신忠臣 근보 선생은 절명시(絶命詩)에서 비통한 서산낙일명재경각(西山落日命在頃刻)의 심경을 표현한다. “울리는 북소리 목숨을 재촉하고 저무는 해 서산에 지는구나. 황천 가는 길엔 주막도 없다는데 오늘 밤은 어디서 잠들어야 하나.” 격고최인명(擊鼓催人命) 회두일욕사(回頭日欲斜 )황천무일점(黃泉無一店) 금야숙수가(今夜宿誰家) 

동병상련한 사육신들의 심정은 거의 일치해서 비슷한 시조를 남길 정도였다. 성삼문은 “님의 밥, 님의 옷을 먹고 입으니 한평생 먹은 마음 변할 수가 있으랴. 이 죽음은 충과 의를 위한 것이니 현릉의 푸른 송백, 꿈에서도 못 잊으리라.”고 했고, 이개(1417~1456)는 “인명이 우정(禹鼎)처럼 소중히 여겨질 땐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지만, 홍모처럼 가볍게 여겨질 땐 오히려 죽는 것이 영광이다. 날이 밝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다 문 밖에 나서니 현릉의 송백이 꿈속에서도 푸르구나.”고 의연하게 노래했다.  

의리(義理)는 태산(泰山)과 같이 무겁고, 목숨은 홍모(鴻毛)와 같이 가볍다. 홍모는 기러기의 털이라는 말로 극히 가벼운 사물을 비유한다. 목숨은 기러기 털처럼 가볍고, 비장하고 아름다운 이름은 태산보다 무겁다. 우리는 굽은 일을 하며 길게 사는 것보다 곧은 일을 하며 짧게 사는 한살이(一生)의 중요성을 기러기의 가벼운 깃털을 통해 배운다고 믿었다. 시성(詩聖) 두보(712~770)는 “사람의 훌륭하고, 훌륭하지 않음은 관 뚜껑을 덮고 나서야 정해지는 것이니, 이 때문에 군자는 의리에 맞게 죽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丈夫蓋棺事始定).”고 한다.   

조선 전기의 문인 성간(1427~1456)의 모친은 아들이 수양대군의 동생 안평대군과 교유(交遊)하고 자주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아들에게 말했다. “왕자의 도리는 마땅히 문을 닫고 손님을 뿌리치고 근심할 뿐이지 어찌 사람을 모아 친구를 삼는 일이 좋을 수 있겠는가. 실패할 것이 틀림없으니 너는 교제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고 한다. 성간은 이후 안평대군의 초대에 응하지 않고 어울리지 않았다. 훗날 왕위에 오른 세조는 안평대군과 그 측근들을 죽였지만, 어머니의 말씀을 새기고 자중자애한 성간은 결국 살생부의 화(禍)를 피했다.

계유정란의 책사이자 간신 한명회(1415~1487)는 후일 조야에서 퇴임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자 송나라 승상을 지낸 한충헌을 흉내 내어, 갈매기를 벗 삼아 지낸다는 ‘압구정’이란 정자를 한강변에 짓고는 靑春扶社稷 白首臥江湖) 청춘부사직 백수와강호-젊어서는 조정을 떠받치고 늙어서는 강호에 누웠네)이란 현판을 내걸었다. 이를 본 생육신 김시습(1435~1493)은 가운데 글자를 각각 하나씩 고쳐 靑春危社稷 白首汚江湖(청춘위사직 백수오강호-젊어서는 사직을 위태롭게 하고 늙어서는 강호를 더럽히네)라고 통렬하게 조롱했다.

이득과 재물을 위해 양심이나 친구를 팔고, 권력과 출세를 위해 곡학아세하고, 부귀영화를 위해 목숨을 구걸하는 것도 인간이 걷는 길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인간은 된 사람 노릇을 하지 못하고 그릇된 일을 하며 사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정치의 길, 후회 없는 인간의 길, 부끄럽지 않은 역사의 길을 걸어갔다. 죽지 못해 산다는 게 힘들고 부끄러워서 우리는 뜻도 없이 구차하지만, 지사志士들은 죽을 때를 찾아 올바로 죽음으로써 사람 노릇을 제대로 했다.

잔혹한 (대수양大首陽)이던, 가련한 (단종애사端宗哀史)이던, 정치를 하거나, 망치를 들거나, 대통령이던, 국회의원이던, 충신이던, 역신逆臣이던, 모두가 옳고 그름을 떠나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다. 승자인가, 패자인가, 강자인가, 약자인가, 고결한가, 더러운가, 등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모사재인(謀事在人)성사재천(成事在天)이다. 매우 아쉽게도 역사는 이긴 자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면서 그들에 의해 만들어져서 전해진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승자독식의 전쟁과 같은 세상에서 강자와 이긴 자의 편에 서는 기록이 역사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어떤 교훈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때로 가지기도 한다. 천도무친(天道無親) 상여선인(常與善人). 하늘의 도란 특별히 친한 사람이 없지만 언제나 착한 사람의 편이 된다는 언어이 세상 돌아가는 일과 거의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많이 일어난다. 살다보면 좋은 날도 온다거나, 그래도 우리 앞에는 아름다운 날들이 남아 있다는 말들이 순전히 거짓말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자주 생긴다.   

밤이 길면 악몽도 길어진다. 시간은 과연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인가. 태극기 민심이던, 촛불민심이던, 여당이던, 야당이던, 모두가 이기적인 폭력과 야만성의 패거리를 지어 위태로운 절벽 앞에서 자신들이 가진 기회와 모험, 다가올 우연과 운명을 최대한 시험하는 개탄스러운 시국이다. 하나의 거울로서 계유정난의 무자비하고 살벌한 풍경들이 때로 오버랩(overlap)되지만, 연작(燕雀)의 작은 마음이 홍곡(鴻鵠)의 큰 뜻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무력함과 한탄, 비애가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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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새겨지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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