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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불던 날

작성자
최천호
작성일
2016-01-28 08:05
조회
2484

열다섯 살부터 뱃사람이 되었다는 수염도 깎지 않은 사공 아저씨는 말을 할 때마다 누런 이가 들어나 보이는 언청이였다 . 결혼을 했었다고도 하고 자식이 있었는데 죽었다고도 하고 , 겨울 동안은 보이지 않다가 봄이 되어 언 몸을 녹인 배들이 고기를 잡으러 몸을 추스를 때면 포구에 나타나 술에 취해 흥얼거리는 노래로 아침을 맞이했다 .

동리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싸우는 일도 없고 , 그가 물고기를 잘 잡는 사공이기에 타관사람이라고 무시를 당하지도 않았다 .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자만 아는 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웃으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누런 앞니가 보였다 .

봄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갈바람이 지쳐 지나가고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날까지 , 깊은 바다에 닻을 내리고 노와 돛 , 그리고 키도 없이 뜨거운 태양과 바람과 별빛만 가득 담은 멍텅구리 배에서 낮이나 밤이나 반짝이는 비늘과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물고기들만 잡아 육지로 보냈다 .

아버지가 아름드리나무를 여름내 깎아 안마당 처마 안쪽에 세워놓은 절구통을 굴리다 꼬꾸라트려 바깥마당 도랑에 처박은 태풍이 열다섯에 뱃사람이 되었다는 사공 아저씨가 타고 있던 배를 스무 조각도 더 낸 채 물속에 가라앉히고도 한나절을 더 머물며 손톱을 세웠었다 .

두려움으로 밤을 새운 고요한 아침 , 이름도 없이 사공이라 불리었던 김 씨 아저씨가 조각난 뱃머리 나무토막에 허리를 붙들어 맨 채 선하고 선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누워있었다 . 사람들은 그가 하늘을 보면 일기를 예측할 줄 아는 사람이고 , 얼마든지 살아날 수 있었는데 , 아까운 사람이 스스로 죽은 거라며 , 가을 색이 물든 산기슭에 땅을 깊이 파고 눈물과 함께 그의 몸을 반듯하게 뉘어 주었다 .



전체 3

  • 2016-01-28 09:15

    선문답 이야기 같군요.
    어리석은 자가 깨닫기엔 너무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 2016-01-28 16:08

    선문답까지야---,
    어릴 때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 2016-01-28 18:53

      호 기인이었군요.
      실재로 있었던 사건이라 하시니 참으로 묘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사공이 죽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 있지 않은 것 같아 목사님의 목회적 해석을 좀 해주시지요?
      그러면 저 같은 어리석은 자가 글을 올리신 이유에 대하여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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