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입니다

작성자
김정효
작성일
2020-11-06 22:06
조회
183
안혜리의 시선] 하다 하다 이젠 국민더러 살인자란다
[중앙일보] 2020.11.06
안혜리 기자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입니다, 살인자. 집회 주동자들은. ”

노영민 비서실장 국감서 망언
문 정부 편 가르기 DNA 드러내
“실수 아닌 의도적 셈법” 아닌가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반(反)정부 광화문 집회를 막겠다고 경찰이 쌓은 차벽인 이른바 ‘재인 산성’을 비판하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책상을 치고 삿대질을 하며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술자리에서 흘러나온 실언도 아니고 지난 4일 생중계된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불법 집회 지지가 아니라 반대 목소리를 원천 봉쇄하는 정부의 과잉 공권력 집행을 문제 삼은 것인데도 노 실장은 이 정부 사람들 특기인 능숙한 프레임 전환 수법을 동원해 “광화문 집회로 7명 이상이 죽었는데 그걸 옹호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수고했다”며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려는 여당 운영위원장 말을 자른 후 기어이 “살인자”라고 외친 걸 보면 앞에 앉은 야당 의원뿐 아니라 국민들 들으라고 작심해서 뱉은 말 같다.

이 정권 특유의 편 가르기 DNA야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지지자 아닌 비판자를 향한 토착왜구나 적폐 따위의 웬만한 막말엔 놀라지도 않지만 노 실장 입에서 튀어나온 “살인자” 소리엔 소름이 끼쳤다. 부동산·세금 등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없는 사람은 더 먹고살기 어렵게 만들고 북한군에 총 맞아 죽어도 북한 눈치 보며 오히려 우리 국민 탓을 하는 친북 행보로 온 국민을 멘붕에 빠뜨리는 거로는 부족한 모양인지 하다 하다 이젠 국민더러 살인자라니 하는 말이다.

국민의 녹을 먹는 공직자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망언이지만 공적 마인드 부재로 종종 물의를 일으켰던 노 실장에게는 그런 기본적인 사리 분별 요구조차 무리인가 싶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다른 청와대 참모들에겐 살 집 하나만 남기고 다 팔라고 주문해놓고 정작 본인은 반포의 ‘똘똘한 한 채’를 남기고, 세 번이나 그를 뽑아준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나서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과거가 떠올라 하는 말이다. 또 지난 2015년 국회 산자위원장 당시엔 의원실에 불법 카드단말기까지 갖다놓고 시중 서점에서 팔지도 않는 자기 시집을 경영 악화로 고통받던 광물자원공사·석탄공사 등 소관 공기업들에 수천 부씩 할당 강매한 남다른 경제관념 역시 잠시 잊고 있었다.

여당도 아닌 야당 시절부터 이렇듯 세금 도둑질에 가까운 안면 몰수 갑질 강매로 물의를 일으켜 공천조차 못 받았던 인물이 대통령 옆에서 한 줌 권력을 맛보더니 누구 말마따나 뇌가 이상해진 모양이다. 아일랜드 인지신경과학자 이안 로버트슨은 『승자의 뇌』에서 “아주 잠깐 권력의 맛만 살짝 봐도 이기적으로 바뀌고 다른 사람 관점에 무관심해진다”고 했다. 이런 권력의 속성 탓에 노 실장이 실수한 걸까. 그는 “살인자” 발언 2시간 뒤 “표현이 과했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을 비판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를 보면 오만이 하늘을 찌르다 못해 비판세력을 향한 살기까지 느껴지는 노 실장의 이날 발언은 실수가 아닌 정권 차원의 의도적인 셈법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은 적대적 공생”이라며 “강경한 독선과 오만을 저지름으로써 반대편의 강경한 세력을 키워주고 이런 구도하에서 대중이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사소한 것으로 여기게끔 만들어 장기 집권을 꾀할 수 있다는 셈법”이라고 분석했다. 언제까지 통할지 모르겠으나 그 과정에서 나라는 점점 품격을 잃고 망가져 간다.


[출처: 중앙일보] [안혜리의 시선] 하다 하다 이젠 국민더러 살인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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