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느티나무 아래서
작성자
이은재
작성일
2008-07-29 12:04
조회
1525
입석 연수원의 여름이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장마비로 한바탕 쓸어간 수동시냇물은 이른 아침에는 설악산 계곡물처럼 맑게 보입니다. 수동은 아직도 반디불이가 나오는 청정지역이니까 주변은 시끌시끌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은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잘 지켜야 할텐데 인간의 탐욕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입석연수원 관내에 300년된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시냇가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300년을 살아온 것입니다. 밑둥치에는 작은 터널만한 구멍이 있고 몇년 전 태풍에는 가지가 찢어져 고통스런 모습을 보였는데 보호수로 지정되어 시의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구멍도 막았고 가지들도 케이블로 잘 묶어두고 중장비가 와서 가지치기도 해서 말쑥하게 단장을 했습니다.
그 나무 아래에서 시냇물을 바라봅니다. 300년이 얼마나 긴 시간일까, 50여년도 이렇게 길고 힘든데, 너는 어떻게 이렇게 살아왔는지, 참 대견하다, 놀랍다, 아, 그리고 한숨입니다...나무는 말이 없습니다. 문득 정호승의 나무에 관한 시가 떠오릅니다.
<벼락에 대하여> 정 호 승
벼락맞아 쓰러진 나무를 보고
처음에는 무슨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듬해 봄날
쓰러진 나무 밑동에서
다시 파란 싹이 돋는 것을 보고
죄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나무가 벼락을 맞는다는 것을
나무들은 일생에 한번씩은 사람들을 위해
벼락을 맞고 쓰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누가 나무를 대신해서
벼락을 맞을 수 있겠느냐
오늘은 누가 나무를 대신해서
벼락맞아 죽을 사람이 있겠느냐
300년을 살아온 나무를 보면, 그래서 만감이 교차합니다. 고마움, 안스러움, 미안함...
말없이 우리를 대신하여 벼락맞으며 살아온 나무, 그 나무는 이 땅의 민중들과도 같습니다. 권력자들을 대신해서 벼락맞으며 수천년을 살아온 이 땅의 무지렁이 백성들. 그들이 고맙고, 안스럽고, 미안합니다. 벼락맞아도 다시 새싹을 틔우는 그들이 있어 우리 역사를 지킬 수 있었겠지요. 그 한숨과 아픔을 가진 벗들이시여, 혹 살기가 힘들다고 느껴지시면, 이원규 시인의 지리산을 노래한 안치환의 노래를 들어보시고, 아무때든지 입석연수원 300년 느티나무 아래로 오십시오. 그냥, 놀러, 오십시오.
장마비로 한바탕 쓸어간 수동시냇물은 이른 아침에는 설악산 계곡물처럼 맑게 보입니다. 수동은 아직도 반디불이가 나오는 청정지역이니까 주변은 시끌시끌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은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잘 지켜야 할텐데 인간의 탐욕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입석연수원 관내에 300년된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시냇가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300년을 살아온 것입니다. 밑둥치에는 작은 터널만한 구멍이 있고 몇년 전 태풍에는 가지가 찢어져 고통스런 모습을 보였는데 보호수로 지정되어 시의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구멍도 막았고 가지들도 케이블로 잘 묶어두고 중장비가 와서 가지치기도 해서 말쑥하게 단장을 했습니다.
그 나무 아래에서 시냇물을 바라봅니다. 300년이 얼마나 긴 시간일까, 50여년도 이렇게 길고 힘든데, 너는 어떻게 이렇게 살아왔는지, 참 대견하다, 놀랍다, 아, 그리고 한숨입니다...나무는 말이 없습니다. 문득 정호승의 나무에 관한 시가 떠오릅니다.
<벼락에 대하여> 정 호 승
벼락맞아 쓰러진 나무를 보고
처음에는 무슨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듬해 봄날
쓰러진 나무 밑동에서
다시 파란 싹이 돋는 것을 보고
죄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나무가 벼락을 맞는다는 것을
나무들은 일생에 한번씩은 사람들을 위해
벼락을 맞고 쓰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누가 나무를 대신해서
벼락을 맞을 수 있겠느냐
오늘은 누가 나무를 대신해서
벼락맞아 죽을 사람이 있겠느냐
300년을 살아온 나무를 보면, 그래서 만감이 교차합니다. 고마움, 안스러움, 미안함...
말없이 우리를 대신하여 벼락맞으며 살아온 나무, 그 나무는 이 땅의 민중들과도 같습니다. 권력자들을 대신해서 벼락맞으며 수천년을 살아온 이 땅의 무지렁이 백성들. 그들이 고맙고, 안스럽고, 미안합니다. 벼락맞아도 다시 새싹을 틔우는 그들이 있어 우리 역사를 지킬 수 있었겠지요. 그 한숨과 아픔을 가진 벗들이시여, 혹 살기가 힘들다고 느껴지시면, 이원규 시인의 지리산을 노래한 안치환의 노래를 들어보시고, 아무때든지 입석연수원 300년 느티나무 아래로 오십시오. 그냥, 놀러,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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