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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파수꾼

작성자
노재신
작성일
2021-03-21 15:15
조회
419

셀프 근신이 끝나는 어젯 밤 나는 깊은 잠에 들지 못해 뒤척이다 12시 5분경 산책을 위해 옷을 입고 나가려 했습니다. 아이들도 그 늦은 시간까지 잠에 들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고 있기에 "네 이넘들... 왜 아직까지 잠을 안자는 거냐! 빨리 자 이넘들아!" 그러자 후다닥 자리 정돈을 하며 잠에 들려하는 척 하였습니다.

"아빤 지금 이 시간에 어디가세요? 또 산책 가시게요?"
"그래, 아빤 일찍 나갔다가 아주 일찍 들어오려 산책을 간다 왜! 근데 큰 오빠는 아직도 안들어 왔니?"
"네, 아직도 안들어 왔어요.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아이들과 늦은 인사인지 아니면 너무도 이른 인사인지 헛갈리는 인사를 나누고 산책을 나왔습니다.

사실 말이 좋아 산책이지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밤거리를 방황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근신과 정직, 면직과 휴직을 당하는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그러한 날들이 많아 졌습니다.
어느 장로님은 주님은 사랑하는 자녀에겐 단잠을 주신다는 말씀을 인용하며 자신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가 보라 하셨는데... 나는 그 분의 말씀에 비춰 본다면 사랑하시지 않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이러한 나에 대하여 많은 걱정을 해 줍니다. 고마울 뿐입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아내인데 아내는 지금도 제 걱정만을 해 줍니다. 그래서 내게는 평강공주와 같은 아내입니다.

왜 하필 이 시간에 길거리에 나와야만 했을까?
늦은 밤이기도 하고 이른 아침이고 한 시간.... 뭔가가 애매모호하고 뭔가가 불분명한 시간입니다.
누군가에겐 너무도 분명한 시간이겠으나 내게는 그러했습니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시간에 주님은 나의 단 잠을 뺏으시고 밤거리를 서성이게 하셨던 것입니다.
내게 주시는 징계일까? 아니면 뭔가 깊은 뜻이 있음이었을까? 그에 대하여는 잘 모르겠습니다.

늦은 밤, 이른 새벽의 거리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가로등만이 훤히 비추며 내가 떠난 산책의 길을 비춰줄 뿐이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하며 한참이나 길을 걷고 있는데 젊은 아이들이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승용차가 요란한 랩 음악소리와 함께 길을 지나갔습니다.
'에이고, 이놈들, 요란시럽게들 다닌다. 언제나 철 좀 들려냐....'
닫혀진 창문임에도 불구하고 요란한 음악소리를 울리며 지나가는 자동차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여전히 착잡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꼰대인 내 눈에 보이는 저 아이들의 행동은 철없는 행동처럼 보이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 나름대로 뭔가 이유가 있고 뭔가 의미가 있음일 것이라고도 생각을 해 봅니다.
'하나님은 저 아이들의 행동을 보시고 뭐라 하실까? 철부지 장난이라 하실까? 아니면 젊은 날의 추억이라고 하실까? 그도 아니면 저주 받아 마땅한 죄악이라 하실까?'

주님은 나의 생각과 무관하게 아무런 답변도 행동도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아마 저들의 행동들을 그리 나쁘게만 보시지 않으심 같았습니다.
'그래,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니 젊음을 즐기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지...저들에게도 나름 분명한 이유와 뜻이 있음이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자 마음이 좀 홀가분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이 늦은 밤, 그리고 이른 새벽에 이 거리를 방황함에도 뭔가 내가 모르는 이유와 뜻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 내가 잠 못 이룬 것에도 이유가 있고 이 늦은 밤, 이른 새벽 시간 이렇게 방황함과 같이 거리를 걷고 있음 또는 뭔가 분명한 하나님의 뜻이 있음 일거야!'

요천 변을 따라 한 참이나 거슬러 올라간 나는 다리를 건너 걸어 왔었던 반대 방향으로 다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생각을 합니다.

한 참을 걸어 내려 오던 내게 커다랗고도 검은 물체가 공중에 서 있음을 보았습니다.
뭘까 궁금한 나는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하며 그곳에 도착하였습니다.
그 곳엔 커다란 날개와 부릅뜬 거대한 눈을 갖고 계신 그 분이 계셨던 것입니다.
그 분의 눈은 요천 건너편 조금 전 젊은 아이들의 자동차가 요란하게 지나가던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하기도 하였고 또 다른 어느 곳인가를 주시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나는 그 분을 우러러 보며 물었습니다.
"무엇을 바라보고 계심입니까?"

그러자 그 분은 아무런 말도 없이 두 눈을 돌려 내 모든 것을 보실 수 있을 것만 같은 두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만 계셨습니다.

약간은 섬뜻하기도 하고, 약간은 낯익은 것 같기도 하고, 약간은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그 분의 두 눈을 주시하며 발걸음을 옆으로 옮겨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분의 눈도 나를 따라 움직이며 나를 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의 눈에도 내가 신기해 보이실까? 아니면 불쌍해 보이실까? 그도 아니면 괘씸해 보이실까?
알 수 없는 그 분의 눈을 피해 서서히 뒷걸음으로 자리를 옮기려던 순간 그 분이 내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너를 주시하고 있음이야! 내가 너를 지켜 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 내가 항상 너를 지켜 보고 있음이니 담대하게 니가 하고픈 일을 행하면 되 알겠지? 그리고 스스로 항상 조심도 하면서 말이야!"

그 분의 눈은 CCTV카메라가 움직이는 것과 같이 나를 향해 바라보며 내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과연 어제 늦은 밤, 이른 새벽에 내가 보았던 그 분은 과연 무엇(누구)이었을까요?

커다란 두 눈을 갖고 있었으며, 커다란 두 날개가 있었지만 날개 짓은 하지 않았으니 날고 있음은 아니라 할 수 있으나, 길다란 전봇대 위만큼 하늘에 떠서 사방을 주시하고 둘러보고 있었으니, 이 밤의 파수꾼이라 생각을 합니다. 조명이 비취지 않은 어둔 밤이었으므로 그가 입은 옷의 색은 분별할 수 없었으며, 얼핏 보면 커다란 부엉새와 비슷하기는 하나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고 오히려 내려 주시하며 바라보니 그 또한 아닌 듯 합니다. 과연 그 분의 존재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음이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었다면 마음 한편으론 감사했고 또 다른 마음 한 편으론 두렵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 늦은 밤, 이른 새벽에 주님이 내게 밤잠에 들지 못하게 하여 이 밤거리를 서성이게 하심은 밤의 파수꾼인 그 분을 만나게 하려 하심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찬양 한 곡 같이 듣고 싶습니다.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 다윗과 요나단의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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