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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서드】은행고목(銀杏古木)

작성자
함창석
작성일
2020-07-30 13:42
조회
413
은행고목
銀杏古木

시인/ 함창석 장로

은행나무는 일단 겉보기상태로는 동아시아 원산의 낙엽교목으로 자웅이주다. 허나 실제로는 침엽수도 활엽수도 아닌 독자적인 계통군을 형성하는 독자적인 형태의 식물로 분류된다. 겉씨식물인 소철 역시 편모를 지닌 정자를 발견하여 소철문이라는 독자적인 문을 형성하여 대부분의 침엽수와는 구분된다.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만이 현존하는 식물로, 지질학상 고생대 페름기부터 자랐고 7속 수십 종이 있었다고 추측되고 있으나 초기 쥐라기부터 점점 줄기 시작하여서 신생대 팔레오세에 와서는 북반구에만 남았었고 플라이오세 말기에 대대적으로 멸종해서 현재에는 동아시아에 1종만이 남아 있다.

생물학 분류에서 문 위에는 계가 위치하고 그 계에는 동물계와 식물계, 균계, 원생생물계, 고균계, 세균계가 있다. 식물계로 정의되는 10개가량의 문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종의 수가 1개이다. 2번째로 개체수가 적은 웰위치아가 속한 마황 문 속의 식물들도 70종정도는 남아있다는 것이다.

신생대 플라이스토세까지는 한반도에서도 자생했다. 현재 야생에서 존재하는 개체는 없으며, 자연적으로 멸종된 종이라고 오랫동안 알려져 왔으나 중국의 저장성 일대에서 소수의 서식지가 있는 것으로 주장하나 확실하지 않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일컬어지는 식물 종이다.

은행나무는 IUCN 적색 목록에서 멸종위기종(EN, Endangered)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로수 등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가 멸종 위기종이라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야생에서 인간의 도움없이 번식하고 자생하고 있는 은행나무 군락을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이 지정의 이유다.

은행나무가 쇠퇴한 이유는 직접적으로는 공룡시대를 마감한 K-Pg 멸종과 관련 있다. 당시 한반도의 정 반대편 멕시코 부근에 떨어진 운석은 땅에 닿아 폭발하면서 화산재를 대기권으로 쏘아 올리고 충돌 중 여파로 대기 중으로 황이 수억 톤이 일시에 증발해 대지에는 산성비를 뿌리게 되었다.

그러나 정 반대편에 있었던 한반도와 중국의 일부지방은 그 영향을 늦게 받아서 은행나무가 살아남게 되었다. 동아시아 일대 인류에 의해서 명맥을 유지하던 은행나무는 지난 100여년 사이에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그 때문에 만약 인류가 멸종하면 함께 멸종할 생물종 1순위로 뽑히기도 한다.

생약으로는 종자 및 잎을 사용하며, 은행 또는 은행엽이라 한다. 종자는 진해, 거담, 활열작용을 하며, 잎 또는 잎의 추출액은 혈전용해제, 말초순환기 장애 치료, 기억력 회복, 고혈압 예방 등에 사용한다. TV 광고에 나온 약 중에서도 은행나무 추출물이라는 것을 강조하던 약품이 있었을 정도이다.

생명력이 강해서 가지와 뿌리를 제거하고 줄기만 남은 상태의 은행나무조차도 몇 년간 잎이 돋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역사가 긴 사찰에 있는 은행나무 고목 중에는 무슨 고승이 꽂아두고 간 지팡이에서 잎이 돋아 자라났다든가 하는 식의 유래가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히로시마 원폭 투하 폭심지에서 2킬로 안에 있던 은행나무도 살아남아서 현재까지도 남아있다고 한다. 게다가 공해에 비교적 강하고, 세계적으로 유일 종으로 분류 되는데다가 은행나무의 천적조차도 멸종해 버렸기 때문에 병충해의 피해가 적다는 장점이 있어 가로수로 자주 쓰인다.

종자를 밟으면 터지면서 상당히 지독한 악취가 난다. 대략 어떤가 하면 발꾸린내, 구토물, 대변(설사) 비슷한 수준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종의 부분에 함유된 부탄산 때문이다. 체질에 따라서 알러지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자웅이주이기에 암나무와 수나무를 잘 구분해서 심으면 열매가 생기지 않는다.

은행나무 성 감별 DNA 분석법을 개발로 1년생 묘목단계에서 구분이 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커야 가로수로 이식이 가능한 만큼 기존의 암나무 가로수가 완전히 대체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나무만 있으면 꽃가루 양이 너무 많아져 꽃가루 알레르기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은행의 과육처럼 보이는 냄새나는 부위는 쓰지 않는 부분이다. 과거 공룡 같은 녀석들을 위한 부분이었지만 인간에게는 알러지 반응이나 일으킨다. 맨손으로 만지면 알러지 반응이 있기에 그냥 제거하기는 어렵고 물을 부은 다음 썩혀서, 구멍이 뚫린 바구니에 은행 종자를 넣고 주물러 제거한다.

딱딱한 유백색 껍데기를 깨면 나오는 종자는 구우면 쫄깃쫄깃하고 쌉쌀하면서 고소하여 맛있지만, 과식하면 (코)피를 쏟으며 졸도하는 때가 있다. 약간의 독성이 있어서 날로 먹으면 곤란하다. 구워 먹어도 독성은 거의 줄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독을 청산염으로 알고 있으나 아니다.

실제로는 'MPN'이라는 물질로 1985년에 알려졌다. 물론 이것도 안전한건 아니고, 해당 물질은 뇌전증, 과거엔 간질이라 불리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은행의 갯수는 개인차가 큰데 여기에 필요한 섭취량은 15~574개까지 제각각이라 편차가 크므로 그냥 20개정도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일본에서는 송이버섯과 함께 도빙무시라는 요리를 해 먹기도 한다. 도자기 주전자에 다시마나 가쓰오부시를 우린 맛국물을 베이스로 해서 은행과 송이버섯과 생선, 닭고기를 넣어 푹 끓인 뒤 국물을 먼저 따라 먹고 건더기를 먹는 식이다. 송이버섯이 들어간다는 것을 보듯 상당한 고급 요리이다.

혈액 순환을 좋게 하는데 정력에 안 좋을 리가 없지만 권장 섭취량은 체질과 체중에 따라 달라지므로 정확한 수치를 정하기 힘들지만 대략 하루에 15~20개 정도. 주로 어린이들에게 중독 증상이 많으니 어린애들은 안 먹어야 좋다. 아동은 5개 내외, 성인의 경우 하루 20개 정도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성장이 느려 대형의 목재를 구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으나 재질이 무르고 나뭇결과 나이테 무늬가 촘촘하고 아름다워 한국에서는 주로 책상 등 고급 가구의 소재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약한 변형에 대해 수복(복원력)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바둑판 재질로는 비자나무 다음으로 고급 소재다.

농가에서는 은행나무 달인 물을 농약으로도 쓰며 은행잎을 망에 가득 넣고, 정화조에 담가두면 모기 유충이 죽는다고 한다. 은행잎은 불에 잘 타지 않고, 살균 방부 성분이 있어 잘 썩지도 않는다. 책갈피로 은행잎을 꽂아두는 것은 책이 상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은행나무는 잘 썩지 않는다.

양평군의 용문산 기슭에 있는 용문사에는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로, 수령은 1100~1500여 년으로 추정된다. 신라가 멸망하자 경순왕 아들인 마의태자가 길을 떠나다가 심었다거나,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아놓은 것이 자라났다는 전설이 있다.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167호이다. 높이 34.5 m, 둘레 16.9 m로 상대적으로 키는 작으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지가 사방으로 둥글고 풍성하게 뻗어 있다. 수령은 800~1000년으로 추정되며 이 나무도 심은 스님 전설이 내려온다.

안동시에는 천연기념물 175호로 지정된 용계 은행나무가 있다. 수명은 700년 정도인데 임하댐을 지을 때 수몰될 뻔했지만 1994년에 20억 원을 들여 토대를 북돋워 15 m를 수직 상승시켜 보존하였다. 충청북도 영동군에 위치한 영국사에도 천연기념물 223호로 지정된 영국사 은행나무가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안에도 조선 성균관을 지을 때 같이 심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컷 은행나무인데, 단풍이 잘 들지 않고 열매가 떨어지지 않는 특이한 나무다. 수컷 나무인데 웬 열매? 잎이 떨어지는 시기는 다른 은행나무보다 늦어서 1월이 되어야 잎이 떨어진다.

홋카이도대학의 중앙로에는 약 380m인 도로 양 옆에 은행나무 70그루가 줄지어 심어져 있다. 히로시마에는 1945년 8월 핵폭탄을 얻어맞고도 살아남은 은행나무가 남아 있다. 수령은 대략 460년 정도이다. 나무 주변은 초토화되었지만, 폭발과 이후 방사능 낙진을 맞고도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다.

공자가 '행단목'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기록을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나무라고, 중국에서는 살구나무라고 해석한다. 정확히는 나무 아래에 단을 올리고 그곳에서 제자를 가르쳤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행단이라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학문 혹은 학교의 상징으로 여겨져 향교나 문묘에 심었다.

우리 고향 안흥 양지 말에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일제강점기 면장을 지낸 분이 살던 집이다. 초등학교 동창인 오영자 6대조 치자 익자 할아버지께서 심으셨다고 한다. 횡성향교 은행나무를 300년 정도로 보고 있어 그 후에 심겨졌으니 한 250년은 넘은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다.



전체 4

  • 2020-07-30 13:43

    은빛 살구

    시인/ 함창석 장로

    한 대 삼십년 정도 자라나야
    백과 씨를 맺는데
    공손수로 불리기도 해

    목재는 행자목이고
    잎이 오리 발 닮았다고 하여
    압각수로 불리기도 해

    표면이 살구와 비슷하여
    은빛 나는 흰 가루로 덮이어
    은빛 살구라 이름 하며

    오래 삶 백세 상징을 하기도
    정숙한 자태를 이르며
    나무의 장엄이 꽃말이다

    느티나무나 팽나무와 함께
    정자나무라고 말하니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한 벗

    신생대 에오세에
    번성하였던 식물로
    아직 살아 있는 화석이라 해


  • 2020-07-31 08:41

    저는 몇 년전에 홍천의 한 야산에다 은행나무 열매를 실생했는데, 그 분량은 생선 아이스박스 2개이며, 몇 년에 걸쳐 11월과 3월, 4월에 약초 곡갱이로 파고 심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소개하신 바, 은행나무 열매는 독성이 있어서 맷돼지나 고라니 쥐들이 먹을 수가 없고, 열매가 무거워 자연에 의한 이식이 불가능하기에 사람이 심지 않으면 이식이 안됩니다. 이를 만졌기에 제 손이 몇 번 꺼풀 벗겨졌었습니다.

    한반도에 은행나무가 들어온 시점과 들여온 사람은 저는 중국의 화음에서 신라말 이 나무가 옮겨온 건으로 한번 추정해 봅니다. 현재 중국은 3000년된 은행나무 군락이 있고, 섬서 화음에는 당태종이 식수한 것으로 알려진 수령 1200년 은행나무 노거수가 있습니다. 현재는 식물 DNA 유전자 추적 기술이 있어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영월읍에 행정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여기에 수령 1000~1200년의 은행나무 노거수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나무가 한반도의 원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2020-07-31 20:43

    은행나무 시축제에 참여하며 은행나무 관련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영월 하송리인가? 1000년 넘은 은행나무를 보았습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영월군청 근업과장으로 근무하셨다고 합니다.
    아들은 6년전 영월삼성수의원을 개원하여 원장으로 일하고 있지요.


    • 2020-07-31 21:48

      예, 영월읍 하송리에 1000년이 넘는 노거수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이 마을의 지명이 행정입니다. 행정의 '행'자가 '은행나무 행'으로 추측됩니다.

      한편 소개하신 바, 일본의 히로시마에 있는 평화의 공원은 원자폭탄의 고열로 녹아 내린 생활용품의 유물과 피해 사진이 전시된 기념관과 파괴된 건물 등 인공물의 유적이 그대로 있다고 합니다. 동남아를 침략해 대동아전쟁으로 주변국가를 괴롭혔던 전범국인 일본이 전쟁 피해를 내 세우고, 평화 말하는게 역설적입니다.

      원자폭탄의 고온과 폭풍으로 중심부의 모든 사물들이 증발했고 유전변이로 멸절했으나 기적처럼 한 나무는 가지는 다 사라지고 몸통이 숲덩이가 된 채 살아 남아 이듬 해 다시 생명의 싹을 티웠습니다. 은행나무가 여기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동식물이기에 그 끈끈한 생명력이 입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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