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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화가 박수근과 가장 한국적인 감리교회

작성자
임재학
작성일
2020-06-13 16:41
조회
936

나무와 두 여인 1962년
캠퍼스에 유채 130×89cm
박수근은 주로 가난한 서민들과 여인들을 그렸다.
그의 그림의 주제는 일상의 모습이다. 그래서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히 오래 여운으로 남는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로 많은 사람이 박수근을 꼽는다.
아마 그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따뜻함이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대단히 펑범한 견해를 가지가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며,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가장 즐겨 그린다"

그의 관심은 언제나 인간이었고,
그 인간은 평범한 사람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의 그림엔 활짝 웃는 모습도 없지만 게으른 사람들도(노는 사람?) 없다.
힘들고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박수근 그림의 주제이다.
그래선지 그는 화사하고 밝은 색이 아닌 흑백계음으로 주로 그림을 그렸다.
그의 예술형식은 독학의 길을 걸어온 가난한 화가로서 배울 길 없어 미숙한 기술로 출발해 일생에 걸쳐 끝없이 연습을 되풀이함으로써 성취한 '꾸밈없는 질박미'라고 말한다.
우둘투둘한 거친 화강암의 질감,
일평생 흙을 만지며 살아온 할머니의 거친 손 같은 질감,
그 질감으로 가장 한국적 정서와 삶을 표현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미술을 잘 몰라도 바라보고 있으면
한마디로 웬지 편안한 느낌, 포근한 느낌, 따뜻한 느낌이 든다.
그가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하고 닮고 싶은 화가가 밀레였다.
그래선지 그의 작품도 농촌과 평범한 사람들이 주종을 이룬다.

박수근(1914-1965년)은 강원도 양구가 고향이다.
양구는 속초가는 길에 인제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나온다. 남한에선 가장 북쪽에 위치한 추운 고장이다.
그런데도 박수근은 생전에
"나는 추위를 타서 겨울이 지긋지긋하다.
그보다 참기 힘든 추위가 있다. 정신의 추위다"
(1961년, 겨울을 뛰어넘어 수필)
화가 박수근에게 추위는 평생을 따라다닌 가난과 생활고, 힘든 생활이었지만
그보다 더 힘든 정신의 추위는 지독한 고독, 화단의 무시, 팔리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는 작품에 대한 실망이었다.
그는 안타깝게 51세의 젊은 나이로 머나먼 길을 떠난다.

속초에 가거나 강원도에 갈 일이 있으면 두시간만 더 시간을 내서 양구에 있는 박수근미술관을 꼭 둘러보기 바란다.
박수근미술관이라고 이름이 붙어 있지만 가보면 실재 그의 원작들은 거의 없다.
너무도 작은 소묘 몇 점과 손바닥만한 유화 세 점이 다이다. 그럼에도 양구를 가보면 박수근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고, 그가 힘든 세파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를 단련하면서 묵묵히 미술작업을 한 일생이 전달돼서 웬지 마음이 짠하고 눈물이 난다.
그의 작품도 사후에 사람들이 진가를 알아보고 천정부지로 뛴다.

아이러니한건 평생을 서민만 주로 그렸던 서민화가인 그의 "빨래터" 그림은
2007년에 45억2천만에 낙찰돼 국내최고가를 찍었다.
다른 작품도 보통 1호(엽서크기)에 2억이 훨씬 넘는다.
가장 값비싼 화가며 인기있는 화가며 기업에서 비자금이나 뇌물로 쓰는 미술품 일순위다.
그래서 정작 그의 고향 박수근미술관엔 원작이 거의 없는 것이다ㅜㅠ

이유는 그가 한국전쟁 직후 생활고로 몇 년간 주한미군 부대 PX에서 초상화를 그려주고
그 때 미대사 부인이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진가를 알아본다.
후에 가장 한국적인 작품세계로 미국에서 먼저 인기를 얻게 되고 역으로 한국으로 건너와 값이 비싸진 것이다.
미군부대에서 일할 때 소설가 박완서(1931-2011년)를 만났다.
한 사람은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그림쟁이로,
한 사람은 초상화 주문을 받는 점원으로.
후에 한 사람은 한국 최고의 화가로, 한 사람은 한국 문단의 거목이 되었다.
젊은 박완서는 박수근을 짝사랑(?) 했지만 수근은 이미 결혼한 상태였기에, 이루기 어려운 사랑이었다.
미술과 문학의 보기드문 우연한 만남이었다.
후에 그녀는 박수근과의 애틋한 인연을 "나목"(민음사)이란 소설로 쓰고 문단에 데뷔한다.

박수근에게 전해지는 일화가 있다.
그는 사는동안 늘 가난했다.
이중섭이나 박수근 다 예술을 하기엔 모진 시대에 태어났다.
그는 어쩌다 얼마의 돈이 생기면 집에 오면서 과일을 사왔다.
예전에 우리 아버님들은 이렇게 뭘 사가지고 오셨다.
나도 어렸을 때 아버지가 군밤이나 풀빵 같은 간식을 사가지고 오시고
그걸 먹기 위해 안자고 졸린 눈을 억지로 비비고 참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런데 수근은 과일을 사올 때
번듯한 과일가게가 아니라
행상에서 할머니가 파는 과일,
그것도 벌레 먹어 못팔고 남은 과일을 사왔다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마트나 큰 가게가 아닌 노점상에서, 그것도 상품성이 떨어진 물건을 일부러 팔아준 것이다.
그러니 아내에게 늘 과일도 제대로 못사온단 핀잔과 타박을 받았다.
이것이 그의 그림보다 더 위대한 그의 사랑의 마음이다.
이 땅을 사랑하고 민중들을 사랑한 그의 마음이 담겨 있기에 그의 작품이 더 와닿는 것이고.
알면 알수록 박수근은 참 따뜻한 화가이다. 인간적으로도 참 매력이 넘치는 정감있는 사람이고.


우리 감리교회가 이 땅을 살아가는 서민들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그런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예전 신학교 다닐때, 감리교회 3대 성좌를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정동교회의 탁사 최병헌 목사님,
상동교회의 전덕기 목사님,
시무언 이용도 목사님
3분 다 신앙의 칼라도 다르고 목회의 결도 다르고
살아간 인생도 모두 다르지만
이 땅을 사랑했고
이 땅의 백성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이런 귀한 신앙의 선배들을 통해서
이 땅과 영혼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전달 되었습니다.

이렇게 멋지고 참된 신앙의 선배들 덕분에 감리교회는 장로교만큼 보이는 교세는 크지 않아도
자긍심과 자존감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감리교인인 것이 자랑스러웠고 감리교목사인 것이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일어난 사태들은 너무나 창피하고 참담합니다.
문제보다 더 안타깝고 답답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처와 능력의 부재입니다.
부디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되어 감리교회의 공교회성이 회복되고,
추락한 감리교회의 자존감이 다시 세워지며,
감리교회 목회자로서 자부심과 행복감을 되찾게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서적
박수근 평전 '시대공감'(최열지음)



전체 6

  • 2020-06-13 16:47

    이젠 개인 글이 아닌 성명서도 삭제합니다.
    감리교회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친근했던 교회였습니다.
    다시 그렇게 바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스스로 자정하고 회복되아야 합니다.

    오늘은 마음이 무거워서 박수근 작품에서 가장 밝은색 그림을 올립니다


  • 2020-06-13 19:24

    남서울 붉은 해는 지고 있으나 아침이면 다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습니다.


  • 2020-06-13 22:49

    목사님!
    함~내~세~요~
    하나님이 계시잖아요~
    멜로디를 넣어 전해드립니다.


  • 2020-06-13 23:31

    감사합니다.

    '서울남연회가 바로 서기를 바라는 목회자 모임'
    간담회 및 기도 모임

    1. 일 시 : 6월 16일(화) 오후 2시

    2. 장 소 : 동욱홀 카페
        (경기도 부천시 길주로 561번길 24)
    코로나 관계로 부득이하게 외부에서 갖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3. 진 행 :
    사전모임) 식사 및 친교
      오후 1시 카페홀 1층 미꼬담 식당(동일 건물)
    본모임) 2시부터 시작합니다.

    4. 행 사 :
     1부) 전준구아웃 공대위 설명
        (홍보팀장 양재성 목사)
          로고스교회 교인 설명
        (현재 로고스교회 상황과 진실)
       감리교회, 서울남연회와 로고스교회와
       피해자들을 위한 묵상기도
      2부) 참석자들 토의 및 의견 발표
         - 각 지방별 분임토의 후 전체토의

    * 코로나상황에서 조심스럽지만
    1차 모임 및 묵상기도회를 갖습니다.
    이번 사태도 감리교회에 엄중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참석 및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2020-06-14 21:51

    육아를 하거나 바구니를 이고 생업에 나선 두 여성이 이 그림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랑 바탕이 희망의 끈을 이어주며 가운데 그려진 검은색 나무는 화면을 2분하면서 거대한데, 어쩌면 삶의 여정에 맞대하는 고통이나 어려움을 나타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저고리와 붉은 빛 치마를 입은 여성은 어쩌면 생명과 꿈을 놓지 않고 육아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랑색 저고리의 여성은 바탕과 같은 색인데, 삶에 찌들어 꿈마저 잃어버린게 아닌지? 하여튼 올리신 그림 잘 구경하고 갑니다.


  • 2020-06-14 22:54

    맞습니다.
    나무가 주제입니다. 그래서 그림 제목도 '나무와 두여인' 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나무가 똑바로 하늘로 뻗지 않고 구부정하며 휘어 있습니다. 박수근은 살구나무나 과실수를 즐겨 그렸습니다.
    하늘로 향한 이 나무는 모진 시련이 계속되는 가난하고 힘든 삶이지만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서민들의 생명력을 상징하며 마침내 열매 맺음을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성경의 메시지와 비슷합니다. 박수근 화가도 천주교인이기에 기독교의 사상이 그의 작품세게 밑바탕에 흐르는 한 축을 이룹니다.
    또 두 여인도 아기를 업은 모성애와 시장에 나가는 모습이며 표정도 없고 심지어 눈코귀도 생략하고 있습니다.
    화장하고 꾸미는 여성으로서가 아닌 우리 어머니들의 강한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붉은색 저고리는 가을에 열리는 과실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미술사적 해석도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며 엄재규님 처럼 나름 자기만의 시각으로 감상하고 느끼면 됩니다.

    사실 감게가 그림을 올리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그림 검색해서 보시면 훨씬 선명하고 자세히(확대하기 기능사용) 볼 수 있습니다. 또 감게는 한장 밖에는 못 올려서 빨래터나 여인들 시리즈, 아기업은 누나 등 박수근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감상하면 훨씬 와닿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제가 그림을 올리는 것도 미술해석보단 감게 삭제에 대한 항의 차원이기에 설명에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쓴 블로그나 페북만 봐도 감게 글 보단 훨씬 내용도 그림도 풍성합니다. 송구합니다.
    그래도 부족한 가운데 함께 느끼고 감상하면 그것만으로도 족합니다. 미술이 주는 힘이며 매력이지요.
    선생님의 귀하고 멋진 사랑의 댓글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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