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데기

작성자
함창석
작성일
2020-05-10 06:29
조회
198
소박데기

시인/ 함창석 장로

아주 어린 시절에
동네 사람들은
소박을 맞았다고 수군
별로 말이 없으신 아줌마가
우리 집에 같이 사니

내게는 아들 대하듯이
아픈 우리 엄마를 대신하여
딸에게 줄 젓도
가끔 물려주셨다며
훗날 할머니에게 들으니

먼 일가붙이가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잠시 몇 해 동안만
딸자식 하나를 등에다 업고
하인 노릇 중이나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십여 년 세월 간
냉담하고 이기적이며
냉혈한인 사내를
돌봐 준 이는 아내뿐이라고

남녀동등으로
인권이 중시 되는 지금
상상이 안 되지만
그 시절은 아픔을 견디면서
산 이들이 한둘이랴

한 번 다녀왔다는
요즘 드라마 이름처럼
이혼 극약 처방만 능사일까
되돌아보게 되는 날
왜 예전 소박데기 생각이

풀이 가까이 모여
무더기로 더부룩 나듯
죽은 사람들 위하여
염라대왕 앞으로
저승 명부에 적는 함자만큼  

물이 잘 흐르는 것처럼
그래도 순조롭게
사당 안에 세우는 날
생과부로 산 설움
가벼이 여기지는 못 하시리



전체 1

  • 2020-05-10 22:09

    시란 기쁨을 주는 순수한 문학형식

    『한편의 시는 한번의 「키스」와 같다. 그러나 「키스」를 함으로써 애가 태어나지는 않는다.』고 한 「괴테」의 말은 시의 기능을 재치 있게 드러내고 있다. 이 말에는 시의 본질에 관해서 두 가지 특성이 지적되고 있는데 첫 째 시란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 째 시는 직접적인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그만큼 순수한 문학의 형식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시만이 지니는 독자적인 기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말이 갖는 의미를 캐고 들어가 보면 최종적으로는 분석을 거부하는 측 설명될 수 없는 요소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오늘날 어떠한 시가 진정한 현대시일까. 그 형식과 내용이야 어떻든 의식의 구조와 감성의 질이 현대인의 그런 것들과 밀착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현대인의 그러한 의식과 감성을 한편으로는 지키고 또 한편으로는 그것들의 미지의 분야를 열려는 탐험과 모험이 달려있는 시가 바로 참된 현대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의 주제가 바로 현대시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 선택하는 시의주제에는 절대적인 자유가 있을 뿐이다. 무엇을 노래하든 현대라는 특성이 시의 언어적 감각, 시의 피부, 시의 체질, 시의 「리듬」따위 속에 완전히 용해되어야 한다. 현대시의 효용성이 뜻밖에도 우리가 평범하게 헤아릴 수 있는 효용성을 훨씬 뛰어 넘는 성질의 효용성을 갖게 되는 경우 그것이 참된 효용성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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