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인자하심을 따라
결실의 계절 가을에, 전국의 감리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신실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항상 감리교회와 저를 위한 기도에 감사드리며, 그 기도들이 저에게 큰 힘이 됨과 동시에 거룩한 책임감으로 저를 이끌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감독회장으로서 교회의 지도자들, 전국의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을 쉬지 않고 만나다보니 표현 방식과 용어는 다를지라도 여러분이 공통적으로 감리교회에 원하는 것이 두 가지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개혁과 화합입니다.
경기가 불안하고 중산층이 줄어들고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회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책임질 사람이 없고 개혁을 떠맡을 리더가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감리교회가 사회를 비추는 등대 역할을 하려면 내부부터 개혁이 있어야겠고, 그 노력이 밖의 사람들 보기에도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도 우리가 비추는 빛을 향해 다가올 것입니다. 그렇기에 감리교회가 한시바삐 무너진 곳을 수축하고 신뢰를 더욱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개혁의 성격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내가 옳고 상대가 그르다는 식의 개혁을 주장한다면, 시작부터 잘못된 개혁입니다. 편을 갈라 상대를 비난하고 정죄하는 잣대로 개혁을 주장하는 것도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참된 개혁은 하나님께서 주시며, 이는 모두 함께 하나님 앞에 무릎 꿇을 때 주시는 한 가지 마음입니다.
“그러나 여호와께서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실 때에 그들의 고통을 돌보시며
그들을 위하여 그의 언약을 기억하시고
그 크신 인자하심을 따라 뜻을 돌이키사
그들을 사로잡은 모든 자에게서 긍휼히 여김을 받게 하셨도다.”
(시 106:44~46)
문제를 너의 문제로 돌리는 개혁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품고 나의 문제인 것처럼 절박하게 부르짖는 자세에서 개혁의 은혜가 솟아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주신 언약을 기억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언약 안에 거하기만 한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우리의 다름에 날을 세우는 개혁이 아니라 한 언약을 유산으로 받은 형제임을 기억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는 개혁을 향해 저와 함께 나아가길 바랍니다.
이러한 원리는 타교단과의 관계에도 적용되어야 하며, 저는 이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감리회 본부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상임회장과 임원들을 손님으로 맞았습니다. 제가 7월 10일 ‘장로교의 날’에 참석하여 축하한 것에 대한 감사 방문이었는데, 저는 그 자리에서 내년 감리교회가 개최하는 선교 130주년 행사에 장로교회도 연합하여 기념예배를 드리자고 제안했습니다. 130년 전인 1885년에 아펜젤러와 언더우드가 함께 인천 땅을 밟았던 것을 기억하며 한국 감리교와 장로교가 함께 연합 예배를 드린다면 얼마나 뜻 깊고 멋진 일이 되겠습니까? 감사하게도 그날 “오늘의 한국 교회가 분열 등으로 사회적 모범을 보이지 못한 것을 자성하고 위기의식을 갖고 일어설 때”라는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보다 그리스도 안에 한 형제요 자매임을 알고 겸손히 화합하려고 애쓸 때, 오히려 세상은 우리 안에서 개혁의지를 보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화평에 사랑하는 감리교 목회자와 온 성도들을 초대합니다.
2014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