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룡리 들에서

작성자
이경남
작성일
2020-09-21 10:21
조회
377

창룡리 들에서

본시 이곳은
서해 바닷물이 드나들던
거대한 갯벌
그러나 혁명 정부는 도시 빈민들을 모아
이곳을 개간하며 마을을 만든다
이름하여 개척단
진흙벌 외에 아무 것도 없는 이곳에 던져진
이들은 진흙더미 해변 모기떼와 싸우며
오늘을 일군다
그 후 아산호가 들어서며
바다 조숫물의 침식도 막아지고
농업용수도 넉넉해지며
마침내 제법 살만한 동네가 되었다
아산호를 가로지르는 평택대교 아래로는
가로등 불빛이 강물에 비치고
인근 미군기지는
도시처럼 빛나지만
지금 이곳 창룡리 들판은
그 화려한 서해의 석양 빛도 저문 채
적막히 어둠 속에 잠기고 있다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려던
개척자들의 집념과 눈물의 역사 또한
다 지워진 채
황금빛으로 익어가며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고 있다

2020.9.19, 토요일 저녁 일몰의 창룡리 들판에서


새벽

여전히 잠들어 있는 이들도 있고
밤새 파수하며 아침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고
도적질을 하거나
전쟁을 시작하는 이들도 있고
경건히 기도하며 하루를 여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늘 새벽이면
길을 나선다

누구
길을 나서려거든
아직 빛이라곤 한점 없는
미명의 어둠 속에
서둘러 나설지니
먼동이 트고
아침빛이 떠오를 때 쯤이면
이미 늦은 일이기에

2020.9.20. 주일 아침 새벽 기도 후 아산만 강가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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