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여러분께.
현재 ‘감리회소식’이 ‘자유게시판’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입장표명이나 감리회정책과 관계되지 않은 내용 등
‘감리회소식’과 거리가 먼 내용의 글은 ‘자유게시판’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새벽종 할머니와 주기도문

작성자
신동수
작성일
2020-06-12 21:16
조회
526
새벽종 할머니와 주기도문

첫 목회지에서 "댕그랑, 댕그랑" 새벽 4시면 한결같이 교회 마당의 종탑에서 종이 울립니다. 교회가 있는 산기슭의 양지말, 산아래 안골, 바닷가 벗등까지 새벽기도 시간을 알립니다. 벗등에서 교회까지 빠른 걸음으로 반시간이 넘으니 새벽기도를 마치고 일을 하려면 이른 시간도 아닙니다.

새벽종 할머니는 밭일을 하면서도 담배가루가 든 됫박을 곁에 두고 곰방대로 연신 피워댈 정도로 담배에 중독되어 심한 병을 앓았습니다. 예수 믿고 교회에 나오면서 병이 떨어지자 감사한 마음에 새벽종을 맡으셨습니다.

그런데 가끔 새벽 4시 이전에 종을 치십니다. 자명종 시계를 사드렸는데도 새벽 한시에 종을 치시기도 합니다. 그래도 늦으시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새벽종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새벽종 할머니가 늦자 일찍 온 새 교우가 대신 종을 쳤습니다. 그러자 종소리를 듣고 달려와서 자기 종을 대신 쳤다고 불같이 화를 내며 욕을 하시는데 아무도 못 말립니다. 평소 이 할머니가 얼마나 성격이 대단한지 남편 할아버지나 장성한 자식들도 쩔쩔맵니다.

내가 할머니와 새 교우를 따로 불렀습니다. 두 분을 앉히고 주기도문을 첫 구절을 외우게 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예, 그만, 됐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면 우리는 형제자매죠."
"예."
"할머니도 자식이 있죠."
"예, 많아요."
"자식끼리 싸우면 마음이 어때요?"
"좋지 않아요."
"지금 하나님 마음이 어떨까요?"

두 분은 땅만 바라봅니다.

"서로 용서하세요."
머뭇거렸지만 두 분은 곧바로 손잡고 "우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교회에서 "우리"라는 말이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로 닫힌 말이 되었습니다. 원수까지 품으신 주님이 아니고서는 교회 울타리 밖까지 "우리"라는 말에 담기는 무리겠지만 교회 간에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우리"라는 말을 쓰기가 무색합니다.

주기도문의 "우리"를 "나"로 바꿀 수는 없으니 옛 사람들처럼 주기도문 앞에 "삼가'라는 말을 마음에 두고 내가 주님이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으로 기도할 사람으로 사는지 살피며 기도합니다.

성명서에 지지를 보냅니다.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사항 관리자 2014.10.22 68850
공지사항 관리자 2010.12.29 67082
13798 엄재규 2024.05.03 38
13797 최세창 2024.05.03 18
13796 송신일 2024.04.30 92
13795 민관기 2024.04.30 113
13794 함창석 2024.04.30 46
13793 원형수 2024.04.29 124
13792 홍일기 2024.04.29 106
13791 최세창 2024.04.25 127
13790 이주헌 2024.04.24 92
13789 박상철 2024.04.24 94
13788 함창석 2024.04.22 117
13787 홍일기 2024.04.22 163
13786 정진우 2024.04.19 163
13785 송신일 2024.04.18 167
13784 민관기 2024.04.18 237
13783 원형수 2024.04.17 265
13782 박연훈 2024.04.15 140
13781 김병태 2024.04.15 548
13780 함창석 2024.04.15 133
13779 송신일 2024.04.14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