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7

하나님의 치산치수, 그리고 치인

  • 날 짜  :  9월 17일(목요일)
  • 찬  송 :  79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 성  경 :  시편 104:1~12
  • 요  절 :  여호와께서 샘을 골짜기에서 솟아나게 하시고 산 사이에 흐르게 하사 각종
    들짐승에게 마시게 하시니 들나귀들도 해갈하며 공중의 새들도 그 가에서 깃들이며
    나뭇가지 사이에서 지저귀는도다 (10~12)

시편 104편은 생명을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마치 전투에 나선 장군처럼
묘사합니다. 빛을 갑옷처럼 두르시고 구름을 전차 삼아 바람처럼 움직이십니다.
혼돈의 물이 산 위로 치솟아 오르자 우렛소리와 함께 달려들어 물리치시고 다시는
땅을 덮치지 못하도록 경계를 정해 놓으십니다. 하나님은 혼돈의 세력에 맞서 싸
우며 적극적으로 생명의 공간을 창조해 내십니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아름다운 공간을 무자비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히브리 대학 역사학 교수인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그 교
만한 인류의 만행을 지적합니다. “세상이 호모 사피엔스의 필요에 맞게 변형되면
서, 서식지는 파괴되고 종들은 멸종의 길을 걸었다. 과거 녹색과 푸른색이던 우리
의 행성은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쇼핑센터가 되어 가는 중이다.” 인간의
절제 없는 소비 생활로 생태계는 처절하리만치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
울한 탄식으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신으로 만들면서 아무에게도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의 친구인 동물들과 주위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든다. 오로지 자신의 안락함과 즐거움 이외에 추구하는 것이 거의 없지만, 그럼
에도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하나님의 창조와 다스리심을 망각한 인간은 스스로 온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착
각합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에서 인간은 빛, 하늘, 물, 바람, 산, 각종 들짐승, 공
중의 새, 나무, 바다의 생물들과 나란히 살아가고 있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시인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철저한 유한성을 강조합니다. “주께서 그들의 호흡을
거두신즉 그들은 죽어 먼지로 돌아가나이다(시 104:29).” 시인은 모든 인간을 향해
이렇게 선포하는 듯합니다. “네가 중심에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헛된 꿈과 같은 너
의 일, 너의 계획, 너의 미래, 너의 행복 …… 그것이 중심이 아님을 잊지 마라. 하
나님께서 산을 다스리시고 물을 다스리신다(治山治水). 모든 생명을 살리시는 하나
님께서 우리 인간도 다스리신다(治人). 그러니 하나님께서 지으신 다른 생명을 존
중하며, 온 생명과 더불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삶을 살아라. 할렐루야.”

모든 피조물의 안녕을 마음에 품고 절제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주님, 나에게만 집착하느라 다른 생명에 공감하는 능력이 메말라 버렸습니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인간 때문에 신음하는 이 세상을 위해,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면서, 모든 생명의 공존과 평안을 위해 작은 실천이나마 감당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손성현 목사·창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