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요를 가장 잘 아시는 분
- 날 짜 : 8월 12일(수요일)
- 찬 송 : 272장 고통의 멍에 벗으려고
- 성 경 : 마가복음 7:31~37
- 요 절 : 예수께서 그 사람을 따로 데리고 무리를 떠나사 손가락을 그의 양 귀에 넣고
침을 뱉어 그의 혀에 손을 대시며 (33)
요즘처럼 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에 본문의 광경은 조금 불편하게 느껴
질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귀에 넣고 침을 뱉어 혀에 손을 대는 모습은 그리 유쾌
하지만은 않습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을 기록한 마태와 누가 역시 불편했는지
마가만 유일하게 이 사건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본문과 밀접한 관계
가 있는 벳새다의 시각장애인을 고치신 이적(막 8:22~26)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예수께서 그 눈먼 사람의 손을 붙드시고, 마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셔서, 그 두
눈에 침을 뱉고, 그에게 손을 얹으시고서 물으셨다. ‘무엇이 보이느냐?’(막 8:23, 새
번역)” 두 가지 이적 모두 예수님께서 ‘침’과 ‘손’을 사용하십니다.
그런데 우리의 시선을 이 청각장애인에게로 돌린다면 위의 상황이 조금씩 이해
됩니다. 예수님은 이 사람을 치료하시기 전 구경하려는 많은 무리로부터 청각장애
인을 따로 떼어 놓으십니다. 치료받는 이의 입장과 존엄성도 생각하신 것입니다.
들을 수 없는 이에게 예수님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치료의 과정을 보여 주셨습
니다. 주저함 없이 이 사람의 귀에 손을 넣고, 이 사람의 혀를 손으로 만지십니다.
당신의 침을 묻혀 이 사람의 굳어진 혀를 풀어 주십니다. 들을 수 없기에 행동으로
보여 주신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듣지 못하기에 말할 수 없었던 이 사람의 답답함은 예수님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배려와 치유의 역사를 통해서 완전하게 해소되었습니다. 주님은 기적을 통해 메
시아이심을 선포하시기도 하지만 본문에서는 오히려 침묵하게 하십니다. 그런데
도 사람들은 이렇게 고통 중에 있는 이의 필요를 아시고 세심하게 치유하신 그 모
습을 보며 침묵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세심한 사랑은 감추어질 수가 없습니
다. 고통 중에 있는 이 사람의 치유를 먼저 생각하시고 구경거리가 되지 않게 하셨
고, 전혀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 당시에 사용되었을 법한 방법으로 치유하셨습니다.
우리는 가끔 사랑을 베푸는 입장만을 생각하다가 받는 이의 입장과 형편을 생
각하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치료받는 이의 상황과 필요를 아시
고 세심하게 배려하며 치유하시는 메시아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떤 사랑을 실천해
야 하는지 깨달아 알 수 있습니다.
권구현 목사·선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