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체성을 확인하면
- 날 짜 : 6월 29일(월요일)
- 찬 송 : 304장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 성 경 : 마태복음 17:24~27
- 요 절 : 베드로가 이르되 타인에게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그렇다면 아들들은 세를
면하리라 (26)
예수님은 가버나움에서 성전세를 걷는 이들에게 질문을 받으셨습니다. “성전세
를 바치지 않습니까?” 이스라엘 성인 남성의 당연한 의무인 성전세를 납부하라는
요구입니다. 본래 성전세 반 세겔은 자기 목숨값의 속전으로 하나님께 바치는 예
물이었습니다(출 30:12). 그런데 그 의미는 퇴색하고 주로 성전을 유지하고 보수하
는 데 쓰이는 세금이 되고 말았습니다. 드릴 때마다 하나님께서 살려 주신 생명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예물이 세금 걷는 이들의 시빗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신앙생활을 이루는 많은 부분, 즉 예배와 주일 성수, 성도의 의무 등은 하나
님과 믿는 이의 생생한 관계를 돌아보며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게 초대하는 도구들
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생생한 관계는 굳어진 습관과 형식으로 메말
라 버려 의미 없는 행위가 되거나 해치워야 할 일이 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한 걸음 더 들여다보자고 초대하십니다.
세상 임금의 자녀들이 세금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하나님의 자녀들 또한 성전세와
같은 의무와 형식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세금 이야기를 통
해 제자들의 진정한 정체성이 무엇인지 다시금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즉 ‘이미 자
녀로 살아가는데 무슨 의무와 형식이 필요하겠는가?’ 하신 것입니다.
자녀 된 이가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사랑과 기쁨 안에서 생생한 관계를 누리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형식과 의무가 그의 삶을 옥죄거나 짓누르고 맙
니다. 그러니 자녀로서 아버지와의 사랑의 관계를 누리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그렇게 자유로이 사랑하며 생생한 관계를 누릴 때 형식과 의무는 더 이상 짐이 되
지 않습니다. 기꺼이 감당할 수도 있고, 굳이 저들의 생각과 다르다며 부딪칠 일
도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자연스레 “저들의 비위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
는가?” 하게 됩니다.
신앙의 본질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간직하는 이는 예수님처럼
꼭 붙잡고 놓지 말아야 할 것과 놓아 버려도 될 것을 바르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더라도 지키고 감당해야 하는 것과 넉넉히 내어 줌으로 느끼는 텅 빈
자유로움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이미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송대선 목사·영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