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1

은혜의 불빛 감사의 마음

  • 날 짜  : 2021년 11월 21일 주일
  • 찬  송 :  591장 저 밭에 농부 나가
  • 성  경 : 시편 136:23~26
  • 요  절 : 우리를 비천한 가운데에서도 기억해 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23)

‘가을의 기도’, ‘플라타너스’, ‘눈물’ 등의 시로 잘 알려진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의 작품 가운데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시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것, 가장 풍요로운 것이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노래하면서 그 마음을 이렇게 그려냅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언제나 은혜의 불빛 앞에 있다.” 참 깊고 따뜻한 이미지입니다. 이 세상의 차가운 어둠 속을 정신없이 바장이다가 두려움에 눅진해진 영혼이 문득 환하고 따뜻한 불빛 앞에 선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피곤함도 서러움도 사라지고 고요한 감사의 온기가 퍼져 나갑니다.

이어서 시인은 우리의 마음에 꾹꾹 눌러 쓰듯 이렇게 노래합니다. “받았기에/ 누렸기에/ 배불렀기에/ 감사하지 않는다./ 추방에서/ 맹수와의 싸움에서/ 낯선 광야에서도/ 용감한 조상들은 제단을 쌓고 첫 열매를 드리었다.” 남들보다 나은 처지를 누리는 안도감에서 나온 감사가 아니었습니다. 혹독하고 난감한 추방, 살벌한 싸움, 황량한 광야의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드리는 감사였습니다. 열악한 상황, 궁핍한 처지에서도 시들지 않는 감사의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인 시편 136편도 이스라엘 백성 안에, 그리고 오늘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감사의 마음을 일깨웁니다. 우리가 감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은혜의 불빛들을 하나하나 꼽아보며 우렁차게 찬양합니다.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친밀하게 느낌으로써 터져 나오는 감사였습니다.

23절의 고백이 가슴 뭉클하게 와 닿습니다. “우리를 비천한 가운데에서도 기억해 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23).”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다 보니 인간의 ‘기억’과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깊고 아름다운 ‘기억’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기억하시는 기억, 하나님의 기억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기억해 주지 않는, 가장 밑바닥 같은 상황에서도 그분은 우리를 기억하십니다. 우리를 기억해 주시는 하나님, 그 은혜의 불빛 앞에 서게 될 때 우리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뭔가를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뭔가를 더 많이 누려서가 아니라 ‘그냥’ 감사하는 것입니다. 김현승의 시는 이렇게 끝납니다. “감사하는 마음 – 그것은 곧 아는 마음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그리고/ 주인(主人)이 누구인지를 깊이 아는 마음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 인생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묵상하고 고백하며 감사하게 하소서.

기도

우리가 비천한 가운데 빠져 있을 때도 우리를 기억해 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그 은혜의 불빛 앞에서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주인이 누구이신지를 깊이 알며 감사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원합니다. 은혜의 환한 불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손성현 목사 _창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