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갈 때의 내가 아니다
- 날 짜 : 2024년 7월 1일 월요일
- 찬 송 : 438장 내 영혼이 은총 입어
- 성 경 : 누가복음 19:1~10 예수께서 그 곳에 이르사 쳐다 보시고 이르시되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하시니 (5)
‘어깨를 나란히 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란히 서서 걷다’, ‘대등한 위치에서 겨루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일하다’라는 뜻입니다. 오늘 본문의 삭개오는 세리장이요 또한 부자인 까닭에 나란히 서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그런 삭개오의 귀에 들려온 예수라는 사람은 세리와 죄인의 친구(눅 7:34)가 되어 그들과 함께 밥을 잡수시는(마 9:11) 분이었습니다. 예수를 더욱 알고 싶었지만, 삭개오는 키가 작은 사람이었습니다. 키가 작다는 것이 신체적인 의미만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들은 삭개오를 죄인으로 규정했고, 그래서 그는 예수와 또 예수와 함께한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키가 작은’ 사람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삭개오의 삶을 땅으로 끌어당겨 키 작은 사람으로 살게 하는 이 땅의 중력을 이기고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베유는 “영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모든 물질세계의 중력법칙과 유사한 법칙들에 의해 지배된다. 은총만이 예외이다.”라고 했습니다. 삭개오는 그를 자꾸만 땅의 방식으로 살도록 잡아당기는 중력을 이기고 은총이 일렁이는 곳까지 올랐던 것입니다. 중력을 뿌리치고 기어이 나무 위에 올라간 그는, 정녕 하늘을 보았던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은 이제 키 큰 나무가 된 삭개오를 보시고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5).”고 말씀하십니다. 나무 위의 그 은총을 네 집으로 가지고 오라는 말씀입니다. 나무에서 내려온 삭개오는 이제 이전의 삭개오가 아닙니다. 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한, 삶을 완전히 바꾸는 결단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놀라운 선언을 하십니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9).” 나무 위에서 불던, 성령이며 은총인 그 거룩한 바람을 가지고 왔으니 이 집에 구원이 이르지 못할 까닭이 없습니다. 삭개오는 여전히 땅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이제는 하늘의 사람(아브라함의 자손)이 되었습니다. 나무 위에 올라갈 때와 전혀 다른 하늘의 사람으로 땅에 내려온 그가,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은총을 향해 높은 나무 위로 오르는 오늘의 ‘나’이기를 바랍니다.
이공훈 목사_양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