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8

씻었으니 깨끗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 날 짜  :  4월 8일(수요일)
  • 찬  송 :  423장 먹보다도 더 검은
  • 성  경 :  요한복음 13:9~11, 18
  • 요  절 :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느니라
    온 몸이 깨끗하니라 너희가 깨끗하나 다는 아니니라 하시니 (10)

고난주간입니다. 이 주간에 교회에서는 세족식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주님께서
십자가의 고난을 받기 전에 제자들과 저녁을 나누시다가 그들의 발을 씻기신 데서
유래합니다. 세족식은 주님의 낮아지심과 희생, 그리고 그 희생으로 말미암아 우
리의 죄가 씻김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는 제자들의 발을 다 씻기신 후 주님께서 “너희가 깨끗하
나 다는 아니니라(10).”고 하신 말씀을 듣게 됩니다. 이러한 말씀을 하신 의도는 자
신을 팔 자가 누구인지 아셨기 때문이었습니다(11).
이후에 가룟 유다가 주님을 배신하고 적대자들에게 주님을 판 이야기는 잘 알려
져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의 발 또한 씻겨 주셨습니다. 다만 다들 깨끗해졌다
는 선포에도 유다는 깨끗하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왜 그에게 이렇게 두려
운 말씀이 주어진 것일까요? 이는 씻기신 주님에게 책임이 있지 않습니다. 씻김을
받았으나 그 고귀한 뜻을 외면하고 악한 마음을 품었던 유다 자신에게 책임이 있습
니다. 그는 씻겼으나 정결함을 얻지 못한 것입니다.
어떤 학자가 산책을 하다가 시장에 들어섰습니다. 시장 한 귀퉁이에 큼직한 새
장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메추라기 여러 마리가 발목에 노끈이 묶인
채 빙빙 돌며 날고 있었습니다. 새들의 운명이 안쓰러웠던 학자는 새장 안의 메추
라기를 모두 사기로 하고 상인에게 값을 치렀습니다. 그러고 나서 말했습니다. “이
제 저 새들을 다 놓아주세요.” 상인은 잠시 놀랐지만 곧 그의 말대로 새들을 새장
밖으로 내놓은 다음 발목에 묶인 끈을 칼로 잘라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새들이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하
는 것이었습니다. 새들을 억지로 날려도 보았지만 메추라기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여전히 빙글빙글 돌기만 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은혜로 씻겼고 자유를 얻은 백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발목에 끈이 묶인 줄 알고 새장 안에 갇힌 것처럼 살아서야 되겠습니까? 주님께 씻
김을 받고도 정결을 얻지 못한 것처럼 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지 돌
아보아야겠습니다.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로 온전하게 씻긴 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까?

하나님, 죄 중에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십자가 보혈의 공로로 흰 눈과 같이, 양털같이 씻겨 주시고 구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의 귀하신 은혜를 소홀히 여기지 않고 나의 온 삶에 새겨서 그 거룩하심에 합당한 삶을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서동성 목사·향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