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록수 신앙
- 날 짜 : 2022년 11월 5일 토요일
- 찬 송 : 490장 주여 지난밤 내 꿈에
- 성 경 : 시편 1:1~3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마르지 아니함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3)
조선 후기 서예가이자 실학자인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세한도(歲寒圖)를 그렸습니다. 유배 중이던 추사가 제자에게 감사의 글과 함께 그려 보낸 작은 그림인데, 선비가 그린 문인화의 대표작으로 국보 180호입니다. 추사는 세한도에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 즉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비로소 알 수 있다’라는 구절을 써넣었습니다. 고난을 겪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지조와 인격의 고귀함이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세한도를 보면 화면에 여백이 많아 겨울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림에 보이는 것이라곤 허름한 집 한 채와 산중턱에 서 의연하게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소나무 두 그루, 잣나무 두 그루뿐입니다. 오른쪽 노송은 거의 죽어가는 듯한데 가지 하나에 솔잎이 돋아 있습니다. 이 노송이 유배지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추사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 듯 보입니다. 한겨울에도 꿋꿋이 서 있는 네 그루의 상록수에서 역경을 견뎌내는 선비의 올곧고 강직한 모습이 느껴집니다.
신앙에는 낙엽수 신앙이 있고, 상록수 신앙이 있습니다. 잘 자라다가 가을이 오면 잎이 마르고 떨어지는 낙엽수처럼, 낙엽수 신앙은 신앙생활을 잘 하다가도 마음이나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낙심하고 방황하는 신앙을 말합니다. 반면 상록수 신앙은 가을이 오나 겨울이 오나, 맑을 때나 비올 때나 눈이 내릴 때나 변함없이 푸르게 자라는 나무처럼, 상황과 조건에 관계없이 한결같은 신앙을 말합니다.
상록수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에 깊이 뿌리 내리는 신앙입니다. 욥처럼 비바람이 와도 눈보라가 쳐도 온몸으로 받아낼 뿐 쓰러지지 않습니다. 상록수 신앙은 고독하지만 곧은 신앙입니다. 세상 시류에 쉽게 타협하거나 굴복하지 않습니다. 상록수 신앙은 언제나 생명력이 있는 신앙입니다. 뿌리가 깊고 줄기가 곧으면 가지에 잎사귀가 무성할 것입니다. 시절을 따라 열매를 맺고 어떤 상황에서도 시들지 않을 것입니다. 혹독한 시절을 건너면서도 순수한 신앙을 지키며,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상록수 그리스도인(Evergreen Christian)이 됩시다.
안중덕 목사 _ 샘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