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5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기억되리라

  • 날 짜  : 2022년 10월 25일 화요일
  • 찬  송 : 211장 값비싼 향유를 주께 드린
  • 성  경 : 마가복음 14:3~9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 하시니라 (9)

세상은 인생을 고통이라 합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아픔, 누구에게도 토로할 수 없는 슬픔이 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마냥 웃고 떠들 수 없습니다. 어쭙잖은 행복을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건 슬퍼하는 누군가에게 사치이기 때문입니다. 찾아온 기회를 잡아 역전의 감격을 맛본 이에게는 인생이 선물이지만, 사고를 당한 이에게 인생은 쓰라린 상처입니다.

오늘 말씀을 읽으며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생, 사람들을 향해 짓는 미소 뒤에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이 숨겨져 있습니다. 너무 큰 슬픔에 누구에게도 마음 둘 곳이 없으셨습니다. 어쩌면 식사 장소를 나병 환자 시몬의 집으로 정하신 것도,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위로받기 위함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때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어루만진 사람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여인입니다. 오로지 이 여인만이 예수님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곧 십자가에서 자신의 몸을 찢어야 하는 이를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깨뜨린 그야말로 예수님의 심정을 가장 잘 헤아린 인물입니다. 성경엔 나와 있지 않지만, 예수님은 이 행동 앞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까요? 여인이 깨뜨린 건 순전한 나드 향유입니다. 300데나리온이 넘는 물건입니다. 한 데나리온이 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었으니, 이것은 여인이 족히 평생을 모아 산 진귀한 물건입니다. 아마도 가장 기쁜 날, 자신을 단장하기 위해 준비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여인은 그 소중한 물건을, 그 안에 담긴 땀과 눈물과 시간을 주를 위해 깨뜨렸습니다.

여인의 행동이 효율성을 따지는 이에게는 비판거리입니다. 왜 그렇게 허비하느냐고,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비난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본질, 틀보다 내용입니다. 유용한 방법보다 마음을 같이하여 슬퍼하는 일입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기대와 열망이라는 잔치에 눈과 귀가 가려져 예수님의 말씀을 망각했습니다. 십자가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무시했습니다.

지금 나에게는 깨뜨릴 옥합이 있습니까? 누군가를 위해 전부를 내어놓는 자비의 마음 말입니다.

지금 예수님의 마음은 어디를 향해 있을까요?

 

주님, 우리 마음이 너무 둔해 주님을 볼 수 없습니다. 세상에 속한 욕심이 아파하는 이를 냉랭한 시선으로 보게 합니다. 향유를 드린 이름 모를 여인처럼, 주께 헌신하고 이웃을 돌보는 신자 되게 하소서. 십자가의 고통에 함께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송양근 목사 _ 세검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