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3

바울이 로마로 가다

  • 날  짜 : 2024년 7월 3일 수요일
  • 찬  송 : 465장 주 믿는 나 남 위해
  • 성  경 : 로마서 11:25~32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느니라(29)

구약성서는 증언합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불러 그를 믿음의 조상으로 삼으시고, 아브라함의 후손과 특별한 관계를 맺기로 약속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그 후손인 이스라엘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구원해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셨고, 그들에게 율법을 주셔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은혜와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크고 진실할 뿐만 아니라 영원히 신실하여 한결같았습니다.

신약성서에서는 흐름이 달라집니다. 약속하신 구원을 이루고자 하나님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이스라엘은 받아들이지 않고, 급기야 그를 십자가 형틀에 매달아 죽였습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의 제자 공동체인 교회를 박해하고 그리스도인들을 추방했습니다. 이로 인해 그리스도 신앙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이방인 세계에서 더 확장되어갔습니다. 사도 바울이 로마서를 쓰던 시기, 로마에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주요 구성원은 이방인들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유대인(이스라엘 사람)은 역사 속에서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들은 1,900년 가까이 자기 땅을 잃고 강제 이주 혹은 난민으로 생존해야 했습니다. 그들이 겪은 고통의 정점은 2차 세계대전에서 자행된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입니다. 그런데 유대인에게 가한 이 같은 만행에 기독교 세계가 앞장선 경우가 많았습니다. 유대인들이 죄 없는 예수님을 모의하여 죽이고 초대 교회를 배척했다는 이유가, 유대인 적대 행위를 합리화하는 명분이었습니다. 한때 이방인으로 불렸던 이들이 교회를 주도하게 된 결과였습니다.

어쩌면 바울은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예상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마 교회의 다수가 된 이방인들에게 그는 ‘하나님의 은혜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다(29)’는 말로 이스라엘의 존재와 가치를 상기시켜 줍니다. 더 나아가 ‘유대인들이 순종하지 아니함으로 이방인들이 긍휼을 입게 되었다(30)’고 해석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여전히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하나님은 조건과 필요에 따라 선택하고 내치시는 분이 아니라, 모두를 긍휼히 여기며 끌어안으신다는 소중한 복음입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배척하고 증오하는 일들이 우리에게는 없습니까? 

하나님, 다수가 된 강자가 소수인 약자를 함부로 여기는 일들이 세상에 여전합니다. 우리가 세운 기준에 맞추어 타인을 굴복시키려는 욕망이 있습니다. 긍휼의 마음을 우리 안에 일으켜, 사랑이신 주님의 도구로 살아가게 인도해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정명성 목사 _팔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