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0

무지개 언약

  • 날  짜 : 2023년 10월 20일 금요일
  • 찬  송 : 73장  내 눈을 들어 두루 살피니
  • 성  경 : 창세기 9:8~17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세상 사이의 언약의 증거니라 (13)

창세기에는 두 번에 걸친 대규모 심판이 등장합니다. 첫째는 불의 심판으로 소돔 성읍이 멸망한것입니다(창 18:16~19:29). 둘째는 물의 심판으로사십 주야 쏟아진 비로 세상 전체가 수장된 것입니다(창 6:1~9:29). 물의 심판인 노아 시대의 홍수는 불의 심판인 소돔의 몰락보다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큰, 전(全)지구적 규모의 재앙입니다. 이두 재앙은, 성경을 통틀어 언급된 모든 심판과 멸망 사건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닙니다. 하나님이세상을 창조하신 이야기가 창세기 2장까지 이어지고, 3장에서는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가 에덴에서 추방되고, 4장에서는 동생을 죽인 가인이 형벌을 받습니다. 6장에서는 노아 시대의 홍수 심판이 시작됩니다. 11장에서는 바벨탑이 허물어지고, 18~19장에서는 소돔성이 불탑니다. 어쩌면 창세기는 창조의 책이 아니라 종말의 책이라고 불러야마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여러 멸망 사건 중에서 노아 시대의 홍수가 돋보이는 이유는, 유례없이 광범위한 심판이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노아를 비롯한, 그 심판의 생존자들과 맺으시는 하나님의 약속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11).”는 언약을 노아 가족과 체결하십니다. 놀라운 점은, 이 약속이 무조건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언약의 증거로 무지개가 동원된다는 대목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습니다. 주목할 것은 이 무지개는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시는 언약 증거가 아니라, 하나님이 자기 자신에게 부과하는 증거라는 점입니다. 다시는 물로 모든 육체를 멸하는 홍수가없으리라는 약속을 하나님 자신이 기억하기 위하여(15)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두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이 약속은 사람이 기억할 약속이 아니라, 하나님이 기억해야 할 약속인 셈입니다.

무지개가 뜨려면 비가 와야 합니다. 그러나 비가 오는 중에는 무지개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비가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칠 때 무지개가 뜹니다. 비와 빛은 모두 생명 존재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비와 햇빛 사이에 무지개가 놓입니다. 언약의 증거인 무지개는 인간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않습니다. 하나님의 조건 없는 자비의 약속을 보여 줄 뿐입니다.

무지개가 언약의 증거이듯, 나 자신도 언약의 증거임을 믿습니까?

하나님, 생태계 파괴와 기후 변화로 심판과 재앙의 조짐이 예감되는 시대입니다. 생명을 창조하고 구원하시는 주님, 무지개가 주님의 자비를 세상에 보여 주듯이,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도 주님의 약속과 희망을 드러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정명성 목사 _ 팔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