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2

먼저 구할 하나님 나라

  • 날  짜 : 2023년 12월 2일 토요일
  • 찬  송 : 208장  내 주의 나라와
  • 성  경 : 마태복음 6:31~34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33)

이따금 혼자 서울 시내를 다녀올 일이 생기면대개는 지하철을 탑니다. 걷고 갈아타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마음은 홀가분합니다. 조금이라도매연을 줄인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흔쾌해지기도 합니다. 지하철을 탈 때면 일부러 가방에 챙기는 것이 있습니다. 시집입니다. 지하철에서 시집을 꺼내 읽는 것은 일종의 시위입니다. 지하철을타보면 거개의 사람들이 휴대폰에 빠져 있습니다. 그 한복판에서 시를 읽는 것은 뭔가 어색한 일이지만, 한결같은 분위기에 작은 금을 내려는 안간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반칠환의 시 ‘우리들의 타이타닉’을 읽다가 시집을 덮고 말았습니다. 이런 대목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침몰하고 있는 배를 구명정일 거라고 철석같이 믿으면서/ 철썩, 안심하고 가라앉는 종교를 보았느냐.” 갑자기 숨이 턱 막혔습니다. 오늘 우리의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지 싶어 괜히 혼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먹고 마시고 입는것에 대한 걱정은 생존과 관련된 것으로, 본능에가깝습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부족하거나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이왕이면 더좋은 것으로 더 많이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은내남없이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일로 염려하며 욕심에 끌려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님은 공중의 새와 들의 꽃을 보라 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을 따라 공중의 새를 보면, 새는 맨발입니다. 호주머니가 없습니다. 가볍기에 하늘을나는구나 싶습니다. 눈을 돌려 들꽃을 바라보면, 들꽃에겐 갈아입을 여벌 옷이 없습니다. 비나 우박을 대비해 우산을 챙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하나님은 새를 먹이고 들꽃을 입히십니다. 주님은우리에게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을 구하지 말고,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 하십니다. 그러면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라 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탄 믿음의 배가 위태해진 것은, 우리 삶의 우선순위가 잘못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먼저 구할 것을 먼저 구할 때, 우리가 타고있는 교회라는 배는 다시 한번 은총의 바다를 향해멋진 항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사랑의 주님, 우리에게는 습관처럼 본능처럼 마음을 앞서는 것들이 있습니다. 삿된 근심과 욕심에서 우리를 건져주십시오. 주님의 나라와 주님의 뜻보다 앞서는 것이 없도록, 우리 삶의 우선순위를 바로잡아 주십시오. 예수님의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한희철 목사 _ 정릉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