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30

망각의 은혜

  • 날 짜  :  12월 30일 (수요일)
  • 찬  송 :  320장 나의 죄를 정케 하사
  • 성  경 :  이사야 44:22
  • 요  절 :  내가 네 허물을 빽빽한 구름 같이, 네 죄를 안개 같이 없이하였으니 너는
    내게로 돌아오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음이니라 (22)

나이가 들면 누구나 자꾸 잊어버립니다. 깜박깜박해서 힘들다고 하지만, 그렇다
고 다 기억하며 사는 것이 행복의 조건은 아닙니다. 『망각의 즐거움』이라는 책에 솔
로몬 셰르셉스키라는 러시아 출신의 기자가 등장합니다. 그는 ‘미스터 메모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비상한 기억력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말년
에 5분 전에 들은 이야기와 5년 전에 들은 이야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는 너무나도 간절히 자신의 기억이 망각되기
를 원했다고 합니다. 책의 저자는 “쌓아 둔 물건은 쓰레기가 되듯이 쌓아 둔 생각들
도 부패하며 독소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적절하게 잊고 살아야 행복하다는 것입
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이처럼 잊히지 않는 것은 때로 고
통이 됩니다. 컴퓨터와 같은 기억 장치가 발달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내 삶의 기록
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잊었는데 세상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세상의 기억이나 내 기억이 아닌
‘하나님의 기억’입니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설 때 내가 행한 일, 말한 것들로 인
해 정죄받을 것이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내 인생의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기억 속
에 증거 영상처럼 남아 있다면 아무도 하나님 앞에서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이기에 그 누구도 공의로운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습니
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택하신 구원의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망각’입니다. 하나
님이 스스로 정죄의 증거들을 없애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망각의 방식을
잘 표현한 말씀이 오늘 본문 앞장에 있습니다. “나 곧 나는 나를 위하여 네 허물을
도말하는 자니 네 죄를 기억하지 아니하리라(사 43:25).” 엎질러진 물처럼, 우리 힘
으로는 돌이킬 수 없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죄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죄
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셨습니다. 피 흘림 없이는 죄사함도 없는 하나님의 공의를
이루기 위해 그리스도가 우리 대신 피를 흘리셨습니다.
하나님의 망각 때문에 우리가 구원과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런 망각의 은혜를
의지하여 한 해를 돌아보고 서로 용서하며 감사하는 연말을 보내기를 축복합니다.

나는 망각의 은혜를 나누고 있습니까?

우리의 죄와 허물을 기억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그 은혜는 잊어버린 채 서로의
잘못을 기억하며 정죄하기 바쁜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사랑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음성에 순종하여 서로를 용서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최헌영 목사·원주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