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고향의 품으로
- 날 짜 : 2021년 11월 14일 주일
- 찬 송 : 505장 온 세상 위하여
- 성 경 : 역대하 6:39~42
- 요 절 : 나의 하나님이여 이제 이 곳에서 하는 기도에 눈을 드시고 귀를 기울이소서 (40)
어릴 때 일 년에 한 번씩 꼭 오시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동트기 전부터 해질녘까지 들에서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던 시절이라 평소에는 조금의 여유도 없었지만, 부모님은 나이 많고 허리 굽은 원로 목사님을 극진히 대접하셨습니다. 목사님은 한번 오시면 며칠에서, 길게는 한두 달 정도 머무셨습니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아니고,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고향 교회와의 약간의 인연이 전부였지만, 해마다 들르시던 분이 가을이 지나 겨울 문턱까지 안 오시면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하고 온 가족이 기다렸습니다. 목사님에 대한 절대 순종의 믿음을 가지신 부모님이라, 목사님이 묵으시는 동안에는 평소와 달리 자식들에게도 너그러워지시곤 했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살아 계신 노모도 허리가 굽고 말도 어눌하며 손도 떠십니다. 몇 년 전부터 이웃에서 목회하는 친구 부부와 함께 어머니가 기르신 고구마를 캐고, 뒷마당에 있는 커다란 감나무에서 감을 따곤 합니다. 시를 쓰는 친구의 감성이 고향 하늘을 찾을 때면, 어머니 혼자 지키시는 고향집을 함께 찾곤 했습니다. 변함없이 반겨 주시는 넉넉한 손길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들었던 일들도 잊게 된다는 친구를, 어머니도 자주 안부를 묻고 기다리십니다.
솔로몬은 예루살렘 성전을 완공한 후 봉헌 기도를 하고 마지막으로 주변을 돌아보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합니다. 특히 기름 부음 받은 자에게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택함을 받아 사명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기쁨도 있고 보람도 있지만 그와 함께 십자가의 무게를 감당해야 합니다. 힘들고 고독한 길입니다. 특히 고향과 조국을 떠나 복음을 전하는 해외 선교사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디나 고향이고, 교회와 성도들은 누구나 가족이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언제든지 변함없이 반겨 주는 부모님이 되고 고향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선교사님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그리고 그들의 손을 잡아 줍시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사람들이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의 소중함입니다. 가정 안에 있을 때 안전하고 보호받고 치유받습니다. 고향이 그리운 이유입니다. 이 모든 것을 주를 위해 포기한 선교사님들이 돌아올 곳이, 그분들의 고향이 바로 우리의 품이라는 것을 따뜻한 손길로 알려 줍시다.
김영학 목사 _한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