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것을 메고 다가가는 친구
- 날 짜 : 21년 6월 7일 월요일
- 찬 송 : 380장 나의 생명 되신 주
- 성 경 : 요한복음 5:2~9
- 요 절 : 병자가 대답하되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7)
지금은 말라 버렸지만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성 내에 치료의 효험이 있다 하여 많은 병자들에게 유명했던 못이 있습니다. 자비의 집, 은혜의 집이라는 뜻의 베데스다 연못입니다.
병을 고치고자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그곳은 늘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가끔은 옆에 있는 병자에게 안부를 묻고 위로를 보내며 먹을 것도 나누는 등 이웃의 모습이 보였지만, 물이 움직이기만 하면 그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조금의 배려도, 양보도, 이해도, 사랑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도 잠시, 물의 움직임이 멈추면 다시 자신의 자리에 누워 언제 그랬냐는 듯 기다림의 시간을 반복했습니다.
그곳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날마다 누워서 패배자의 마음으로 아픔을 달래는 38년 된 병자가 있습니다.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7).” 이 하소연에서 병자의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베데스다 연못에 있는 이들은 누구나 주님의 자비를 받고자, 주님께 은혜를 받고자 소원했습니다. 하지만 받기만을 바랄 뿐 38년 된 병자의 아픔에 자비를 베풀거나 은혜를 베푼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가버나움에 들어가셨을 때, 네 사람이 중풍병에 걸린 이를 들것에 메고 와 지붕을 뜯고서 그를 내려 고침을 받게 했다는 이야기와 대조적입니다. 성경은 이 사건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무리 때문에 예수께로 데리고 갈 수 없어서, 예수가 계신 곳 위의 지붕을 걷어내고, 구멍을 뚫어서, 중풍병 환자가 누워 있는 자리를 달아 내렸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 환자에게 ‘이 사람아! 네 죄가 용서받았다’ 하고 말씀하셨다(막 2:4~5, 새번역).”
안타깝지만 이 세상은 베데스다 연못과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인생 역전을 꿈꾸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더 먼저, 더 많이 누리고 가지기 위해 끝없이 경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받은 은혜와 사랑을 조금씩 나눈다면 우리의 터전은 달라질 것입니다. 38년 된 병자에게 들것을 메고 다가가는 친구가 되어 준다면 이 세상은 참으로 따뜻해질 것입니다. 험한 세상에서 외로이 몸부림치는 우리의 이웃에게 손 내밀어 주는 친구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용식 목사 _본향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