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오기에 가장 빠른 때
- 날 짜 : 12·08(주일) 강림절 제2주, 성서주일
- 찬 송 : 고통의 멍에 벗으려고
- 성 경 : 룻기 1:1~7
- 요 절 : 그 여인이 모압 지방에서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돌보시사 그들에게 양식을 주셨다 함을 듣고 이에 두 며느리와 함께 일어나 모압 지방에서 돌아오려 하여 (6)
흉년을 피해 고향을 떠나 이방 땅 모압으로 이주했던 나오미는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후에야 자기 가문이 모압으로 온 것이 잘못된 길임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가 봤자 의지할 피붙이 하나, 농사지을 땅 한 뙈기 없었고 무엇보다 늙은 자신은 어디서나 천덕꾸러기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돌아가려니 장애물이 많고, 머무르려니 절망스러운 이 형편을 어찌 헤쳐 나가야 할까요?
신앙의 선배들이 이구동성으로 고백하는 간증이 있습니다. 기도는 응답되지 않고 마음엔 죽음의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데 출구는 보이지 않던 시절, 달리 길도 없어 그냥 버텼더니 어느 순간 혼돈의 터널 끝에서 쏟아지는 빛의 세례를 받아 일어설 수 있었다고 합니다. 때로는 그렇게 그냥 아파하고 후회하고 탄식하며 견뎌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동안 쉬지 않고 일해 오신 하나님의 손길을 내 눈으로 보게 됩니다.
저주의 땅에서 막연한 귀향을 그리며 세월을 보내던 그녀에게 한 줄기 빛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독한 기근을 겪던 유대 땅에 드디어 소출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농사는 짓지 못하더라도 이삭이라도 주울 수 있다면 돌아가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삿 21:25) 행하던 시절이었더라도 풍조 따라 흘러가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별 거리낌 없이 편승한 것이 나오미의 가정이었고, 그 결과 고향 사람들이 겪은 참화 이상으로 하나님의 징벌은 그 가문을 혹독하게 쓸고 갔습니다. 그러나 그때부터 그녀의 입에서는 잊혔던 이름이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풍족하게 하신 것, 비게 하신 것, 가족을 데려가신 것, 비천한 모습으로라도 남게 하신 것 모두가 하나님이셨음을 안 것입니다.
한때 길을 잘못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잘못됐다면 돌이켜야 합니다. 다 잃었어도 괜찮고 너무 멀리 갔어도 괜찮고 너무 늦었다 생각해도 괜찮습니다. 아버지 쪽으로, 유대 쪽으로 방향만 바꾼다면 그때부터는 하나님께서 직접 이끌어 주십니다. 돌아오기만 한다면 거짓말처럼 회복됩니다. 세상 모든 것은 그분 손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오는 것은 늦는 법이 없습니다.
최영식 목사 _힘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