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비운 후에야 인생은 비로소 채워진다
- 날 짜 : 12월 21일(월요일) 동지
- 찬 송 : 543장 어려운 일 당할 때
- 성 경 : 룻기 1:8~14
- 요 절 : 나오미가 두 며느리에게 이르되 너희는 각기 너희 어머니의 집으로 돌
아가라 너희가 죽은 자들과 나를 선대한 것 같이 여호와께서 너희를 선대
하시기를 원하며 (8)
모압에서 처절한 실패를 경험한 후 귀향길에 오른 나오미에게는 남은 일이 있었
습니다. 며느리들을 각자의 친정으로 돌려보내는 일이었습니다. 며느리들이 있으
면 자기 일신의 괴로움은 덜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며느리들이 또 다른 나
오미가 되는 것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도 자식도 없이 타향에서 떠도는 인
생이 어떤지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기 위해서는 쌓아온 아성(牙城)이 무너져야 합니다.
스스로 소중히 여겨온 것들은 실상 바벨탑이기 쉽습니다. 나오미 역시 한때 풍요와
안락이 최고의 가치인 줄 알고 그것을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다 잃고 나니 인생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에게서 온 것만이 참된 복이고 그것만이
영원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때로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되려면 기적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가끔 하나님
께서 기적을 일으키실 때가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일을 위해 하나님
은 우리가 가진 자원이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줄여 가신다는 것입니다. 그런 후에
하나님은 일을 시작하십니다. 우리가 할 일은 마지막 남은 것까지 내려놓고 비우
는 것입니다. 나오미의 결심은 며느리들의 장래를 위해서였지만 하나님 편에서는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며느리들은 그녀가 의지할 마지막 소유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것까지 비우게 하셔서 나오미의 새 출발을 이끄셨습니다. 당장은 쓰리
겠지만 의지하던 것들을 다 내려놓는 그때가 나오미에게는 인생의 새 막이 열리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한 가지라도 의지할 게 있으면 결코 다시 시작하지 않는 존재입니다. 그
러므로 고난당한 끝에 모두 잃어버렸다면 다시 시작할 기회입니다. 그때야말로 하
나님만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지막 하나까지 하나님이 거
두어 가셨다면, 그것은 우리를 향한 사랑의 표현이지 저주가 아닙니다.
귀향길에 접어든 나오미의 낡은 보자기엔 희망이 싸여 있었고, 빈털터리 두 손
에는 전능자에 대한 믿음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 같은 희망과 믿음
이 있는지 돌아봅시다. 모두 내려놓고 다 비운 후에야 인생은 비로소 채워집니다.
최영식 목사·힘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