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것에 집중하라
- 날 짜 : 2021년 12월 2일 목요일
- 찬 송 : 329장 주 날 불러 이르소서
- 성 경 : 누가복음 10:38~42
- 요 절 :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42)
베다니에 있는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은 예수님께서 마음 편히 머무실 수 있는 환대의 장소였습니다. 예수님 주위에 몰려드는 많은 이들이 이런저런 절박한 소망을 품고 나아왔지만, 마르다와 마리아는 뭔가를 얻으리라는 기대 때문이 아니라 예수라는 존재 자체를 온 마음을 다해 맞아들였던 것입니다. 어느 날 예수님 일행이 그 집에 머물고 있을 때, 사회성이 강했던 언니 마르다는 오신 손님들을 대접하는 일로 매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반면 마리아는 제자들과 함께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 듣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마르다는 예수님께 철없는 마리아를 좀 꾸짖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분주한 언니의 일손을 도우라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정작 마르다가 염두에 둔 것은 사회적 통념을 어기고 있는 마리아의 행태였습니다. 당시는 스승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는 일이 여성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르다가 전통적인 지혜를 상징한다면, 마리아는 시대가 정한 금기를 뛰어넘는 전복적인 지혜를 상징합니다. 마리아는 당시의 사회가 부과한 한계에 갇히기를 거부합니다. 그뿐입니다. 손님을 대접하는 일이 더 중요한가, 말씀을 경청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각자의 몫을 아름답게 감당하면 됩니다.
페터 파울 루벤스와 얀 브뤼겔이 함께 그린 <마리아와 마르다의 집을 방문한 예수>라는 그림은 이 본문의 의미를 잘 드러냅니다. 앞치마를 두른 마르다가 예수님의 앞에 서 있습니다. 옷소매를 걷어붙인 것으로 보아 그는 부엌일을 하다 나온 게 분명합니다. 마르다가 마리아를 가리키며 예수님께 하소연을 하는 중입니다. 예수님의 시선은 마르다를 향하고 있지만, 오른손으로는 마리아를 가리키십니다. 마치 “마리아는 좋은 편을 택했다.”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압권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마리아의 표정입니다. 주님을 향해 갸웃이 숙여진 마리아의 표정은 달고 오묘한 말씀에 취한 것 같습니다. 화가들은 이 인물들 앞에 각종 새와 짐승을 배치해 마치 그들도 주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습니다.
누군가를 섬기기 위해 헌신하는 일은 아름답습니다. 주님의 말씀 안에 깊이 잠기는 것 또한 아름답습니다. 이 둘이 조화를 이룰 때 공동체는 아름답게 성장합니다.
김기석 목사 _청파교회